‘지금은 집살 때 아냐’…억단위 떨어져도 매수 꿈쩍도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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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집살 때 아냐’…억단위 떨어져도 매수 꿈쩍도 안해
  • 이동욱 기자
  • 승인 2019.02.18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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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대치 ‘은마’ 등 주요 단지서 2억원 이상 ‘급락’
아파트 거래량·매매수급 지수, 역대 최저 수준
“거래위축 단기간 해소 어려워…4월까지 갈 것”
부동산 시장 하방압력에 밀려 나온 매물들의 값이 ‘억’ 단위로 떨어지고 있지만, 매수자들의 관망세가 이어지면서 서울 아파트 거래가 얼어붙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이동욱 기자]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들의 매매가격이 ‘억’ 단위로 떨어지고 있지만 매수자들은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을 기대해 주택 구입을 미루고 있다. 이 때문에 이달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도 급감하고 있다.

18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의 현재 호가는 14억5000만원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9·13대책 발표 직후보다 3억6000만원 정도 하락했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도 비슷한 상황이다. 리센츠 전용 84㎡는 호가가 15억5000만원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9월 18억3000만원에 거래된 것에 비해 2억3000만~2억8000만원 내렸다.

강북에서도 호가가 급락한 아파트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는 호가가 16억5000만원까지 올랐지만, 최근 13억~14억원 선으로 주저앉았다. 성동구 하왕십리동 ‘센트라스1·2차’ 전용 59㎡는 지난해 9월에만 10억~11억원 사이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으나 지금은 9억2500만원 매물도 등장한 상태다.

송파구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기존 호가에서 2억원 이상 하락한 매물이 나왔는데도 매수자들이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다”면서 “9·13 대책 여파로 아파트 상승세가 멈춘 상황에서 입주 물량 증가와 금리 인상 우려 등 악재가 겹쳐 매수심리가 얼어붙은 것 같다”고 말했다.

거래가 좀처럼 이뤄지지 않으면서 서울 아파트 거래량도 크게 감소했다. 이달 서울 지역 아파트 거래량은 18일 기준 700건으로 일평균 거래량으로 환산하면 하루 38.9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조사를 시작한 2006년 이래 2월 거래량 중 최저치다. 서울은 지난달에도 아파트 거래량이 6040건으로 전년 동기(1만5107건)보다 60%나 줄었다.

서울 아파트를 사려는 심리가 위축된 것은 주간매매수급 지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11일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 주간 매매수급 지수는 73.2로, 2013년 3월 이후 5년 11개월 만에 가장 낮다. 

매매수급 지수는 감정원이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점수화한 수치다. ‘0’에 가까울수록 수요보다 공급이 많음(매수자 우위)을, ‘200’에 가까울수록 공급보다 수요가 많음(매도자 우위)을 뜻한다. 수치가 100에 가까우면 수요와 공급 비중이 비슷하다는 의미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는 지난해 9월 10일 조사에서 116.3까지 오르는 등 공급(매물)보다 수요자가 많았다. 그러나 작년 9·13 대책 발표 직후 꺾이기 시작해 5개월 만에 지수가 2013년의 70대 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2013년은 부동산 규제와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 등으로 신규 주택공급과 매매 거래가 크게 위축된 시기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같은 거래절벽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오는 4월 예고된 아파트 공시지가 발표를 앞두고 아파트 보유세 부담이 커진 상황인 만큼 그 전까지 거래절벽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거래 위축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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