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법 못 찾는’ GM대우 비정규직들의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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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법 못 찾는’ GM대우 비정규직들의 투쟁
  • 류세나 기자
  • 승인 2008.01.25 14:1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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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농성 한달째, 노조탄압 의혹에 원∙하청 문제까지 겹쳐…메아리 없는 투쟁으로 끝나나?

노조 “원직복직∙비정규직지회 인정∙외주화 중단”
원∙하청 모두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 책임회피

노동조합을 만들겠다던 그들의 선택이 잘못됐던 것일까. GM대우 비정규직지회의 투쟁은 노조를 설립함과 동시에 시작됐다. 지난해 9월 2일 설립된 GM대우 비정규직노조는 다음날인 3일부터 비정규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노조에 가입하라’는 홍보활동을 펼쳤다. 노조측 주장에 따르면 사측의 ‘노조와해작전’은 그 때부터였다. GM대우 및 하청업체 관리자들은 시설물보호라는 명목으로 노조의 선전활동을 방해했고, 노조와 사측 간에는 유혈 폭력사태까지 빚어졌다. 결국 노조 집행부 간부를 포함한 조합원 35명은 지난해 9월 이후 징계해고, 계약해지 등을 이유로 회사에서 쫓겨났다. 이후 이들은 자신들이 일하던 GM대우 부평공장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시작했고 같은해 12월말부터는 목숨을 건 ‘위험한’ 고공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 GM대우 비정규직지회 박현상 조직국장은 지난해 12월 27일부터 해고자 전원복직을 요구하며 인천 GM대우 부평공장 앞 CCTV관제탑 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눈발이 세차게 휘날리던 지난 22일, 부평구청 앞 CCTV관제탑 위에서는 여전히 고공농성이 진행중이었다. 하늘에서는 지상 30m 위 관제탑을 올려다보고 있기 힘들 정도로 많은 눈이 내렸으나 박현상 조직부장은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날은 고공농성 27일째.

지상에 있는 조합원들의 손길도 분주하다. 매주 화∙목요일마다 고공농성장 밑에서 열리는 집중투쟁문화제 준비도 해야 하고, 끼니때마다 철탑 위 박 조직부장의 식사를 챙겨야하며, 타 투쟁사업장과 연대투쟁까지. 한 조합원은 공장에서 일할 때보다 더 바빠진 것 같다고 웃으며 말한다. 

비록 겉은 웃고 있을지라도 그들의 속사정은 편안하게 웃을 만큼 여유롭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내린 눈이 물이 되어 천막 안쪽으로 ‘뚝뚝’ 떨어지는 광경은 그들의 어렵고 힘든 상황을 대변하는 듯 했다.

지난해 9월 해고된 조합원 27명(조합원 중 8명은 해고통보 이후 조합탈퇴 및 투쟁의사가 없음을 밝히고 복직했다.)은 현행 고용보험법상 근속기간에 따라 3~5개월간 월급의 50%를 지급받을 수 있다. 그러나 투쟁이 3달 이상 지속되다보니 몇몇 조합원들은 이미 실업급여가 끊긴 상태다. 나머지 조합원들 역시 길게는 2달 안에 실업급여가 끊기게 된다.

“‘5천9백억 흑자’는 노동착취로 얻은 소득”

그렇다면 이들은 무엇 때문에 노조를 설립하려 했을까. 길거리에 나앉아 있는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며 노조에 가입한 것을 후회하고 있지는 않을까. GM대우 이대우 비정규직지회장은 노조 설립 이유에 대해 “인간답게 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오기 때문이라도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지회장이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외쳤던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 GM대우 비정규직지회 이대우 지회장이 고공농성장 앞에서 'GM대우 노무팀은 야만적인 폭력을 즉각 중단하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서있다.
노조에 따르면 GM대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의 50% 정도에 해당하는 임금을 받고 일하고 있다. 또 정규직이 받는 상여금과 각종 수당 종류는 13~14개에 이르지만 비정규직은 3개정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일거리는 많은데 그에 반해 인력은 부족해 연∙월차조차 마음대로 쓰지 못하고 잔업과 특근으로 한달에 2번 정도 쉬는 것이 고작이라는 게 노조측 의견이다.

실제로 GM대우는 지난해 2006년 대비 25%의 판매신장률을 보였다. 수출실적은 30%나 성장했고, 2005년부터는 3년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실적이 늘어나니 노동자가 쉴 틈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노조측 주장은 이와 다르다. 원천적으로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인력을 신규로 더 고용하면 일을 적게 하건, 많이 하건 기본적으로 지불해야하는 ‘기본급’이라는 기본임금이 발생한다. 그러나 기존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에게 일을 시키면 연장근로수당만을 지불하면 된다. 이미 지불되고 있는 기본급에 ‘+a’만이 추가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회사입장에서는 기존 직원들에게 추가 근로를 시키는 게 인력을 보강하는 것보다 이윤이 더 많이 남게 된다.

이와 관련 이 지회장은 “지난해 얻은 ‘5천9백억 흑자’라는 수치는 임금절감을 통해 얻은 이익”이라며 “부족한 인력을 충원하지 않아 월차를 신청해도 통과되지 않는 것은 부지기수다. 각종 업체의 공장에서 과로사가 많이 발생하는 것이 다 이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지회장은 이어 “그것보다 더 한 것은 공장 내에서 관리자들이 ‘작업지시불이행’이라는 명목으로 근로자에게 폭언을 다반사로 내뱉고, 심할 경우 폭력까지 휘두르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여기 아니면 갈 데 없냐’라는 생각으로 퇴사를 생각해보기도 하지만 막상 현실을 돌아보면 정작 갈 곳이 없어 참고 지내고 있는 게 GM대우 부평공장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삶”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회사측 관계자는 “일을 하다보면 서로 의견이 맞지 않는 부분도 있고 언성이 높아질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면서 “가벼운 액션정도야 취할 수 있겠지만 노조측이 주장하는 ‘폭행’은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메아리 없는 투쟁, 벌써 3개월째

▲ 사진속 GM대우 비정규직지회 한 조합원은 노조가입 홍보활동 도중 사측의 폭력에 의해 지난해 9월 3일과 4일, 양일에 걸쳐 안면출혈과 전신타박상을 입었다.
특이하게 GM대우 사내하청 입사 기준에는 학력하한선이 아닌 ‘학력상한선’이 존재한다. 저학력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전문대졸 이하의 계약직 직원을 뽑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학을 졸업하고도 갈 곳이 없다’는 요즘 세태에 성과급, 보너스 빵빵한 ‘대기업 공장’은 당장 먹고 살기 막막한 고학력자에게도 솔깃하다.

그러나 이것이 문제가 됐다. 공장에서 일을 하기 위해 대학을 졸업하고도 고졸로 학력을 위조∙취업했던 노조 간부 중 6명이 지난해 9월 11일부터 3일새 해고통보를 받은 것. ‘취업규칙위반’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이대우 비정규직지회장 역시 4년제 대학교를 졸업했다. 이 지회장은 “대학교를 졸업했지만 마땅히 갈 직장도 없고, 홀어머니를 모시고 있어 당장 돈을 벌어야만 했다”면서 “공장 내 비정규직 중 대졸 학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여럿 있지만 사측은 조합원에 대해서만 뒷조사를 실시했고 그중 집행부 6명이 해고당했다. 이는 노조압박의 신호탄이었다”고 말했다.

정상참작이 된다하더라도 이는 분명 취업규칙을 위반한 조합원의 잘못이다. 그러나 사측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노조에 따르면 조합원 상당수의 집으로 ‘당신 남편(또는 아들)과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는 사람’이라고만 밝히며, 자신의 신분을 밝히기 꺼려한 괴전화가 걸려왔다고 한다. “당신 가족이 회사에서 노조활동 하는 것을 알고 있느냐. 그 사람 때문에 회사가 시끄럽다”며 노조를 탈퇴할 것을 종용했다. 심지어는 “다른 회사로 옮겨라”고 까지 했다고 한다.

노조탈퇴 회유에도 불구하고 조합원들이 꿈쩍도 하지 않자, 사측은 지난해 9월말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15개 하청업체 중 한 군데와는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폐업된 업체는 ‘스피드파워월드’란 회사로 계약직 사원 25명 중 24명이 노조 조합원이었고, 하청업체 중 조합원 수가 가장 많았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2001년 대우자동차가 GM에 매각된 후 재가동된 부평공장에서 하청업체가 ‘통째로 날라 간 적’은 단 한건도 없었다고 한다. 스피드파워월드가 나간 빈자리에는 현재 ‘에이엔티테크’라는 업체가 들어와 있다. 노조가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전해들은 바에 의하면 ‘신규 업체는 대표만 바뀌었을 뿐 하청업체의 관리자 등은 모두 그대로’라는 것. 게다가 업체대표 문씨는 GM대우 군산공장 노무팀에서 근무하다 정년퇴임한 인물로 ‘노조 탄압’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라는 게 노조측 주장이다. 한 마디로 노조활동으로 말썽(?)을 부렸던 이력이 있는 해고노동자들의 재고용은 없을 것이란 얘기다.

이외에도 지회 설립 이전부터 비정규직 투쟁을 강행해왔던 조합원들과 일할 자리가 없다며 정리해고 당한 조합원 등 총 35명은 노조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길거리에 나앉게 됐다. 그리곤 3달여간 ‘원직복직’ ‘비정규직 지회인정’ ‘외주화 중단’ 등을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다.

그렇지만 정작 이들 노조의 투쟁상대는 없다. 원청인 GM대우는 물론 하청업체들 모두는 자신들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GM대우측 관계자는 “도급업체와 도급업체 직원간에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회사측에는 아무런 책임도 없고 뭐라고 할 말도 없다”면서 “직접적인 법적관계가 있는 쪽은 하청회사와 해고노동자다. 우리와 대화할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하청업체들은 이에 대해 “우리는 인력을 원청인 GM대우에 소개시켜줬을 뿐, 실질적인 고용과 사용은 GM대우에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는 “원청과 하청업체가 한통속이 돼 노조와해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원청이 든든한 하청업체들의 ‘빽’이 되고 있는 이상 부당해고로 인한 벌금을 물어도 대기업 GM대우와 계속해서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게 더 이익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노조는 14차례 교섭요청 공문을 발송한 결과, 10여개의 하청업체의 교섭거부 공문들이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모두 동일했다는 점을 미루어 이들 간에 담합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이렇듯 투쟁하는 사람은 있으나 투쟁상대가 없는 GM대우 비정규직지회의 ‘메아리 없는 투쟁’은 처음 천막이 설치된 10월 30일 이후 3달여간 제자리 걸음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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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요 2008-01-28 13:01:25
맨날 메인이네>.< 흐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