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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야당 복 터진 文정부, 야당 복 지지리 없는 국민
송병형 정경부장

[매일일보 송병형 기자] 요새 세간에서는 문재인 정권을 두고 “다른 건 몰라도 야당 복은 있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문재인 정권에 실망한 민심이 전당대회를 계기로 한국당을 응원하기 시작하자마자 한국당이 우경화와 퇴행정치로 민심을 더 실망시켰기 때문이다.

추석 연휴까지만 해도 민주당은 김경수·이재명·손혜원·서영교 등 연달아 터진 악재로 궁지에 몰려 있었다. 한국당은 “민주당의 총체적 도덕성 결여의 면모가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음에도 국민 앞에 진실된 사죄와 반성은 실종됐다. 오히려 오만함과 반발, 제 식구 감싸기가 반복되는 모습이다. 후안무치, 내로남불, 도덕불감증은 민주당 입당 최소 자격조건이라도 되는가”(윤영석 수석대변인)라며 민심잡기에 나섰다. 여기에 전당대회 컨벤션 효과까지 나타나며 한국당은 한껏 기세를 올렸다.

그러나 연휴가 끝나자마자 상황이 뒤집혔다. 2차 북미정상회담 날짜가 전당대회와 겹치자 ‘음모론’이 나오는가 하면 전당대회 일정 변경을 두고 고질적인 내부총질이 다시 시작됐다. 이 와중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정치가 전당대회 판을 흔들었고, 친박 당권주자와 원내대변인은 국회에서 ‘5.18 망언 사태’를 일으켰다. 반전의 기회를 잡은 민주당이 연일 ‘5.18 망언’ 정국을 키우기에 열심인 것은 당연지사다.

여론 악화에 한국당이 뒤늦게 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잃은 것이 너무나 많다.

한국당 부활의 주역이 될 것 같았던 황교안 전 총리는 박심(朴心) 논란조차 극복할 수 없는 카드라는 게 드러났다. 황 전 총리는 ‘황교안은 배신한 친박’이라는 공격에 “박 전 대통령께서 어려움을 당하신 것을 보고 최대한 잘 도와드리자고 했다. 실제로 (최순실 국정농단)특검 수사가 진행 중일 때 1차 수사를 마치니 특검에서 수사 기간 연장을 요청했었다. 그때 제가 볼 땐 수사가 다 끝났으니 이 정도에서 끝내야 한다고 봐서 수사 기간 연장을 불허했다. 그것도 했는데 지금 얘기하는 그런 문제보다 훨씬 큰일들을 한 것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황교안은 기회주의자에 불과하다”는 혹평이 나오고 있다.

황 전 총리와 함께 한국당의 미래가 될 것 같았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더 큰 타격을 받았다. 그는 “당의 비상식적인 결정들에는 아직도 동의하기 어렵다”면서도 나흘만에 전당대회 보이콧을 번복했다. 함께한 6명의 당권주자 중 유일하다. 그 가벼운 처신은 ‘서울시장 중도사퇴’ 때와 달라진 게 없다.

홍준표 전 대표는 깔끔한 후퇴로 대권 도전의 입지를 다졌지만 ‘노회한 정치꾼’이라는 인상을 남기고 말았다. 또 그가 제기한 ‘북미정상회담 음모론’은 홍준표식 정치에 대한 회의감만 키웠다.

마지막으로 한국당은 ‘탄핵사태 이후 반성은커녕 오히려 퇴행하고 있다’는 국민적 인식을 부른 게 가장 뼈아픈 상처가 될 듯하다. 태극기 부대의 표를 얻기 위해 박근혜·전두환의 망령이 부활하는 모습을 보면서 ‘차라리 진보의 위선과 무능이 낫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한두 명이 아니다. 이대로라면 문재인 정권 내내 정치판은 ‘누가 더 못하나’의 게임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정권 입장에서는 야당 복이 터진 것이겠지만 국민 입장에서 보면 지지리도 야당 복이 없는 셈이다.

송병형 기자  byhysong@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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