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부산 기업’ 옛 말…시민들 “롯데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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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부산 기업’ 옛 말…시민들 “롯데 떠나라”
  • 변주리 기자
  • 승인 2011.12.01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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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차려 롯데! 부산시민운동본부’ 부산 경실련 차진구 사무처장 인터뷰

[매일일보 변주리 기자] 부산 시민들의 무한 애정을 받던 롯데가 홈구장에서 ‘미운털’이 박혔다.

대기업의 기업형슈퍼마켓(SSM) 진출로 영세 자영업자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는 가운데 롯데가 초대형 마트 입점을 추진하는가 하면, 공공매립지에 아파트를 짓게 해달라며 떼(부산롯데타운 주거시설 허용 요구)를 쓰고 있어 지역 주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특히 롯데는 부산의 허파인 백양산의 환경생태를 위협하는 골프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면 롯데백화점이 문을 연 이듬해 1997년 부산 향토 백화점인 서면 태화쇼핑이 부도가 나는 등 이미 부산의 상권은 모두 롯데의 영향력 하에 들어간 상황이지만, 롯데는 지역 경제에 이바지를 하기는커녕 부산에서 벌어들인 자금을 고스란히 서울 본사를 살찌우는데 사용하고 있다.

이에 부산 지역 시민단체들은 롯데 기업을 감시하고 지역에 이바지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게 하겠다며 지난 7월 ‘정신차려 롯데! 부산시민운동본부’를 발족하기에 이르렀다. <매일일보>이 운동본부 참가 단체인 부산 경실련의 차진구 사무처장에게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부산에서 번 돈 고스란히 서울 본사로

마트·아파트·골프장…돈 되면 뭐든지

향토업체 입점비율 타사의 절반 수준

▲ '정신차려 롯데! 부산시민운동본부' 발족 기자회견 <사진=민주노동당 부산시당>

△ ‘정신차려 롯데! 부산시민운동본부’가 발족 된 이후 롯데측의 반응은 어떠했나.

- 롯데측에서는 여전히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운동본부를 발족하기 이전에도 개별 시민단체들이 현지법인화와 대형마트 및 SSM 입점 저지를 요구해왔지만, 지금까지도 롯데측에서는 “고용측면에서 부산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고 장학사업도 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 부산시의 ‘뜨거운 감자’인 ▲부산롯데타운에 주거시설 도입 ▲롯데마트 입점 ▲백양산 골프장 건립 등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 부산롯데타운에 주거시설을 도입하려는 움직임과 관련해선 권한이 있는 해양항만청에서 허가를 내주지 않아 보류상태에 있다. 한때 부산시와 중구가 ‘부산롯데타운’에 아파트들이 대거 들어설 수 있도록 지구단위계획을 변경을 허용, 롯데가 초대형 아파트를 대거 지을 수 있게 됐다는 언론 보도가 났지만, 최종 권한은 해양항만청에 달려있다.

롯데는 부산롯데타운 기공식만 2,3차례나 했는데, 이는 주거시설을 허용해주지 않으면 2014년 완공 예정인 100층 이상의 초고층 건물을 짓지 않겠다는 압박용으로 보인다. 지금은 어쨌든 롯데마트 입점을 위한 엔터테인먼트 건물을 짓고 있는 상태다.

백양산 골프장 건립과 관련해서는 롯데건설은 그동안 어떤 사업을 시작하면 본사에서 이사급에 준하는 담당자를 내려 보냈는데, 지금은 공석인 상태다. 최근 롯데건설이 인천에 건설하려고 했던 계양산 골프장이 사실상 백지화 되면서 함께 주춤한 상황이다. 하지만 롯데의 숙원상업인 만큼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며 조만간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까 한다.

△ 최근 롯데백화점 부산 본점이 ‘향토기업 기(氣)살리기’ 프로젝트를 몇 차례 진행했다.

-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르지만 부산에 적을 두고 있는 중소업체를 한시적으로 입점 시켜 특설 매장을 꾸린 것이다. 최근 부산에서 롯데가 부산 영세상인을 힘들게 한다는 비판 여론이 일자 부산 민심을 무마하기 위한 홍보 효과를 보기 위한 것이라 생각한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가 최근 비판 여론에 따라 부산 향토업체 입점수를 늘리기는 했지만, 다른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향토업체 비율이 50~60%인데 반해 롯데는 10~20%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아직까지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 “롯데가 부산지역 소비상권을 장악하면서 알맹이는 본사로 올려 지역 경제를 고사시키고 있다”는 주장이 있다.

- 법인이 서울에 있는 롯데는 부산에서 얻은 매출을 모두 서울로 보내고 있다. 주거래 은행도 신한은행을 사용하고 있는데, 최근 카드사용이 늘어나면서 결제 금액도 모두 서울로 가고 있다. 만약 롯데가 부산 지역의 은행을 이용했다면, 그 많은 결제 금액으로 부산 지역 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대출을 해 줄 수도 있는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

△ 인터넷 게시판을 보면 특히 부산 시민들 중 롯데자이언츠 팬들이 롯데에 대한 실망이 큰 것 같다.

- 롯데자이언츠에 대한 부산시민의 애정이 큰 만큼, 롯데가 구단에 투자를 하지 않으니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부산 시민들은 롯데가 워낙 연봉 협상을 짜게 하니까 이대호 선수가 이적 결심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부산에 적을 둔 롯데 기업은 롯데호텔밖에 없다. 롯데가 롯데호텔을 부산법인으로 둔 것도 정부의 외국인투자유치 활성화 방침에 따라 지방세를 면제받기 위해 일본 롯데 자금을 끌어다 쓴 것이다. 이렇듯 롯데는 부산 기업도 아닌데 사회적 기여도 없으면서, 부산 시민들의 롯데자이언츠에 대한 애정을 등에 업고 생색을 내고 있다.

△ ‘정신차려 롯데! 부산시민운동본부’는 지난 7월 발족했지만, 토론회 개최 이외에 공식적 활동이 뜸한 상태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 처음 운동본부를 발족할 당시, 민주당을 비롯한 야4당의 부산시당이 주도를 하게 됐다. 기존에는 시민 세력이 주도해서 운동본부를 이끌어 가려고 했으나, 정치인들이 개입을 하면 운동본부의 활동에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정치 이슈가 있을 때만 활동을 하는 경향이 있어 운동본부 활동이 뜸해졌다. 주관사가 정당인만큼 우리가 나서기는 어려움이 있고 개별 단체별로 현지법인화 운동과 대형마트 및 SSM 입법저지 활동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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