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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정의선의 도전과 수소 강국

[매일일보 이근형 기자]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를 지배한 이유는 어느 종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얇은 피부와 가는 팔다리, 보잘 것 없는 치아, 그저 그런 눈 등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내세울게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 최상위 생명체가 됐다.

‘지혜로운 사람’을 뜻하는 ‘사피엔스(sapiens)’이기 때문이다. 30만 년 전 동아프리카의 협곡에서 시작한 사피엔스는 빠르게 지구 행성 전체로 퍼져나갔다. 생존을 위해서다. 위기 앞에서 사라져간 다른 종과 달리 사피엔스는 지혜로 이를 극복했다. 협곡을 떠나 아시아로 유럽으로, 아메리카로, 오세아니아까지 나아갔다. 두꺼운 지방층과 털은 없지만 북극권에서도 살아남았다. 이젠 지구 밖으로까지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 경제가 어렵다. 한국 경제를 이끄는 산업 경쟁력이 떨어진 것이 한 원인이다. 조선․철강에 이어 주력산업의 한 축인 자동차 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이전에도 어려움이 있었지만 상황이 다르다. 대외 상황 악화에 내부 경쟁력마저 약화했다. 현대자동차가 직면한 현실이다. 이대로라면 삼성전자와 함께 한국 경제를 책임지던 한 축이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안팎에서 나온다. 위기라는 말이 나온 지 이미 3년은 족히 됐다. 그래도 이대로 좌절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이전에도 수차례 위기가 있었지만 극복하고 글로벌 톱5 자동차 기업으로 도약한 것이 현대차다.

이런 현대차가 최근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수소자동차를 앞세운 수소경제다. 중심에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있다. 올해로 현대차에 합류한 지 만 20년. 정 부회장은 디자인 경영, 브랜드 고급화, 고성능차 시장 진출, 친환경차 강화 등 현대차를 하나씩 바꿔왔다. 그리고 위기 돌파의 해법으로 수소차와 수소경제를 내세웠다. 이전까지 ‘퍼스트 팔로워’이던 현대차를 ‘퍼스트 리더’로 한 단계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신대륙에 처음으로 상륙한 콜럼버스처럼 누구도 밟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가고 있다.

수소경제는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차 몇 대를 더 파는 문제가 아니다. 에너지 시장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혁명이다. 아직 갈 길은 멀다. 검증도 끝나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회의론도 적지 않다. 그렇지만 현대차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어젠다임에는 분명하다.

수소경제는 현대차의 것만은 아니다. 화석연료 시대 에너지 속국인 대한민국이 에너지 독립국, 더 나아가 에너지 주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다. 문재인 정부가 수소경제를 경제 성장의 동력 중 하나로 육성하기로 한 이유다. 10~20년 뒤를 내다 본 과감한 투자다.

불과 40여 년 전만해도 국내 대표 기업이자 세계 1위의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의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웠다. 당시 삼성전자는 그저 그런 기업 중 하나였다. 지금의 삼성은 1974년 내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부실기업 한국반도체를 인수한 이건희 회장의 결단이 있어 가능했다. 한국에는 ‘넘사벽’인 반도체에 대한 ‘미친’ 도전이 지금의 삼성과 한국 경제를 만드는 초석이 됐다.

정의선 부회장의 도전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기업이든 사람이든 도전하지 않으면 발전이 없다. 도전은 위기에서 시작한다. 배가 나온 사람은 말안장에 스스로 올라타지 않는다.

세계사를 바꾼 유목제국의 정복사는 대가뭄에서 시작했다. 신대륙 발견은 유럽의 열악한 식문화가 동력이었다. 한국 경제의 위기가 수소경제를 탄생시켰다. 수소경제가 위기의 현대차와 한국 경제에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이근형 기자  rilla31@m-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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