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년 맞은 쥐띠 기업들의 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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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년 맞은 쥐띠 기업들의 야망
  • 권민경 기자
  • 승인 2007.12.31 2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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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살리기’ 열풍 속 쥐띠 기업인 기대

KCC 정상영 회장 비롯해 SK 최태원 회장 등 재벌 총수 많아
한국타이어 조현범 부사장, 신세계 정유경 상무 2세 경영인도 주목

[매일일보닷컴] 2008년 무자년 쥐띠 해가 밝았다. 올해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어느 때보다 ‘경제 살리기’가 온 국민의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에 따라 쥐띠 해를 수놓을 기업인들도 주목을 받고 있다.

쥐띠는 12간지 가운데 ‘위기 대처 능력’이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기업을 이끌어가는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필수적인 능력. 쥐띠 경영인들의 행보에 더욱 눈길이 갈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KCC 정상영 명예회장부터 SK 최태원 회장, CJ 이재현 회장 등 오너 기업인을 비롯해 한국타이어 조현범 부사장, 조선호텔 정유경 상무, LIG건영 구본엽 부사장 등 2세 경영인들 그리고 LG전자 남용 부회장과 삼성전자 이기태 부회장 등 전문 경영인들까지. 재계의 대표적인 쥐띠 기업인들을 알아본다.

최고령 KCC 정상영 명예회장, 정몽진 회장- 부자간 쥐띠 눈길

재계 총수 가운데 최고령 쥐띠 CEO는 정상영 KCC명예회장이다. 올해로 73세가 되는 정 명예회장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막내 동생으로 페인트, PVC 유리 등을 생산하는 종합건축자재 기업 KCC그룹을 글로벌 정밀기업으로 발전시킨 장본인이다.

정 회장은 특히 1990년 초 “실리콘이 향후 50년간 KCC를 먹여 살리는 미래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며 실리콘 사업을 밑어붙였다. 막대한 연구개발비와 시간을 들인 끝에 2003년 말 100% 수입에 의존하던 실리콘 생산기술 개발에 국내 최초로 성공했다. 세계적으로도 실리콘을 상업생산하는 나라는 미국,일본, KCC 등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다.

정 명예회장은 현재 경영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고 있지만 그룹의 굵직한 현안에서는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쥐띠 총수인 정 회장에게 올해는 KCC 창립 50돌이라는 의미까지 더해 남다른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현재 KCC를 이끌고 있는 정몽진 회장 역시 1960년생 쥐띠다. 정 명예회장이 실리콘 사업의 기반을 닦았다면 정 회장은 이 사업을 궤도에 올려놓는 일에 집중하며 그룹의 또 다른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90년 대 초 부친의 뜻에 따라 러시아, 중국, 유럽 등에 있는 실리콘 공장을 찾아다니며 기술을 배워 사업의 기초를 함께 닦아온 정 회장은 실리콘 사업을 바탕으로 KCC를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시키겠다는 장기 목표를 세웠다.

글로벌 역량 강화를 위해 대규모 시설투자와 연구개발, 경영지원 시스템의 선진화, 인재 육성체계 정립, 외부 전문가 영입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GS 허창수, SK 최태원, CJ 이재현 회장-글로벌 도약 매진

▲ 허창수 회장
GS그룹 허창수 회장은 1948년 생 쥐띠 기업인이다. 허 회장에게 올 한해는 M&A를 위한 승부수를 던지는 해가 될 듯하다. 지난해부터 이미 “좋은 매물이 있으면 언제든지 M&A에 뛰어들 것”이라며 사업 확장을 위한 욕심을 드러냈지만, 마땅한 매물이 없었던 데다 참여했던 인수전에서도 고배를 마시면서 이렇다 할 만한 성과를 내진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제주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현대오일뱅크, 대우조선해양 등에 대한 M&A를 진행 중임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특히 해외 엔지니어링 관련 기업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새로 밝히기도 했다. 허 회장은 이 자리에서 “2008년 사업 보고를 받으며 GS건설 측에 우리가 경쟁력을 갖고 있는 석유화학 분야 엔지니어링 회사 인수를 연구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기업이라도 인수할 만큼 충분한 자금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필요할 경우 외국 자본을 싸게 조달할 수 있도록 무디스로부터 적정 신용평가까지 이미 받았다”고 밝혔다.

허 회장은 이처럼 동시다발적인 M&A를 통해 2010년 까지 재계 톱5안에 들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지난 2005년 LG그룹에서 분리된 후 GS그룹은 그동안 탄탄히 내실을 다져 현재 자산규모 25조원으로 재계순위 6위에 올라있다. 5위 롯데와의 격차는 15조원 가량. 허 회장 입장에서는 GS의 톱5 목표 달성을 위해 M&A를 통한 그룹의 외형 확장이 절실한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들 또한 본격적으로 M&A에 가속도를 내기 시작할 허 회장이 얼마만큼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 최태원 회장
지난 7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SK그룹 최태원 회장 역시 2008년이 주목되는 쥐띠 총수 가운데 한 명이다. 지난 한 해 동안 “기업환경 변화에 앞서 기업이 진화하지 않으면 생존은 물론 성장도 불가능하다”고 강조하며 과감한 개혁을 추진해 온 최 회장은 지주회사 체제 수립과 함께 제3의 창업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어 지난 달 26일 SK에너지와 SK텔레콤 등 주요 계열사에 대한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를 단행한 뒤 임직원들에게 근본적인 체질 변화를 강하게 주문했다. 최 회장은 “지난 10년간 우리에게 익숙했던 시장의 룰이 바뀌고 있는데, 여기에 적응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면서 “SK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게임의 룰’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어느 그룹보다 빠르게 체질변화에 나서고 있는 SK. 그 선봉에 선 최태원 회장에게 재계의 이목이 쏠려있다.

또 다른 쥐띠 총수인 CJ 이재현 회장은 지난 2007년의 부진을 털어내고, 올해 새 도약을 마련해야 하는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 이 회장은 2006년 ‘글로벌 원년’을 선포한 뒤 식품·식품서비스·엔터테인먼트 사업 부문을 중심으로 한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했지만, 그 해 최악의 학교 급식 식중독 사건으로 위탁 급식을 맡고 있던 CJ푸드 시스템이 휘정거리면서 그룹 전체에 타격을 미쳤다.

지난해 역시 이 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식품과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사업에서도 CJ의 본업이라 할 수 있는 식품분야를 빼놓고는 시장의 반응이 냉담했다. 2007년 초 11만원대 초반이던 CJ주가 역시 8만원대를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CJ홈쇼핑, CJ인터넷, CJCGV 등 계열사들의 주가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다만 지주회사 체제로 재편된 이후 지난 9월 재상장된 CJ제일제당만이 재상장가 20만원대를 웃도는 수준에 그쳤다. 이 회장으로서는 실추된 CJ의 이미지를 회복하고, 글로벌 식품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속도를 내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한국타이어 조현범, 조선호텔 정유경 상무- 주목받는 2세 경영인

▲ 조현범 부사장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사위라는 이유로 최근 재계 2세 가운데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한국타이어 조현범 부사장도 쥐띠 기업인이다.

지난해 조 부사장은 현대상선 주가조작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아 범여권의 공격을 받았는가 하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한 머니게임을 주도했다는 의혹으로 금감원 조사까지 받는 등 이런 저런 일들이 끊이지 않았다. 이 당선자의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사위 기업인 한국타이어 또한 수혜가 기대되는 기업으로 점쳐지고 있어 조 부사장에게 쏠린 정치권과 재계 안팎의 관심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의 딸인 조선호텔 정유경 상무도 37세 쥐띠 경영인이다. 롯데백화점 장선윤 상무, 신라호텔 이부진 상무와 함께 주목받는 재벌가 딸들의 하나인 정 상무는 호텔경영은 물론이고 최근 백화점 명품사업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 정유경 상무

로드아일랜드디자인 학교 출신인 정 상무는 뛰어난 디자인 감각과 섬세함을 갖췄다는 평을 듣고 있는데, 이런 장점을 잘 살려, 호텔, 백화점 매장 운영과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 유치 등을 진두지휘해왔다. 신세계 백화점 본점 본관 오픈 당시 백화점 리모델링에 참여했고, 라이벌인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명품관에도 입점하지 않았던 브랜드 ‘에르메스’ 등을 유치해 업계에서 실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정 상무는 올 해 역시도 호텔과 백화점 명품 사업 쪽에서 활발한 활동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본격적으로 시작된 롯데와 신세계의 명품전쟁 구도가 올해는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돼 그 중심에 서 있는 정 상무와 장선윤 롯데호텔 마케팅부문 상무(롯데 신격호 회장 외손녀)와의 대결 또한 치열해질 전망이다.

LG전자 남용, 삼성전자 이기태 부회장-전자계열

전문 경영인들 가운데는 전기·전자 분야에 쥐띠 기업인이 많이 포함돼 있다. 대표적인 두 사람이 LG전자 남용 부회장과 삼성전자 기술총괄 이기태 부회장. 전자업계 대표적인 라이벌인 두 사람 모두 지난해 초 부회장 자리에 오르며 재계의 관심을 받았다.

▲ 남용 부회장
위기에 빠진 LG전자의 구원투수로 사령탑에 오른 남 부회장은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발휘해 지난 한 해 과감한 조직개편과 내부 혁신을 단행, LG전자 실적을 크게 개선시켰다는 평을 얻었다. 실제로 남 부회장 체제가 들어선 후 LG전자는 지난 한 해 동안 시총이 무려 7조원이 늘어 15조원을 넘어섰다. 주가 역시 지난해 1월 5만원대였던 것이 1년도 안돼 90% 가까이 상승해 10만원을 돌파했다.

뚜렷한 실적 개선을 이뤄낸 남 부회장은 최근 M&A 의지를 내비쳐 올 해 그의 행보에 더욱 시선이 끌리고 있다. 남 부회장은 지난 10월 영국 경제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와의 인터뷰에서 “LG전자는 기존 사업을 확장하는 유기적 성장에 국한하지 않고, 비유기적 성장 방안도 찾고 있다”며 M&A 가능성을 열어놨다. 물론 “구체적인 인수 합병 대상을 거론하기는 이르다”고 말했지만,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LG전자가 인수할만한 매물에 대해 이런저런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반면 이기태 부회장은 지난 한해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다소 우울한 시간을 보냈다. 주력계열사인 반도체 부문을 중심으로 실적 하락이 계속됐고, 기흥공장 정전사고까지 겹쳐, 전자계열 경영진들에 대한 이 회장의 따가운 질책이 있었다는 얘기도 들려왔다.

더욱이 최근 삼성그룹이 ‘비자금 의혹 사건’에 대한 특검 등으로 위기에 몰려 있어 이 부회장 역시 올 한해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됐다.

한편 삼성네트웍스 박양규 사장 삼성코닝정밀유리 이석재 사장 또한 쥐띠 CEO이고, LG 강유식 부회장도 48년생 쥐띠로 알려졌다. 아시아나 강주안 사장, KP케미칼 기 준 사장, 김영철 동국제강 사장, 김일중 팬택 사장, 김재학 효성 사장도 쥐띠 경영인.

금융권에서는 우리은행 박해춘 행장과 신한은행 신상훈 행장,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등이 쥐띠 해에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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