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 어려움은 상시화될 것이다. 이런 상황을 국민들께 그대로 알려주고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인기 없는 정책을 펼 수 있는 진정한 용기가 필요하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이임사에 남긴 말이다. 이를 두고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을 부인했던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김 전 부총리는 이임사의 다른 대목에서 "정책의 출발점은 경제 상황과 문제에 대한 객관적 진단이다. 그 토대 위에서 일관되고 시장에서 예측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도록 노력해야 경제 주체들의 경제하려는 동기가 살아난다"고도 했다. 역시 장 전 실장의 진단이 현실을 외면했다는 지적으로 읽힌다.
김 전 부총리는 소득주도성장론으로 대표되는 최저임금과 주52시간 근무제의 부작용을 두고 장 전 실장이 갈등을 거듭했다. 김 전 총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고, 더 나아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수정과 보완도 언급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청와대에서는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성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반박을 내놨다.
이로 인해 경제 투톱 간 갈등설이 불거졌지만 문재인 정부는 이를 좀처럼 인정하지 않고, 무마하는 일을 거듭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기자들이 보는 자리에서 포옹이나 악수를 하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도 갈등설은 가라앉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그런 미봉책으로 시간을 보내는 동안 경제상황은 갈수록 악화됐다는 점이다. 결국 정부는 두 사람을 경질하고 나서야 '원팀'을 강조하는 등 갈등설을 인정하고, 경제정책 기조도 손보기 시작했다. '김 앤 장'으로 불렸던 두 사람 간 갈등은 문재인 정부의 실력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단초가 됐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