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혼희망타운, 현실의 벽은 너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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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신혼희망타운, 현실의 벽은 너무 높다
  • 복현명 기자
  • 승인 2018.12.25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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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복현명 기자] 청년이나 신혼부부들이 부모의 도움 없이 서울에서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에 정부는 신혼부부 희망타운을 공급하고 있지만 까다로운 자격요건과 높은 현실의 벽으로 인해 실질적인 서민주거안정이라는 목표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신혼희망타운은 정부가 신혼부부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 주변 시세보다 70% 수준의 저렴한 가격으로 아파트를 공급하는 사업이다. 오는 2022년까지 10만호를 공급할 계획으로 위례, 성남, 과천, 김포 등 수도권 지역에 들어서게 된다.

입주 소득기준은 맞벌이의 경우 도시근로자 월평균소득의 130%(월 650만원), 외벌이는 120%(월 600만원)까지다. 일반 청약의 특별공급 기준과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인다.

이 기준을 넘어서는 신혼부부들 입장에서는 정부가 값싸게 공급하는 신혼희망타운은 물론 특별공급을 활용해 내 집을 마련하는 것도 어렵다.

특별공급 지원이 가능한 소득기준 역시 전년도 월평균 도시근로자 소득의 100~120%(외벌이와 맞벌이 120~130%)다. 맞벌이를 하고 자녀를 1명을 둔 신혼부부는 월 소득이 600만3108원을 넘으면 특별공급 청약이 불가능하다. 이 마저도 세전 수익으로 실제 수령액은 약 560만원 정도 된다.

문제는 이런 수익을 가진 상태에서 우선공급 기준을 충족하는 신혼부부들이 분양가격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일반적인 분양가격은 평균 5억원을 상회한다.

내 집 마련을 위해 아무리 열심히 돈을 모은다고 해도 자녀 양육비까지 감당하면서 분양가에 맞는 목돈을 마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다. 결국 신혼희망타운이나 신혼부부 특별공급 기준에 충족하는 월소득에서 5억원 이상 분양가를 마련할 수 있는 수요자는 자금 여유가 있는 부모를 둔 소위 금수저 뿐이다.

금수저가 아닌 신혼부부들은 결국 자신들이 원하는 주거지를 찾지 못하고 수도권으로 나가야 하는 운명인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토부는 신혼부부 주거 정책에 대해 긍정적 효과를 보고 있다며 자평하고 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 역시 최근 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을 2배로 확대해 민영주택 당첨자 중 신혼부부 비율이 상승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신혼부부 특별공급 비중이 늘어났으니 그 비율이 증가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주거정책은 청년과 신혼부부 등 미래 세대에 초점을 맞추면서 보편적 복지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마련된 신혼희망타운 정책은 일부 소수에만 집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다수의 신혼부부들은 정책에서 배제된 채 맞벌이 또는 외벌이로 힘들게 자녀를 키우고 있다. 전세값이 올라갈 수 있다는 불안감, 이사갈 집을 또 구해야 한다는 압박에 벗어나기 위해 내 집 마련을 꿈꾸지만 현실은 너무나도 버겁다.

소수를 위한 다수의 희생보다는 평범한 신혼부부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중위소득 등을 이용한 소득 기준 변경 등을 통해 정책의 현실성을 높여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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