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건조기 예약판매 해프닝에 웃지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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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건조기 예약판매 해프닝에 웃지 못하는 이유
  • 강기성 기자
  • 승인 2018.12.1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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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강기성 기자] 16kg 건조기 예약판매 과정에서 해프닝이 발생했다. LG전자가 정부안전인증을 거치지 않고 예약 판매를 하다 적발된 것. 12일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제품안전관리원이 조사에 들어갔다. 제품안전관리원에 KC안전인증을 받지 않은 건조기를 미리 판매하고 있다는 민원이 접수돼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국내 건조기 시장은 급격히 뜨거워졌다. 시장에서는 올해 건조기 총 100만대가 팔릴 것으로 내다본다. 미국과 유럽의 사례를 비춰보면, 건조기 시장은 이내 불어나 국내 가전업체의 또 하나의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가정집은 물론이고 빨래방, 기숙사 등 건조기에 대한 사람들의 니즈는 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B2B에서 가정용 건조기에 이르기까지 주로 유통됐던 제품은 외산과 전문기업 그리고 LG전자 제품이었다. LG전자는 2005년부터 B2B 건조기 시장에 발을 내디뎠다. 건조기 시장에 불붙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3월 삼성이 9kg 건조기를 시장에 내놓고 나서부터다. 이후 올해 2월 삼성이, 5월 LG가 14Kg 용량을 출시하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이러다 올 연말 16kg 대용량이 나오자 한 업체에서 엇박자가 났다.

이번 사건의 원인은 건조기 시장을 놓고 벌인 두 가전 제조사의 경쟁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달 27일 삼성전자는 그랑데 브랜드 16kg을 공개했는데, 당일부터 바로 제품이 시중에 깔리기 시작했다. LG는 삼성보다 앞서 16kg 제품을 공개는 했지만 본격 생산에는 돌입하지 못했고, 예약판매만 실시했다. LG는 60~70%의 건조기 시장을 점유하고 있지만, 9kg 시장과 달리 14kg 제품에서 삼성이 선수를 치면서 빠짝 쫓아오던 차였다. 가전에서 예약판매를 하는 제품은 많지 않다.

LG 측은 16kg 제품 예약을 받고, 배송되는 시점인 약 20일께 안전인증을 붙일 예정이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안전인증을 뒤늦게 받아야 할 정도로 시간이 급박했던 모양이다. 만약 인증을 받지 못했으니. 규정대로 LG가 예약판매조차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삼성전자 측은 아직 16kg 건조기의 경우 아직 판매량이 많지 않고, 데이터를 공개하기에도 미미한 수준이라고 했다. 매출이나 점유율 면에서 별반 다를 게 없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번 건조기 헤프닝은 직접적인 판매량보다는 선점이라는 ‘상징’을 놓고 LG와 삼성 간 자존심싸움이 아니었나 싶다. 선두업체가 급해지다 보니 엇박자가 난 듯하다. LG전자 관계자는 “제품을 본격적으로 배송하기 이전까지 관련 인증을 받으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실무자의 착오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어쨌튼 LG전자는 전기생활용품안전법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말도 들린다. ‘민원은 누가 넣었냐”고 말이다. CES를 앞두고 세계 최고의 글로벌 업체 간 이 같은 의미없는 해프닝은 다시 없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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