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금부자 리그 된 부동산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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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현금부자 리그 된 부동산 시장
  • 최은서 기자
  • 승인 2018.11.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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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최은서 기자] 정부가 지난달 31일 한층 강화된 대출 규제인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적용했다. DSR은 신용 대출과 자동차 할부 등 1년동안 갚아야 하는 빚의 원금과 이자를 1년치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기존 대출이 많으면 신규 대출을 받기 어렵고 소득이 낮으면 대출한도가 줄어든다.

앞서 정부는 신(新)DTI(총부채상환비율)을 통해 기존 DTI를 강화하고 집값 급등 지역의 고가·다주택자를 겨냥해 LTV(담보인정비율) 낮춰 규제를 강화한 바 있다.

이른바 대출규제 3종 세트로 앞으로 신규 대출을 받는 것이 까다로워지면서 무주택 실수요자도 울상이다. 가진 자금으론 집을 마련하는 것은 어려운데 신규 대출 문턱은 높아져서다. 

최근 호가를 낮춘 급매물이 속속 출현하고 있지만 정부가 주택 대출을 사실상 원천봉쇄하고 연말로 예상되는 금리 인상이 겹치면서 실수요자 내집 마련은 사실상 ‘그림의 떡’이 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대출이 막혀도 자금을 거뜬히 마련하는 현금부자들은 상황이 다르다. 자금 여력이 충분해 몸값을 낮춘 급매물에 대한 접근이 쉽기 때문이다. 과거 IMF 금융위기 당시에도 현금부자들이 시장에 나온 급매물을 매수해가는 흐름을 보여왔던 적 있다.

최근 청약시장에서 이같은 흐름은 더욱 두드러졌다.

서초 우성 1차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래미안 리더스원’이 지난 6일 청약접수 결과 232가구 모집에 9671개의 청약통장이 몰려 평균 41.6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전 주택형이 1순위에서 마감됐다.

이 단지 분양가는 9억원을 넘어 중도금 대출이 되지 않아 최소 10억원 이상의 현금이 필요하다. 이에 이번 청약경쟁률은 현금 10억원을 동원할 수 있는 자산가가 1만명에 달한다는 점과 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을 반증한 셈이다. 실제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지난 8월 발간한 한국 부자 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말 기준 실물자산을 제외한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부자는 27만8000명으로 2016년 대비 15.2% 늘어났다.

이처럼 이 단지는 경쟁률도 만만치 않았지만 10억 이상의 현금 마련 부담 등 진입장벽이 높아 웬만한 사람은 엄두조차 내기 어렵다. 분양시장이 자산가들의 몫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의 규제가 되려 양극화를 고착화시키고 심화시켜서는 안될 일이다. 실수요자의 내집 마련 기회를 박탈하지 않고, 자산이 많은 사람만 시세차익을 보는 구조가 되지 않도록 제도의 맹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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