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상생’과 삼성의 ‘빅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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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상생’과 삼성의 ‘빅스비’
  • 강기성 기자
  • 승인 2018.11.15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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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강기성 기자] 정부가, 사회가, 몇 년을 강조해 온 것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상생 혹은 동반성장이었다. 하지만 동반성장위원회는 하나의 상징일 뿐, 초반 설립 이후 상생관련 이렇다 할 지팡이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김상조 위원장이 부임하면서 기대감이 한껏 높아졌으나, 야당과 재계의 반대로 현재 일감몰아주기 규제 외에는 당차게 내놨던 경제민주화 관련 법은 국회를 넘지 못하고 있다. 사실 일자리 만들기가 최대 과제인 현 정부가 대기업을 상대로 경제민주화법을 강행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겠다.

최근 기업들에게서 들려오는 소식들에 귀가 솔솔하다. 재벌 개혁의 대상 1호였던 삼성에서 나오는 정책들이 그러하다. 지난 8월 초 '5년간 180조 투자, 4만명 직접채용'이라는 경제활성화·일자리 창출 계획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지배구조는 어쩔거냐’, ‘승계 때문에 또?’, ‘삼성물산 등 계열사 몫이 아니겠느냐’, ‘일자리 창출이라니, 비정규직 문제부터 해결해라’, ‘고질적인 협럭업체 갑질 문제부터 바로잡아라’ 이제껏 삼성이 과오(?)에 대한 비판의 문장들이 머리에서 술술 흘러나왔다. 하지만, 최근 삼성이 보여준 행보는 우려와는 많이 달랐다.

삼성은 계획에 들어있는 항목 하나하나 약속을 지켜나가고 있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움직임은 대기업으로서의 ‘상생’에 대한 움직임이다. 이것이 의도적이든 의도적인 것이 아니든, 과거와는 현격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삼성은 샌프란시스코 개발자 대회에 이어 빅스비 개발 프로그램을 국내에서 정례화 하기로 했다. 글로벌 대기업이 오픈 플랫폼,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구한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스타트업과 잠자고 있는 소프트웨어 업체에게 또 다른 희망알 수 있다.

빅스비는 AI 플랫폼으로 소프트웨어가 절실하다. 삼성의 입장도 마찬가진 것. 구글어시스턴트와 아마존 알렉사가 세계 AI서비스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은 빅스비라는 독자노선을 택했고, 삼성만이 가진 하드웨어의 진화에 따라 구글 AI와 차별화를 두겠다는 기본전략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이번 빅스비의 오픈소소 전략이 시기 적절하게 들어맞았다. 소프트웨어 개발자, 스타트업 등이 빅스비의 개발자가 돼, 빅스비를 활용하면 할수록 머신러닝 기능을 통해 삼성 빅스비 안에 축적되는 데이터가 늘어나는 그야말로 ‘상생’이 구현된다. 대기업과 소프트웨어 업체, 그리고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중소기업 등 AI의 생태계가 구축되는 하나의 통로가 될 수 있다.

삼성서비스 비정규직의 정규직, C랩을 개방해 향후 5년간 300개 외부 스타트업 지원, 협력업체 스마트공장 구축, 계열사 노조 인정, 사회문제로까지 번졌던 반도체 등 직업병 전면 보상 등 최근 1년간 삼성이 보여준 행보들은 의아할 정도다. 지난 정부 혹은 전 회장에서 쌓여왔던 고름들을 하나 둘씩 터트리는 기분이다. 물론 아직은 보여지거나 들리는 현상만으로 나온 판단일 수 있다. 어쨌튼 과거의 과오 해결에서 한 걸음 나아가 기업간 ‘상생’을 수혜적인 지원이 아닌 사업적으로 풀어가고 있는 ‘빅스비’ 오픈 플랫폼 전략은 기분좋은 구상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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