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의혹에 시민사회 “정부의 ‘공정경제’ 기조와 배치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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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의혹에 시민사회 “정부의 ‘공정경제’ 기조와 배치돼”
  • 박숙현 기자
  • 승인 2018.10.2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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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화 자체가 불공정” 목소리 커져
자유한국당 김용태 사무총장이 21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며 서울 교통공사 채용 비리와 관련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서울교통공사에서 일부 직원들의 친·인척이 비정규직으로 대거 입사, 비교적 쉬운 시험을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노동계와 취업준비생 사이에서는 ‘정부의 공정경제 기조와 배치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재벌세습이라는 적폐를 없애기 위해 경제민주화와 공정경제를 화두로 제시했지만 정작 고용시장에서의 일자리세습에는 눈을 감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동운동가 출신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은 매일일보와의 통화에서 서울교통공사 채용특혜 의혹에 대해 "재래식 변기를 아파트 안에 넣어두면 아무리 막아도 냄새가 난다"며 강도 높은 표현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공공부문이 사회적 보상체계를 왜곡하고 있고 그 특권이 문제의 근원"이라며 "그런데 정부는 그것을 제거하는 방향이 아니라 오히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해 불공정을 더 늘리고 있다"고 했다.

특히 김 소장은 "공공부문의 세습채용은 정부의 '공정경제' 기조와도 배치된다"며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한다면 공정한 시험이라도 거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니 기존에 이미 입사한 이들이 쉽게 정보를 입수하고 (친인척을) 집어넣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부터 소득 불평등이 심화하고 성장 동력을 잃은 현재의 경제 구조를 바꾸기 위해 '공정경제'를 실현해야 한다는 경제 정책방향을 제시해왔다. 특히 일자리와 관련해선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공공부문 채용비리' 당사자를 사실 확인 즉시 해임하고 실명을 공개하는 등 처벌 강화에 나서왔다. 그러나 이번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의 채용 비리 의혹은 정부의 정책 모순을 단면 그대로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1차적으로는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이 잘못된 것이다. 공공부문 일자리와 특권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정규직 전환 정책을 그대로 둘 것이라면 공정한 채용 절차라도 밟도록 해야 한다"며 "이 부분(서울 교통공사 정규직 전환 과정)에 대해선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청년층을 대변하는 시민단체는 일단은 신중하게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은 "원론적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서울교통공사 세습채용 의혹과 관련해선 "아직 드러나는 사실관계가 부족한 부분이 많아 좀 더 추가적인 규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서울교통공사 세습채용 의혹에 대한 진실을 규명해달라는 청원글이 올라와 21일 현재 2000명 넘게 동의를 얻었다. 해당 청원인은 "기술 하나 없는 사람이 정비하는 지하철을 뭘 믿고 이용하라는 건가. 시민들을 다시 우롱하는 행위가 아닌가"라며 "정부차원에서 서울교통공사의 무기계약직의 정규직화 과정을 여과없이 조사하고 채용에 편법이나 비리, 특혜가 없었는지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려달라"고 했다. 또 다른 청원인은 "비정규직들이 인맥 등으로 무기계약직이 됐고 아무런 자격요건 없이 굴러들어와서 지금은 시험쳐서 온 정규직보다 더 갑질"이라며 "공정한 시험이 있는데 왜 이런식으로 뒷구멍으로 들어와서 정규직이 되는 것 자체가 차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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