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 한나라, 갈팡질팡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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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우외환 한나라, 갈팡질팡 이명박
  • 최봉석 기자
  • 승인 2007.10.26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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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50여 일…‘BBK’ 주가조작 의혹 범여권의 파상공세부터 이회창 출마설까지, “이거 머리 아프네~”

녹록치 않은 주변 환경…억세게 운좋은 후보 ‘별칭’ 언제까지 이어질까?
일각, 천길 낭떠러지 추락 ‘시간문제’, MB 캠프 긴장 속 ‘초비상’ 주의보

[매일일보닷컴] 지지율 50%대.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의 지지율 강세가 여전하다. 온갖 비리 의혹이 터져 나오고 있지만 ‘억세게 운이 좋은 후보’라는 말도 나올 정도로 이명박의 인기는 여전하다. 이 후보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그래서 이 후보의 대통령 당선은 ‘시간문제’라는 말이 현재로선 꽤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하나씩 물이 새어나오게 되면 항아리가 깨지는 건 시간문제라는 말처럼, 이명박 후보를 두고 천길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지는 것 역시 ‘시간문제’라는 주장도 덩달아 제기되고 있다.

왜 그럴까. 대선이 5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경제 문제 등 차별화된 대선정책 등을 통한 당선 가능성의 긍정적 기대와는 달리 이 후보의 주변 여건은 그리 녹록치 않다. 대선은 다가오고 있는데 ‘집안’의 소소한 문제가 겹치면서 지지율 하락의 조짐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BBK 주가조작’ 사건을 둘러싸고 이 후보의 주가조작 및 돈세탁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며 범여권의 파상공세가 치열한 상황을 계기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재출마설이 정가를 휩쓸고 있다.

당이 이처럼 ‘내우외환’으로 갈팡질팡할 때 이 후보 보호를 위한 장치, 그러니까 당이 ‘화합’을 해야 할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는데 이 후보 선대위 고문을 맡은 박근혜 전 대표의 지원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전 총재가 전국 투어 일정을 짜고 있다는 설부터 시작해, 이회창-박근혜 연대설까지 흘러나온다. 주변 환경이 후보의 입장에서 봤을 땐 ‘하나하나 맘에 안들어~’다.

▲ <사진제공=뉴시스>
요즘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 “걱정마! 잘될꺼야~”라며 겉으로는 호탕하게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울고 있을지 모른다. “너무 힘들다”며 주변 참모들에게 고충을 털어놓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명박 후보의 심리에 대한 이 같은 ‘추측’이 근거 없는 ‘억측’이 아닌 이유는 한나라당 내부의 사정을 들여다보면 이명박 후보의 애타는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

요즘 국정감사를 보면 화두는 단연 이명박 후보의 ‘BBK 주가조작 사건’이다. 국감을 앞두고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됐던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겨냥한 범여권의 총공세’와, 이로 인한 ‘행정부 감시라는 국감의 본질적 기능 실종’이라는 관측이 그대로 맞아 떨어지고 있다.

국감장에서 터져 나오는 범여권의 파상공세 상당수가 이명박 후보와 관련된 의혹임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달리고 있는 점은 그야말로 ‘놀라운 일’에 가깝지만, 그렇더라도 이번 국정감사 시즌은 이 후보에겐 여전히 골치 아픈 시간의 연속이다.

삼척동자도 알다시피 범여권은 현재 이명박 후보를 상대로 전방위적 공세를 퍼붓고 있다. 이 후보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줄 수 있는 의혹들은 모조리 끄집어 내 이슈화를 시키고 있다. 실제로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우 이 후보의 비리의혹을 적극 알리기 위해 캠프 전체의 ‘화력’을 집중한다는 전략을 세워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전략이 만일 성공할 경우, 이 후보의 50%대의 ‘철옹성 지지율’은 11월 중순쯤 30%대로 대폭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번 국감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후보에 대한 의혹은 하나가 터져 나와 이 후보 측에서 해명을 할 때쯤, 새로운 의혹이 추가되는 모양새로 이 후보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이 후보는 이 후보 측 대리인이 BBK 의혹의 핵심인물인 김경준씨의 본국송환 연기를 신청한 것에 대해 ‘이중플레이’ 논란을 겪으면서 불리한 국면에 빠져들고 있는 데, 설상가상으로 최근 박영선 의원의 입을 통해 역외펀드를 이용한 순환출자 의혹까지 받고 있는터라, 한나라당은 뭐가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
뭔가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 살얼음판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범여권의 공격이 골칫덩어리로 전락해버린 상황에서 한나라당을 괴롭히는 또 다른 요소는 이회창 전 총재의 재출마설이다. 이 전 총재가 ‘애매한’ 행보를 하고 있는 까닭에 한나라당으로서는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이회창의 행보는 이명박 후보 대세론의 ‘복병’에 가깝다. 이 후보는 지난 8월 한나라당에 대한 개혁작업에 박차를 가하면서 당을 접수했다. 고정적인 한나라당 지지자들로는 정권교체가 어렵기 때문에 진보와 개혁을 아우르겠다는 바람이었다.

그러나 이 후보의 이 같은 뜻과 달리 한나라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은 ‘보수층’에 가깝기 때문에 ‘사상적인 면이나 이념적인 면에서 봤을 때’ 적잖은 갈등과 마찰이 생기고 있는 상황이다. 이 전 총재의 출마 가능성은 여전히 낮지만 그의 출마설은 보수층의 결집과 정치권의 또 다른 ‘헤쳐모여’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뜸’을 들이고 있는 이 전 총재의 행보에 한나라당이 발을 동동 굴리는 요인이다.

이 후보의 ‘재출마설’은 지지세력들의 입과 행동을 통해 불거지고 있지만 사실 이 전 총재의 최근 행보도 심상치 않다. 지난 24일 보수성향 시민단체인 ‘국민행동본부’가 주최한 ‘대한민국 사수 국민대회’에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특별 연사로 참석했다. 그가 대중 장외집회에 모습을 내비친 것은 지난 2002년 대선 패배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다음 날인 25일에는 서울 중구 대우재단빌딩에서 열린 ‘독도의 날’ 선포식에 참석하는 등 이틀 연속 대중 연설에 나서면서 사실상 정치행보를 재개해 ‘출마설’을 은연 중에 뒷받침하고 있다.

이 후보 측은 이 전 총재의 출마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이명박 후보도 마찬가지다. 이 후보는 지난 19일 서울의 한 미술관에서 열린 문화ㆍ예술인들과의 가진 정책간담회 직후 이 전 총재의 출마설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이 후보 측 한 관계자는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50% 이상을 넘는 상황에서 (이 전 총재가) 쉽게 출사표를 던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 정치 역사를 보면 ‘은퇴한’ 정치인들의 ‘출마설’은 그 즉시 출마로 현실화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유권자의 뜻”이라며 사실상 정치재개 의사를 밝히곤 했다.

은퇴 정치인 꼭 ‘출마’, 이회창도 예외일 수 없어

▲ 24일 오후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서울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UN창설 62주년 대한민국 사수 10.24 국민대회에 참석 후 행사장을 나가고 있다.
물론 이 전 총재도 예외일 수는 없다. 이런 까닭에 이명박 후보 측 입장에서 이 전 총재의 출마를 적극적으로 만류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당 상임고문들이 최근 개인 자격으로 이 전 총재를 예방하는 등 이 후보 측은 우회적인 설득을 통해 이 전 총재의 출마를 만류 중이다.

하지만 이명박 후보와 이회창 전 총재와의 보이지 않는 대립구도는 이 후보 측이 이 전 총재의 출마를 적극적으로 만류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명박 후보는 서울시장 재직시절,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솔직히 노무현ㆍ이회창을 놓고 인간적으로 누가 더 맘에 드냐 하면 노무현”이라며 “이쪽(이회창)은 너무 안주하고 주위에서 둘러싸고 하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 이후 양측의 갈등이 심해졌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전언이다.

만약 이 전 총재가 출마를 진짜로 선언할 경우,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이 되기 위해 ‘필요한 지원군’이 경선 라이벌이었던 박근혜 전 대표라고 한다면, 박 전 대표 측의 ‘외면’도 이명박 후보 측을 심난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박근혜의 주력 부대가 빠져나간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과연 대선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오갈 정도다. 특히 박근혜가 총선을 대비해 신당을 만들 경우 한나라당에 남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는 루머도 떠돌고 있어 한나라당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25일 오후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국립환경과학원, 국립생물자원관, 국립환경인력개발원, 한국환경기술진흥원, 친환경상품진흥원 국정감사에 참석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생각에 잠겨 있다.
박 전 대표 지지자들 사이에선 “뭉쳐야 내년 18대 총선에서 살아남는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명박 후보로는 대선에 승리할 수 없으니 차라리 박근혜를 중심으로 내부 결속을 하자는 메시지에 가깝다.

이에 따라 이 후보 측은 대선 승리를 위해 박 전 대표의 ‘도움’과 ‘협조’를 이끌어 내기 위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후보 측 한 측근은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설이 나돌고 있는 상황에서 박 전 대표의 협조를 얼마나 잘 얻어내느냐가 대선승리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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