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민심] “경제만 살린다면 역사에 길이 남을 대통령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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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민심] “경제만 살린다면 역사에 길이 남을 대통령 될 것”
  • 박숙현 기자
  • 승인 2018.09.26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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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남북정상회담 추석 민심 화제 '놀람' 연발 / 지역과 세대 불문 민생 등 경제분야는 혹평
추석 연휴 막바지인 25일 오전 서울역에서 고향을 다녀온 귀경객들이 역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박숙현 박규리 김나현 조현경 기자] 추석 연휴 기간 세간에서는 먹고사는 문제와 함께 평양 남북정상회담이 화제였다. 호남·영남·수도권 등 지역을 불문하고 시민들은 평양회담 성과에 대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기대 이상의 급진전에 전쟁을 경험한 세대는 ‘믿기 힘들 정도의 변화’라고 했고, 군복무를 경험한 젊은 세대와 자녀를 군에 보내야 하는 부모들은 ‘평화로운 한반도’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하지만 이 같은 놀람과 흥분도 경제 문제로 와서는 차갑게 식었다. 불경기와 실업대란, 부동산 대란에 대한 성토가 줄을 이었으며, 남북 관계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민생 문제 해결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경제만 살린다면 역사에 길이 남을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수도권 일부선 남북관계 과속 우려

26일 서울에서 만난 직장인 신우선(가명·30대·남)씨는 “계속된 북한의 도발로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주변에 이민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해외에 있는 사람들이 더 전쟁을 걱정해서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큰 동요가 일기도 했다”며 “그런데 요즘 통일 얘기가 나오니 놀랍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남북 간 종전선언 논의에 대해서는 “궁극적으로 통일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지만 너무 급진적으로 하는 것보다는 차근차근 잘 준비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학 졸업반인 이정우(가명·20대·남)씨도 “남북 간 오랜 긴장감 속에서 평화적인 분위기가 보이는 것은 긍정적이다. 군대를 다녀온 입장에서 전쟁 위기의 긴장감이 얼마나 무서웠는지 알기 때문에 더 와닿았다”며 “평화적인 분위기를 끝까지 이어나가서 실제 진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남북 관계에 대한 평가와는 달리 수도권 민심은 경제 문제에 있어 물가와 경기 등 곳곳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컸다. 서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배순희(가명·50대·여)씨는 “식당에 꼭 필요한 쌀값도 작년보다 크게 올랐고, 야채도 가격이 올랐다”며 “불경기에다가 원자재, 인건비가 급상승해 울며 겨자 먹기로 장사하는 중이다. 작년보다 매출이 반으로 떨어졌지만 가격을 더 올릴 수도 없는 처지”라고 했다.

취업을 준비 중인 이상훈(가명·20대·남)씨는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대해 “일자리 창출이라는 취지는 좋으나 노동시간 규제 등 기업을 옥죄는 것은 역효과만 낼 것”이라며 “얼어붙은 일자리 시장을 녹이려면 규제완화 및 기업 자체의 자율적인 운영이 필수적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또 “집에서 제사상을 준비하는데 체감물가가 너무 올랐다. 평화를 이루는 것도 좋지만 국민들 삶을 우선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부산 등 영남선 “남북 믿기 어려운 진전”

영남 민심도 수도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추석 연휴에 부모님 집을 방문해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 김성민(가명·50대·남)씨는 “가족끼리 모여 있으면 정치 얘기는 빠질 수 없는 주제다. 이번 연휴 정치 핵심은 문 대통령이 11년 만에 북한의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난 것”이라며 “아직도 전쟁을 겪으신 부모님은 남북 간 평화 논의가 이 정도로 진전된 사실이 잘 믿기시질 않는 모양”이라고 했다.

군대에 간 아들을 둔 서현숙(가명·50대·여)씨는 “아들이 군대생활을 하는 동안 남북이 평화를 지향하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으로부터 한반도에서 전쟁을 안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오신 것에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앞으로 있을 북미정상회담이 틀어졌을 경우, 혹시라도 상황이 더 심각해져 전쟁이 일어나는 것 아닌가 늘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영남 민심도 경제문제에 있어서는 차가웠다. 자영업을 하는 박유림(가명·20대·여)씨는 “문 대통령은 외교적인 힘을 쏟느라 국내 문제는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며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남북이 올해 안에 동·서해선 철도와 도로 연결 착공식을 하기로 했다. 물론 남북 경협을 통해 우리 경제가 크게 살아날지는 모르겠지만 당장 내일을 걱정하는 시민들 걱정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호남선 “백두산 올라가는 것 보니 가슴 뭉클”

추석 연휴 기간 DJ(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 목포·신안의 민심도 온통 남북정상회담에 쏠리기는 마찬가지. 목포 여객선터미널에서 만난 김지은(가명·50대·여)씨는 “문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해서 지지율이 올랐는데 그만큼 국민들이 정상회담으로 인해 대통령을 훨씬 신뢰하게 된 것 같다”며 “두루두루 민심을 봤을 때 대단한 일을 한 것 같다. 지금까지 못했던 일, 백두산에 같이 올라가는 것을 보니까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는 경제 정책에 대해선 비판적이었다. 그는 “대통령이 다 잘할 수는 없다. 잘한 것은 잘했다고 하고 못한 것은 채찍도 해야 한다”며 “보름 전에 서울에 갔는데 건설업에 종사하는 친척들이 대통령을 엄청 안 좋게 얘기하더라. 부동산이나 이런 것에서 굉장히 부정적이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경제만 살린다면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대통령이 될 것 같다”고 했다.

경제 문제에 있어선 젊은 층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호남 소재 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인 박정훈(가명·20대·남)씨는 “주변 친구들 중에 올해 최저임금이 올라 아르바이트를 관둔 친구들도 있다. 일자리 고용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는데 특히 지방대를 다니는 친구들은 집이 없어 서울에 올라가지도, 일자리 없는 지방에 남아 있기도 뭐해 더 죽을 맛”이라며 “다들 공무원 시험만 바라보고 있다”고 했다.

한편, 호남 지역 민심이 특정 당에 편중된 분위기는 보이지 않았다. 최길상(가명·60대·남)씨는 “우리는 민주평화당이고 민주당이고 그런 것 안 따진다. 민주당이 잘하면 민주당, 평화당이 잘하면 평화당 찍는다. 꼭 대통령 당이라고 지지하는 것 아니다”라고 했다. 임정녀(가명·50대·여)씨는 “남북관계 면에서 문 대통령이 잘 하고 있어 더 믿음이 가는 게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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