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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대기업 총수가 ‘ 들러리 ’

[매일일보 연성주 기자] 18일 열린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대기업 총수들이 특별수행원으로 동행했다. 방북단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김용환 현대자동차 부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를 포함한 재계 인사들이 다수 포함됐다.    

청와대가 꼭 집어서 방북을 요청했다고 한다. 북한이 실질적 대북 투자 결정권을 쥔 대기업 총수들의 방북을 강력히 희망했고 정부도 이를 수용했다는 것이다.

일부 대기업들은 미국과 유엔의 대북 제재가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방북에 동행했다가는 해당 기업이 미국의 워치리스트에 오를 가능성을 우려해 주저했다고 한다. 미국 국무부가 17일 방북하는 한국 대기업 총수들에 대해 "유엔 제재를 이행하길 기대한다"고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도 큰 부담이다.  기업들은 미국과 청와대의 눈치를 동시에 보고 있다.

대통령 정상외교에 기업인들이 동행하는 것은 기업 차원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사업 기회를 정상외교의 힘을 빌어 타개하기 위해서다. 총수들이 현재 정부의 도움을 받아서 북한에서 하고 싶은 사업이 과연 있는지 의문이다.

지금 북한에 필요하고 수용 가능한 것은 임가공 산업이다. 싼 노동력을 이용해 만든 저가 소비재를 수출해 외화를 벌어들이는 것이다. 딱 개성공단 수준이다. 또 시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시장이 커질 잠재력도 거의 없다.

최첨단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4대 그룹 총수들이 북한에서 얻을 것은 거의 없다고 본다.

여기에 북한은 엄격한 국제 제제를 받고 있다. 미국은 북한과 거래하는 기업들에 대해 국제시장에서 퇴출시키고 있다. 자칫 북한에서 사업을 하겠다고 나섰다가는 미국의 제재 리스트에 오를 수도 있다. 우리 기업들은 북한에서 사업을 당장 원하지 않는다. 인프라가 아직 깔리지 않고 시장도 불투명한 북한 땅에서 사업을 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사례에서 보듯이 대북 사업은 정치적 변수로 언제든지 중단될지 모른다. 특히 북핵 문제는 요즘 아무런 진척도 없는 상황이다. 이런 판에 누가 북한에 투자하겠는가. 그래서 재계는 이번 남북정상회담 수행단을 경제단체장과 공기업대표 중심으로 꾸려지기를 기대했다.

기업들은 사업성이 있으면 투자를 하고 사업을 영위한다. 그러나 돈이 안 되는 사업에는 절대 투자하지 않는다. 20여년전 남북 화해무드가 본격 무르익으면서 국내 대기업들이 저마다 대북사업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현대그룹을 제외하고 대부분 기업들은 북한에 한푼도 투자하지 않았다. 당장 북한에 투자해야 수익을 올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룹 총수들을 적폐라면서 청산해야 할 대상으로 몰아세울 때는 언제이고 필요하니까 손을 벌리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원치않는 대북사업을 절대로 기업에 떠넘겨서는 안된다. 

분단위로 시간을 쪼개가면서 사람을 만나고 글로벌 현장을 누비면서 기업의 미래에 대해 고민해야 할 총수들이 당장 사업을 추진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방북하는 것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정부는 굳이 대기업 총수들을 ‘들러리’ 세우려는 이유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본다.

연성주 기자  sjyon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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