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위생 불량보다 나쁜 ‘대응 불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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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위생 불량보다 나쁜 ‘대응 불량’
  • 안지예 기자
  • 승인 2018.09.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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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안지예 기자] 최근 식품외식업계에 또다시 위생 논란이 고개를 들고 있다. 매해 이물질 혼입, 세균 문제, 식중독 발생 등이 도마 위에 오르는 가운데 소비자들은 기업의 ‘불량 대응’으로 또 한 번 기만당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남은 회를 재사용해 파장을 일으킨 해산물 뷔페 토다이가 대표적이다. 문제가 된 매장에서는 초밥 위에 올라간 찐 새우, 회 등을 걷어 데쳐 롤이나 유부초밥 등에 다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다이 측은 음식을 재사용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손님이 손대지 않은 음식을 재가공한 것은 식품위생법상 문제가 없다’는 해명을 내놔 공분을 샀다. 논란이 커지자 결국 토다이 측은 사과문을 게시하고 “음식물 재사용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맘스터치도 지난달 햄버거에서 이물질이 발견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당시 맘스터치 햄버거를 먹은 A씨는 패티에서 알 수 없는 이물질을 발견했고 이후 밤새 구토와 복통을 겪었다. 본사의 무성의한 태도는 A씨의 화를 더욱 키웠다. 이 고객은 먹다 남은 햄버거를 얼린 뒤 해당 이물질이 무엇인지 본사에 확인을 요청했지만, 맘스터치 측은 냉동 상태로 수거해간 시료가 부패해 성분 분석이 불가능하다는 답변만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 먹거리’를 표방하는 풀무원도 최근 케이크 식중독 사태로 체면을 구기고 있다. 문제가 된 초코 케이크 제조는 더블유원에프엔비가 했지만 이를 납품한 곳이 풀무원 계열사인 풀무원푸드머스였기 때문이다. 현재 해당 초코케이크를 먹고 식중독 증세를 호소하는 의심 환자는 무려 2200여명을 넘어선 상황이다.

풀무원은 식약처의 판매·유통 중단 발표 바로 다음날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회사 측은 “풀무원푸드머스는 최근 제조협력업체에서 납품받아 학교급식업체에 공급한 초코블라썸케익으로 인한 식중독 의심 피해자와 고객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해당 제품은 식품제조업체인 더블유원에프엔비가 지난 8월 말 생산한 제품 중 일부”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문제가 된 제품은 제조업체로부터 납품받았다’, ‘유통판매업체로서 사과한다’는 점을 유독 강조했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발빠른 사과에도 소비자들이 씁쓸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급식업체와 소비자들은 그 제품을 곧 ‘풀무원’으로 인식하고 이용했기 때문이다.

다만 풀무원 푸드머스는 향후 식중독 의심환자의 병원 치료비 전액과 학교 급식중단에 따른 피해를 배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24시간 피해 상담센터도 운영한다. 푸드머스 측은 제조업체의 위생과 내부안전기준을 재점검했으며 해당 제품의 원재료 및 완제품에 대한 식중독 원인을 정밀조사해 식중독 재발방지를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식품 위생 논란에도 기업 측은 이를 인정할 경우 더 큰 피해가 돌아온다고 여기는 듯하다. 때로는 적극적인 사과와 책임 떠안기가 오히려 이득이 될 수 있다. 위생 불량이라는 한차례 실수는 할 수 있지만 부실 대응이라는 두 번째 실수는 소비자들이 실수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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