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강화된 기업 회계감리…기울어진 운동장 되진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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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강화된 기업 회계감리…기울어진 운동장 되진 말자
  • 홍석경 기자
  • 승인 2018.09.04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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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증권업계의 기업공개(IPO) 시장이 올 들어 크게 위축한 모습이다. IT·제약바이오 열풍 속에 연말까지 꾸준하게 신규 상장이 이어졌던 지난해와는 확실히 다르다.

한국거래소와 유관기관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코스닥 기업공개(IPO) 기업 수는 27개에 그쳐 지난해(99개)보다 크게 저조하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완료 기업도 3개사로 상장청구 기업 12개사보다 현저히 낮다.

특히 금융당국이 IPO(기업공개) 청구 기업에 대해 사실상 전수 감리를 목표로 내세워 감리 대상 기업 수가 기존 청구기업의 30% 수준에서 올해 50~60%까지 높아졌다. 감리대상 기업 수가 늘어나자 공모시장의 상장 일정이 전반적으로 지연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 올해 기대를 모았던 대기업 계열사의 상장도 줄줄이 지연하는 상황이다. 올해 ‘최대어’ 중 하나인 카카오게임즈에 대한 한국공인회계사회의 카카오게임즈 회계감리는 3개월가량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6월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지만 감리가 끝나지 않아 아직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거래소의 심사 승인을 받아도 감리가 끝나지 않으면 증권신고서 제출 등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연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현대오일뱅크’ 역시 지난달 상장예비심사는 통과했지만 회계 감리가 아직 진행중이다. ‘바디프렌드’도 최근 감리 대상으로 지정된 것으로 알려져 연내 상장 가능여부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상장 지연이 연말까지 지속하면 5년래 처음으로 1조원 이상 공모금액을 기록한 기업이 전무한 해가 될까 우려도 보인다.

심사승인을 받은 기업은 6개월안에 상장을 마쳐야 한다. 일부 공인회계사회가 감리를 통보한 이후에는 정확한 일정을 피감리 회사와 공유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특히 지정감사인제도에 이어 감리까지 별도로 하는 것은 자칫하면 이중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 기업들을 샘플링(일부 추출)하지 말고 감리 자체를 상장 프로세스로 넣어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대안이 제시된다.

보통 기업이 IPO 계획을 짤 때 자금 조달 및 투자 일정을 촘촘하게 계산하고 여기에 발담근 투자자들 역시 투자와 회수 등에 대한 계획이 있는데 불확실성은 시장 활성화에 걸림돌이 될 뿐이다.

금융위원회도 이 같은 업계 의견을 수렴해 하반기 회계 개혁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금융위는 현재 국내 상장 예비 기업들이 이미 해외 기업들과 달리 지정 감사제를 적용받는 상황에서감리보다 효율적으로 회계장부를 검사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투자자 보호를 위해 기업에 대한 회계 감리를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데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다만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닌, 규제와 성장의 균형을 바로 잡아가며 정책 강도를 높여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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