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렁에 빠진 한나라, 오세훈은 계백? 물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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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렁에 빠진 한나라, 오세훈은 계백? 물귀신?
  • 김경탁 기자
  • 승인 2011.08.19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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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유승민 직격토로 “당, 이제라도 주민투표 거리 둬야”

[매일일보] 무상급식 지원범위를 놓고 벌어지는 서울시 주민투표가 오는 24일 벌어지는 가운데 투표일을 일주일도 남겨두지 않은 지난 18일, 유승민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해서 쓴소리를 던져 화제가 되고 있다.

친박(박근혜)계를 대표해 당 지도부에 입성한 유승민 최고위원은 “왜 당이 스스로 깊은 수렁에 빠지면서 투표에서 지면 당이 망한다는 식의 얘기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당은 주민투표에 이겨도 곤란해지고 져도 곤란해진다”고 지적했다.

“주민투표 지면 한나라당 망할 수 있다”는 나경원에 발끈

유승민 “지든 이기든 상당히 곤란한 위치 처할 게 분명해”

당론은 ‘70% 복지’인데…오세훈 50% 주장, 복지 정책 후퇴

유승민 “이미 친환경무상급식 실시한 김문수는 민주당이냐?”

18일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 공개석상에서 유승민 최고위원은 “발언을 최대한 자제하려고 했는데 오늘 한마디 해야 되겠다”며, 전날 보도된 나경원 최고위원의 <조선일보> 인터뷰 기사 내용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 나경원 최고위원 “오세훈은 계백”
나경원 “계백 죽고 백제 망했다”

나경원 최고위원은 인터뷰에서 “서울 현역의원, 당협위원장의 3분의 1밖에 안 움직인다”며, “대통령께서 주민투표를 지지했는데 일부 지도부는 오 시장을 비판하거나 불만을 터트리고 어떻게 하면 주민투표에서 발을 뺄까 궁리만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서 “친박과 소장파는 남의 일처럼 생각하고 있고, 친이는 이미 와해돼서 보이지 않는다”며, “운명 공동체라는 생각 없이 오히려 오 시장과 차별화하는 게 이익이라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나 최고위원은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서도 “오 시장은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면 박 전 대표가 도와줄 줄 알았는데 전혀 움직임이 없다”면서 “당원이든 의원이든 (주민투표 지원에는) 예외가 있을 수 없지 않으냐”고 주장했다.

이어서 “계백 장군이 황산벌에서 죽고 나서 백제가 망했듯이 이번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지고 나면 한나라당이 망할 수 있다”면서 “민주당이 일사불란하게 투표 거부운동을 벌이는 것을 보면 부럽기까지 하다”고 했다.

나 최고위원은 “지금 추세로 가면 투표율이 20%대 초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계파를 넘어 총력전을 펴야 (투표 유효 기준인) 33.3%가 가능하다”며, “주민투표에서 지면 수도권 총선에서 최악의 상황에 몰릴 수 있다. 한나라당을 대신하는 새로운 외곽 보수 정당이 등장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유승민 “이기면 50%가 당론되나?”

▲ 유승민 최고위원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유승민 최고위원은 “주민투표에서 지면 한나라당이 망한다는 발언이 만약 사실이라면 우리 한나라당은 그동안 집권여당, 공당이 이 무상급식 문제에 대해서 당론을 정하는 정책의총 한 번 열지 않고, 지금 16개 광역시도 중에 일개 서울시의 단체장이 혼자 결정한대로 당이 지금 이끌려왔다”고 꼬집었다.

유 최고위원은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해서 정책의총을 열어서 당론을 정하려는 그런 노력을 해본 적이 있느냐”면서, “오세훈 시장이 이번에 서울시민들한테 물은 2014년까지 50%까지만 무상급식을 한다는 게 지금 한나라당의 당론이 맞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서 “그리고 이번 주민투표에서 우리가 이기면 그러면 50%, 2014년, 이것을 우리 당론으로 정할 것이냐”며, “이게 다 사실이 아닌데 왜 오세훈 시장이 당과 한 번도 상의한 적이 없는 이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해서, 왜 당이 이렇게 깊은 수렁에 빠지면서 우리 스스로 이번 주민투표에서 지면 당이 망한다, 이런 이야기를 왜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최고위원은 “무상급식에 대해서 당 안에 다양한 목소리가 있기 때문에 한번 의견을 수렴하자고 몇 번 제안을 했는데 계속 묵살이 되고, 주민투표에 대해서 남경필 최고위원과 제가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의사로 ‘주민투표를 지원하겠다’고 끌려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해서 지금이라도 중앙당이 거리를 어느 정도 두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이 주민투표에서 지면 지는 대로 이기면 이기는 대로, 우리 당은 상당히 곤란한 위치에 처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서울시는 16개 광역시도 중에 한 개에 불과하다”고 언급한 유 최고위원은 “경기도에서 친환경무상급식을 이미 하고 있는 김문수 도지사는 민주당 도지사인가. 우리 한나라당 도지사이다”라고도 말했다.

유 최고위원은 “지금 영남지역에 무상급식을 주민투표에 부치지 않고, 무상급식을 향해서 단계적으로 나아가는 그런 광역단체가 이미 있다”며, “그런 것을 다 무시하고, 지금 왜 16개 광역단체 중에 일개 단체장이 정한, 당과 상의도 없이 정한 방침이 그게 무슨 당론인가”라고 반문한 뒤 “이 문제에 대해서 당이 앞으로 일어날 여러 가지 사태에 대해서 당이 만반의 준비를 해나가고, 주민투표 이후에 대해서도 충분한 대비책을 세울 것을 촉구한다”는 말로 이날 발언을 마무리했다.

나경원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성전”

유 최고위원의 발언과 관련해 남경필 최고위원도 “무상급식 관련해서 지금 투표를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에 그동안 특별한 얘기는 안했지만 딱 두 가지만 말씀드린다”며, 오 시장이 거취문제를 투표결과에 연동하는 것은 옳지 않고, 앞으로 한나라당은 갈등을 양산하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해결하는 정치로 가는 것이 맞다고 거들었다.

유승민 남경필 최고위원의 간곡한 발언에도 나경원 최고위원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오히려 “한나라당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꼭 해야 할 성전”으로 규정하면서, “이것을 오세훈 서울시장이 혼자 싸우도록 두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나 최고위원은 주민투표 찬반에 대한 당내 합의가 필요하다는 유승민 최고위원의 지적에도 “무상급식에 대해 당내 의견이 계속 있어왔고, 당은 전부에게 공짜로 주는 것을 반대하는 ‘선별적 복지’를 주장했다”며, “‘선별적 복지’에 대해서는 다소 수정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무상급식을 다시 쟁점화하자는 데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유승민 최고위원
20%도 지나친 낙관?

나경원 최고위원이 언급한 데로 이번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한나라당이 계파를 넘는 총력전 펴야 33.3%를 간신히 넘길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지금 추세로 가면 투표율이 20%대 초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나 최고위원의 전망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것이다.

이번 주민투표와 마찬가지로 치러졌던 2008년 교육감 선거(공정택 당선) 당시 투표율이 15.4%였는데, 당시 투표율이 가장 높았던 서초구가 19.6%, 강남구가 19.2%에 그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교육감 선거는 이번 주민투표와 마찬가지로 정당의 공식 개입이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한나라당이 공정택 후보를 전폭 지원했던 점을 감안하면 한나라당 조직의 3분의 1밖에 움직이지 않고,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에서는 적극적인 투표거부 운동을 벌이고 있는 주민투표가 33.3%는 커녕 20%를 넘기기도 힘들다는 전망이 나온다.

오 시장이 주민투표 직전에 투표결과에 시장직 진퇴여부를 걸겠다고 선언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오 시장은 “사퇴 선언을 하더라도 막판에 해야 한다”며 “시장직을 걸겠다고 하면 유권자들이 관심을 더 갖게 돼 투표율이 5%포인트 이상 올라가지 않겠냐”고 말했지만 이는 오히려 투표율을 더욱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양날의 칼이다.

더욱이 한나라당 내부에서 오세훈 시장에 우호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들조차 오 시장이 ‘진퇴문제’를 주민투표에 거는 것에 부정적이라는 점도 문제이다. 그가 사퇴해 치러지는 10월 보궐선거에서 야당에 패할 경우 그렇지 않아도 불투명한 내년 총선과 대선 전망에 더 큰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오 시장이 지난 12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결심이 서면 (시장직 사퇴문제에 대해) 당을 설득하겠다”고 가능성을 열어둔 것에 대해 ‘적극 나서지 않으면 사퇴 카드를 쓸 수 있으니 확실하게 지원해 달라’는 압박으로 해석하고 있다.

오세훈의 고민…‘식물시장’되느니 차라리?!

설상가상 주민소환 서명 시작…자진사퇴 카드도 빛바래

▲ 오세훈 시장
사실 오세훈 서울시장으로서는 시의회의 3분의2를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상급식 주민투표라는 승부수마저 좌절될 경우 남은 임기를 ‘식물 시장’으로 보내야할 수도 있다는 절박감을 안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오세훈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 서명이 시작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은 그렇지 않아도 심난한 오 시장의 마음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6일 서울시 용산구에 사는 시민 이모(47)씨에게 오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투표청구인 대표자 증명서를 교부했다. 서명요청기간은 16일부터 내년 4월14일까지이며, 서명 제외기간은 27일~10월26일, 내년 2월11일~4월11일이다.

이씨는 청구취지 및 이유로 “오세훈 시장이 디자인 서울, 한강 르네상스 등 겉치레 전시행정으로 서민 혈세를 낭비하고 재해 대책비 예산축소로 시민의 안전과 생명보호 의무를 불이행했다”며 “시의회는 출석을 거부하고 아이들 밥그릇 뺏는 탈법 투표를 강행하는데다 민생복지를 외면하고 자신의 치적 홍보에 예산을 낭비했다”고 주장했다.

2007년 경기 하남시와 2009년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치러진 두 차례의 지자체장 소환 주민투표가 모두 투표율 미달로 무효였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주민소환 투표가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보이지만 ‘자진사퇴’ 카드를 꺼내기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임은 분명해보인다.

이렇듯 진퇴양난에 빠져있는 오세훈 시장을 보면서 나경원 최고위원은 백제의 마지막 충신 ‘계백’을 떠올리면서 ‘오세훈 일병 구하기’에 나서고 있지만 야권이나 친박계에서 바라보는 오 시장은 사뭇 다른 느낌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오 시장을 보면 임진왜란 당시 왜장을 끌어안고 남강에 뛰어든 ‘논개’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주민투표 문제에 발목이 붙잡힌 한나라당을 끌어안고 영원히 가라앉아 주기를 기대하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피해자(?) 입장인 친박계의 시선은 비슷한 듯 미묘하게 다르다.

논개가 적장을 끌어안고 의연하게 남강에 뛰어든 것과 달리 오 시장이 당의 발목을 붙잡고 늘어지는 모습은 ‘나 혼자 죽는 건 억울하다’면서 사람들을 물속으로 끌어들이는 물귀신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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