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마음만 앞선 커피전문점 일회용품 규제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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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마음만 앞선 커피전문점 일회용품 규제 정책
  • 안지예 기자
  • 승인 2018.08.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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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안지예 기자]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회용품 사용 규제가 전격 시행된 지 20여일이 다 돼가지만 업계 불만은 여전하다. 정책 도입 초반인 만큼 현장 혼란은 어느 정도 예상된 바지만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산은 아직도 많아 보인다.

애초 환경부는 계도기간이 끝난 지난 1일부터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이 적발된 위반업소에는 과태료가 부과할 예정이었지만 도입 첫날 혼란이 너무 커 이를 다음날로 미루는 일까지 벌어졌다. 환경부와 지자체는 자원재활용법 제41조에 따라 적발되는 매장이 있을 시 매장 면적, 위반횟수에 따라 5만~최대 2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일회용품 사용 규제 첫날 점심시간대 서울 시내 커피전문점을 둘러보니 정책 시행은 무색했다. 매장 대부분에 머무는 수십명의 손님 가운데 다회용컵을 사용하는 인원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매장 직원들은 다회용컵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일회용컵을 내놓기도 했으며 밀려드는 설거지에 노동 강도는 더욱 세졌다. 최근 일부 매장에선 단속에 걸리지 않기 위해 종이컵을 사용하는 꼼수마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업계에서 우려하던 바가 현장에서 그대로 재현된 셈이다.

특히 위반 사실이 적발될 경우 매장에만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침은 제도 정착에 득이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점주들의 반발이 거센 데다 매장을 이용하는 손님들도 일회용컵 사용을 ‘나 몰라라’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과거 PC방 금연법이 시행됐을 때도 업주뿐만 아니라 적발된 흡연자에 대해서도 과태료를 물린 만큼 커피전문점도 업주와 손님 간 책임을 나눠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커피전문점 가맹점주는 “최근 나오는 정책들을 보면 점점 더 자영업자들이 살기 힘든 환경이 되는 것 같다”며 “현장에서 일해보지 않은 사람이 정책을 만드니 이런 사태가 벌어진다”고 당국을 비판했다.

또 다른 커피전문점 매장 직원은 “다회용컵 지원도 부족하고 식기세척기가 없는 매장이라 설거지를 일일이 손으로 하려니 시간도 오래 걸리고 힘들다”면서 “일부 손님들 사이에선 위생 문제도 거론되고 있어 대충 빨리빨리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최근 업계에선 정부 방침에 발맞춰 일회용품 줄이기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국내 주요 커피전문점에서는 종이빨대, 빨대 없이도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컵 등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다양한 정책이 마련된다 해도 현장 상황과 소비자 인식에 괴리가 생긴다면 100% 활용은 기대하기 어렵다.

‘친환경’이 전세계적인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친환경의 길로 들어서야 한다는 취지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다만 마음만 앞선 ‘빛 좋은 개살구’ 정책이 되지 않으려면 현장 의견을 담은 제도적 뒷받침이 함께 수반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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