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특활비 폐지는 다당제 덕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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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특활비 폐지는 다당제 덕분?
  • 박규리 기자
  • 승인 2018.08.16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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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박규리 기자] 1994년 '원만한 의정활동'을 이유로 도입된 이후,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국회 특활비가 25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가 새로운 역사를 썼다"며 ‘일부 의장단 해외출장비'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회 특활비 폐지’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100%의 특활비 폐지가 아니라 안타깝지만 민주·한국, 거대 양당의 영수증 처리를 골자로 한 '꼼수'에도 소수정당(바른미래·정의당 등)이 결국 국회 특활비 폐지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다당제의 가치란 이런 것인가를 온몸으로 실감하게 된다. 소수정당은 지난 8일 특활비를 양성화하겠다는 거대양당을 비판하며 계속해 특활비 폐지를 압박해 왔고, 국민들의 비판 여론을 의식한 거대양당은 마지못해 특활비 전면 폐지로 갈아탈 수 밖에 없었다.

특활비는 역사적으로 정치권력의 최정상부와 맞물려 왔다. 특활비를 마음대로 사용하는 자리에 가기 위해 계파를 만들고 줄을 서면서 정치 기득권이 유지됐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원내대표가 한 달에 5000만~6000만원을 특활비로 쓸 수 있고 상임위원장 역시 1000만원 안팎을 쓰는데, 금일봉 등으로 여기저기 사용된다고 한다. 워낙 오랫동안 유지된 '부정 관행'이다 보니 최근 특활비를 겨냥한 조사에 당황한 국회는 과거 흔적 지우기에 급급하다. 국회사무처가 최근 특활비 지출 내역을 공개하라는 법원 결정에 국민 세금을 들여 항소를 결정한 것도 그 맥락에 있다.

만약 지금 바른미래당과 정의당이 존재하는 다당제 체제가 아니라 민주당과 한국당이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하는 패권 양당체제였다면, 국회특활비 폐지 여론을 이끌어 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특활비가 엄연히 불법인데도 '예산회계특례법'으로 은폐되어 밝혀지지 않다 보니 여야 국회의원 모두 쉬쉬하는 일종의 불문율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3년 전 터져나온 특활비 개선 목소리가 묻힌 것도 이번 국회에서 특활비 폐지 법안을 최초로 발의한 고(故) 노회찬 의원이 정족수 10명을 겨우 채워 법안을 발의한 것도 그 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국민들로부터 다당제의 가치를 입증해 낸 소수정당들은 이제 2020년 21대 총선에서 실질적인 다당제 실현 등을 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및 '선거제도 개편'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는 각 지역구에서 1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현행 소선거구제이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시할 경우 정당별 득표율에 따라 각 정당의 의석수를 먼저 확정한 후 지역구 의석과 전국구 의석을 결정하게 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소선거구제의 대표적 단점인 사표 발생을 막아 국민들의 정당 지지율을 선거에 반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선거구제 개편은 노 의원의 오랜 '꿈'이기도 했다. 특활비로 다당제 가치를 입증해 낸 소수정당이 다당제 사수를 위한 발걸음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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