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업계, 금감원 경고에도 시책 ‘과당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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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보험업계, 금감원 경고에도 시책 ‘과당 경쟁’
  • 박한나 기자
  • 승인 2018.08.09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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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료 인상 및 불완전 판매 요인…당국은 “짬짜미 몰릴 수 있어 권고 수준”
보험사들 “차라리 시책 어길 때 보험사에 확실한 제재 가해 바로 잡아야”

[매일일보 박한나 기자] 보험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손해보험업계가 법인보험대리점(GA) 시책 경쟁에 몰입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와 관련한 검사와 임원 경고를 했지만 경쟁은 사그라지지 않는 양상이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손보사들의 과도한 시책 책정과 관련해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을 대상으로 약 1개월 동안 검사를 벌였다. 보험사의 시책은 보험 상품을 판매할 경우 기본 수수료 외에 추가로 지급하는 유인책이다.

최근 보험사들이 GA 대리점에 높은 시책을 책정해 과당경쟁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와 금감원이 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GA는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취급할 수 있어 시책비가 높은 상품 위주로 판매하는 경향이 있어 보험사들은 타 보험사보다 더 높은 시책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 특히 GA 채널을 통해 신규 계약 절반 이상이 이뤄지고 있어 보험사들은 보험 영업 비수기인 여름 휴가철에도 시장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시책을 올린 것이다.

금감원은 시책 수준을 명시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200∼300%가 적정하다는 인식을 업계에 공유하고 손보사 임원들에게 경쟁 자제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설계사가 따낸 계약의 월 납입보험료가 10만원인 경우 20만∼30만원 넘게 현금으로 한 번에 지급하는 건 과도한 시책비로 볼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손보사들은 금감원의 권고를 우회하는 수법으로 시책을 올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시책 경쟁에 제일 먼저 불을 붙였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영업조직을 대거 정리하고 그 비용을 GA 시책비에 투입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올해에는 7·8·9월 연속으로 일정 금액 이상을 달성하면 해외여행을 보내주는 시책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KB손보는 기본 시책 250%에 150%를 추가하는 시책을 제시했고 현대해상과 DB손보가 연쇄적으로 시책비를 높였다. 이 과정에서 삼성화재는 ‘월 납입보험료 5만원당 무선청소기 1대’라는 파격적 조건을 내걸기도 했다. 시책비 경쟁이 다시 한 번 본격화된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과당 경쟁은 보험료 인상을 일으키는 요인이다. 시책비는 보험료를 결정하는 사업비의 중요 요소다. 시책비 상승이 보험사의 사업비 부담으로 이어지고 보험사는 이를 이유로 보험료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설계사들이 높은 시책을 받기 위해 자신의 이름으로 마구잡이로 계약을 모집, 시책비만 챙기고 해약할 경우에는 불완전 판매도 유발할 수 있다.

GA도 손보사들을 상대로 시책비 경쟁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지만 신규계약의 절반 이상이 GA를 통해 이뤄질 정도로 시장 영향력이 있어 손보사들도 악순환의 고리를 스스로 끊는 게 어려운 실정이다. 금융당국도 이런 사정을 알지만 보험료에 당국이 직접 개입하거나 업계를 종용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담합으로 지적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차라리 금감원이 권고 수준이 아니라 가이드라인을 확실히 정해줬으면 좋겠다”며 “금감원이 아무리 시책 권고를 해도 지금 보험사들 사이에서는 이 권고를 서로 지킨다는 믿음이 있는 것이 아니고 서로 시책을 어기면서라도 경쟁에서 이기겠다는 생각이 팽배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시책을 아예 안 걸 수도 없고 참 답답한 상황”이라며 “보험 소비자들을 위해서는 상품 경쟁력을 가지고 경쟁을 해야 하는데 당국이 시책을 어겼을 경우 확실한 제재를 하지 않는 한 아무리 GA 공시 의무를 강화해도 이는 무용지물이고 시책 경쟁은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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