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시끌벅적한 ‘학원 휴일 휴무제’ 도입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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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시끌벅적한 ‘학원 휴일 휴무제’ 도입 가능할까
  • 복현명 기자
  • 승인 2018.07.25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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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복현명 기자] 여름방학에 접어들면서 대치동 학원가는 더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3일 추석 연휴 연속 특강’, ‘방학 집중 특강’ 등의 문자메시지가 학부모들의 휴대폰에 가득이다.

휴일에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게 하고 싶지만 인기 강의는 금방 마감되기 때문에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일정을 짜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올해 들어 ‘학원 휴일 휴무제’가 거론되고 있다. 사교육 부담 경감을 위해 휴일만이라도 학원 문을 닫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발언에 이어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지난 지방선거에서 대거 당선되면서 도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휴일에 학원 영업을 규제해 학생들의 쉴 권리를 보장하고 사교육 부담을 줄이겠다는 측면에서는 도움이 되지만 학원 보충 학습이 필요한 학생들에게는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또 휴일 학원 휴무를 강제하다보면 역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강남 8학군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사교육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는 이해가지만 아직 현실적으로 성급한 것 같다”고 토로하고 있다.

사교육 절감을 목적으로 오후 10시 이후 학원 영업을 금지했음에도 학원가에선 각종 불법이 난무한다. 밤 10시가 지나면 창문에 빛 가림막을 치고 자정 넘어 강의가 끝나면 뒷문으로 학생을 내보내거나 독서실로 학생들을 보내 연장 강의를 하는 학원들도 등장했다.

2000년대에는 학생부에 외부 대회 수상 경력이나 공인 시험 점수를 게재가 가능해 대치동 학원가는 토플과 텝스 등 각종 영어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로 북새통이었다. 추석과 설 등 명절 연휴면 대규모 특강을 열었고 전국 각지에서 고등학생들이 몰려들었으며 학원비만도 수백만원에 달해 학원가가 성횡했다.

하지만 지금은 교육당국이 외부 대회 수상 기록과 영어 점수 등의 기재를 하지 못하게 하자 이런 강의는 찾기 힘들어졌다.

공교육의 신뢰가 높아져 사교육을 받지 않아도 될 정도라고 판단되면 학부모들은 휴일에 자연스럽게 자녀들을 학원에 보낼일이 없어질 것이다. 하지만 휴일에도 공부하고 싶은 아이들을 막기보다는 사교육 부담을 줄여주는 입시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 돼야 한다.

모든 제도에 빛과 그림자가 있겠지만 공교육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정책의 영향을 받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속은 타들어갈 뿐이다. 지금이라도 100년을 보는 수요자 중심의 교육 정책이 생겨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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