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과 해외 간 은행장 “얻은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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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과 해외 간 은행장 “얻은 게 없다”
  • 송정훈 기자
  • 승인 2018.07.16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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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점 확대 등 실질순방 성과보단 보여주기용 동행 ‘지적’
현지기업 방문이나 일부 일정에선 배제되기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위성호 신한은행장, 손태승 우리은행장, 김도진 IBK기업은행장, 은성수 수출입은행장, 김태영 은행연합회장. 사진=각 사 제공

[매일일보 송정훈 기자] 주요 금융지주사와 시중은행 최고경영자(CEO)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문 대통령과 함께 아시아권 국가 순방에 함께했지만 실질적 성과 없는 보여주기식 동행이란 지적이다. 지점 확대 등 금융권 현안에 대한 답을 얻지 못하고 의전용 사절단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 경제사절단에서 이탈하며 개인행동을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해 위성호 신한은행장, 손태승 우리은행장, 김도진 IBK기업은행장,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 김태영 은행연합회장 등 주요 금융권 수장들은 지난 8일부터 5박 6일간 문재인 대통령의 인도 순방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했다. 이들은 인도, 싱가포르 현지를 직접 둘러보면서 새로운 사업 전략을 모색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한·인도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정부간 고위급 소통채널 확대 △양국 종소기업·스타트업 교류 확대 △인도 대규모 인프라 사업 우리기업 참여 등을 협의했다.

한·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선 아세안과 협력 증진방안 및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RCEP)’ 연내 타결 등을 합의했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양국과 교류의 접점은 늘렸지만 지점 확대 등 실질적인 업계의 숙원사업은 해결하지 못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인도는 매년 7%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성장잠재력이 커 금융사들에게 매력적인 시장이다.

그러나 인도 당국의 까다로운 인·허가 문제로 금융권의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도 당국이 이미 금융시장이 포화상태라고 보고 외국 금융의 지점 설립보다는 지분투자를 요구하고 있어서다.

이에 현재 6개 지점을 운영중인 신한은행은 지점 확장 계획이 없으며 1개 지점이 있는 기업은행도 인도보다는 인도네시아나, 캄보디아 진출에 주력하고 있다. 

반면 KB금융은 이번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참가해 인도에서 두번째로 큰 바로다 은행과 포괄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인도 시장 진출에 탄력을 받았다는 평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금융권 CEO가 대거 동행했던 문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중국 국빈방문도 성과가 미흡했다는 평가다.

당시 국민·신한·하나·우리·기업은행장 등이 정부의 경제사절단으로 합류했지만 양국간 첫 공식일정인 한중비즈니스포럼에만 참석했다. 디지털포럼 등 나머지 일정에서 은행장들은 배제됐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금융은 현지 기업들과 관계를 맺어야 수익이 나는 사업인데 중국 방문 당시 현대·기아차, SK 등 대기업 공장 방문 등에 행장들이 동행하지 못했다”며 “일각에선 ‘병풍’ 사절단이란 소리도 나왔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국내 4대 은행의 올해 1분기 중국법인 당기순이익은 총 265억9100만원으로 작년 1분기보다 35.9%(70억2200만원) 증가했다. 그러나 증가분은 신한은행(46억2500만원), 하나은행(31억300만원)에 집중됐다.

특히 국내 은행의 중국 점포는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올해 6월말 기준 지점 7개, 현지법인 5개, 사무소 4개로 총 16개에 불과하다. 지난 2005년말 22개를 정점으로 중국점포수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이같이 실질 이익이 없는 정부의 경제사절단 참여를 거부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실제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이번 인도 순방에서 빠지는 대신 이 기간 중국 길림성 정부와 동북아지역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전략추진에 대한 금융협력 등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11월 문 대통령의 동남아 3개국(인도네시아·베트남·필리핀) 순방엔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만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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