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전체
HOME 오피니언 독자기고
[박소정 큐레이터의 #위드아트] 인간의 욕망은 서울의 모습을 또 바꾼다
류주항의 '중간 풍경'(inter-landscape) 연작들. 사진=더트리니티 제공

서울의 모습이 또 달라지려나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싱가포르에서 발표한 여의도와 용산 재개발 이야기가 화제다. 박 시장은 여의도를 통째로 재개발하겠다고 한다. 아마도 IFC와 같은 초고층 건물들이 줄줄이 들어서고, 여의도 공원을 능가하는 휴식 명소도 들어설 것 같다. 용산은 '제2의 광화문'으로 변할 듯싶다. 대형 광장과 산책로가 들어서고 흉물스런 철길도 지하로 숨어든다고 한다. 마치 프랑스 파리의 '리브고슈 프로젝트'처럼 개발하겠다고 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생각해보면 문명사회가 시작된 이래로 태초에 있었던 풍경은 끊임없이 변해왔다. 인간의 욕망 때문이다. 욕망이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도시는 그런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내는 변화가 가장 잘 드러나는 공간이다. 인간이 가진 욕망은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도시의 모습을 바꾸고 또 바꿔왔다. 어쩌면 도시의 변화야말로 인간의 욕망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척도일지도 모르겠다.

바로 이런 관점으로 도시의 변화를 바라보는 작가가 있다.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온 사진작가 류주항은 "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자라온 도시가 어느 순간부터 어떠한 형태로 발전해 나가는지 도시의 본질을 탐색하는 것은 내게 중요하지 않다"고 한다. 그는 또 "인간의 욕망은 그 자체로 순수하다. 순수한 욕망에 의해 변해가는 도시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욕망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깊다"고 한다.

그의 연작 '중간 풍경'(inter-landscape)은 인간의 순수한 욕망에 의해 변해가는 서울의 모습을 다루고 있다. 서울이라는 변화무쌍한 대도심을 표현하는 데 있어 그의 주요 피사체가 된 것은 화려한 도시 이미지가 아닌 서울의 하늘과 산, 바로 '자연'이다. 불현듯 어느 중간에 어느 시점부터 발생한 서울을 감싸 안고 있는 자연인 것이다.

왼편의 핑크색의 큰 색종이 같기도 한 단색 이미지는 밤에 촬영된 서울의 하늘로,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낸 '인공의 조명 색'과 '도심 속 먼지'로 인해 핑크빛으로 물든 하늘이다. 오른 편의 이미지인 산은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장의 산으로 조립된 산이다. 북한산, 인왕산, 남산 등 산 정상에서 촬영한 수십 장의 산들이 켜켜이 재조립되었다. 작가는 여러 산을 한 화면에 배치하고 상하를 뒤섞는 작업은 태초의 산의 이미지를 표현하기에 효과적인 방법이었다고 한다. 

실제로 작가에 의해 편집된 산은 객관적 시점이 무시된 채 아래와 위가 뒤섞여 빠져나오지 못할 것 같은 넓고 깊은 원시림을 연상케 한다. 그 속에서 건물과 도로, 기타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의 것들이 빼곡한 나무 사이에서 손톱만 하게 드러나는데 이들은 역설적으로 거대한 자연 속 인간 존재의 가치에 대해 물음을 던지게 한다. 또한 밤에 촬영된 서울의 하늘과 낮에 촬영된 서울의 산의 이미지를 양 옆으로 나란히 배열하는 구도의 프레임 방식은 서로 다른 두 화면 중간에서 묘한 긴장감을 일으킨다.

아트에이전시 더 트리니티 박소정 대표

 

송병형 기자  byhysong@nate.com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