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된 '카자흐 모델'로 북핵 1년 내 해체 나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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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된 '카자흐 모델'로 북핵 1년 내 해체 나서나
  • 박숙현 기자
  • 승인 2018.07.02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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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폐기부터 검증까지 北협조 없이는 어려워 / 카자흐 모델은 당사국 협조 전제 신속한 폐기 가능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이 북한의 핵, 생화학무기, 미사일을 1년 내 해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고안했다고 1일(현지시간) 밝혔다. 샘 넌(왼쪽)과 리처드 루가 전 미국 상원의원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일(현지시간) 최근 미국이 고안한 ‘1년 내 핵·생화학무기·미사일 해체’ 프로그램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 장관이 북한과 협상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그동안 수차례 관측됐던 비핵화 모델이 ‘카자흐스탄 모델’을 발전시킨 트럼프 모델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트럼프, 싱가포르 회담 앞두고 카자흐 모델 열공

볼턴 보좌관이 이날 언급한 폐기 프로그램은 ‘핵·대량살상무기(WMD)·탄도미사일 프로그램 1년 내 해체’를 뼈대로 해 지난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주목했던 ‘카자흐스탄 모델’과 유사하다.

‘카자흐스탄 모델’은 소련 붕괴로 비자발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하게 된 옛 소비에트 연방 국가들의 핵무기 폐기를 위해 샘 넌·리처드 누가 전 미국 상원의원이 1991년 공동으로 발의한 '넌-루가 법'이 뿌리다. 일명 '위협감축 협력프로그램'(CTR)이라고도 하는 ‘카자흐스탄 모델’은 핵무기와 화학무기, 미사일 등을 폐기하는 대신 기술과 자금을 지원토록 하면서 상호 '신뢰구축'을 중시한다. 이에 따라 실제로 미국은 4년간 총 16억 달러 규모의 국방부 정부 예산으로 해당 국가들을 지원했으며, 그 결과 핵실험 터널 194곳을 비롯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537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496기 등을 폐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모델은 핵무기뿐만 아니라 기술 개발을 할 수 있는 핵 학자와 엔지니어들의 재훈련과 직장 알선 프로그램 등도 포함한다.

이와 관련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지난달 5일 샘 넌·리처드 루가 전 상원의원을 백악관으로 초대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배석시키고 그들의 1991년 추진했던 입법 활동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보도한 바 있다. 이들은 지난 4월 23일 워싱턴포스트(WP)에 공동 기고문을 통해 '넌-루가' 방식이 북한 핵 문제 해결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싱가포르 회담 이후 북미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

일부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북미회담 이후 협상이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 평가하는 점도 발전된 '카자흐스탄 모델'이 적용될 것이란 관측에 힘을 싣는다. 김연철 통일연구원 원장은 최근 한반도 정세 전망 세미나에서 "북미회담을 계기로 비핵화 패러다임은 더 이상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가 아니며 포괄평행 해결론으로 전환했다"고 분석하는가 하면, 김준형 한동대 교수도 북미 양국이 싱가포르 공동성명에서 '상호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한반도 비핵화를 증진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는 점을 들며 서로간의 신뢰 구축이 북미협상의 새 원칙이라고 봤다.

북한의 핵 폐기 프로그램을 완전히 검증하기 어렵다는 점도 위협 감축 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신뢰 관계를 형성해가는 '카자흐스탄 모델'이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안진수 전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책임연구원은 "원심분리법에 의한 우라늄 농축시설은 필요한 시설 면적이 넓지 않고, 소규모 시설을 분산해 운영할 수 있고 소모하는 전력량도 적어 비밀 시설의 존재를 탐지하기 곤란하다"며 북핵의 완전한 폐기를 입증하기 어렵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다만 신뢰구축에 기반한 '카자흐스탄 모델'을 그동안 비핵화 해법으로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요구해왔던 북한이 수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번 장관급 협상에서 조기 비핵화를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수 년이 소요되는 만큼 북한은 미국에 '비핵화 후 대북제재 완화·해제' 기조를 단계적으로 풀어줄 것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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