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무역분쟁,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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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무역분쟁,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 박수진 기자
  • 승인 2018.07.01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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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 외화채 발행 여건 악화될 수 있어
국·내외 불확실성 높아지면서 원화가치 약세도
상반기 外人 주식 4조원 넘게 매도…자본유출 우려

[매일일보 박수진 기자]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이 전면전으로 펼쳐질 가능성은 크진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이 같은 국내외 불확실성으로 원화가치가 약세를 보이면서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 

1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해외경제포커스에서 미 월가 투자은행(IB)들은 여러 제약요인을 감안할 때 무역분쟁이 제한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JP모건과 BNP파리바, 도이체방크 등은 미국이 제한된 품목과 국가에 관세를 부과하고 수입량을 할당하는 등 ‘제한적인 수준’에서만 보복할 소지가 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시장이 생각하지 못한 수준의 발언을 하며 불확실성을 키우지만 이는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다만 이들은 EU와 캐나다, 멕시코산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 부과와 대규모 대중국 관세부과 추진, 자동차 수입 조사 착수 등의 조치가 예상보다 강력해 무역분쟁 관련 불확실성은 크게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오는 11월 미 중간선거와 중국의 상하이 국제수입박람회를 앞두고 부분적인 타협안이 발표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중국 경제 성장으로 무역분쟁 재발 우려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이 같은 미·중 무역분쟁이 한·미간 기준금리가 역전된 국내 경제에는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원화 가치가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고 이는 곧 외국인의 주식시장 매도세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14일부터 29일까지 약 보름간 1077.2원에서 1114.5원으로 37.3원 상승했다. 지난달 28일(1124.2원)까지로 보면 무려 47원이나 뛴 것으로  지난해 11월 원화가치 상승 때보다 빠르다. 이후 원화가치 하락률은 3.3%로 위기 신흥국인 아르헨티나(8.3%), 브라질(3.8%) 통화에 이어 가장 컸다. 반면 이 기간 6개국 통화를 대상으로 산정한 미 달러화 지수(DXY)는 1.3% 상승했다.

원화 가치 하락에 외국인들도 주식 시장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금융감독원 일일 금융시장동향을 보면 올해 들어 지난달 29일까지 유가증권 시장에서 외국인은 4조1000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5월 3000억원 순매도에 이어 6월에도 1조3000억원 팔아치웠다.

이에 외환당국도 환율 수준이나 외국인 자금 유출 규모가 당장 크게 문제될 정도가 아니라고 보면서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미 금리인상 속도나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제재 수위가 어떻게 될지, 그에 따라 세계정세가 어떻게 달라질지 예측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보다 원화가치가 더 빠르게 하락하고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을 포함해 어떤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제금융센터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국내 기업들의 외화채 발행 여건이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위안화 약세가 심화하면서 중국 기업들이 유동성이 나빠지고 역외에서 자금조달을 늘리면 영향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역시 다음달 중순 금통위를 앞두고 셈법이 복잡해졌다. 세계 교역이 둔화하고 중국으로 중간재 수출이 줄어들면서 경기는 어려워지는데 자본유출 걱정 때문에 등 떠밀려 금리를 올려야 할 수도 있어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이 통화 긴축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금리만 낮게 유지되긴 어렵다”면서 “달러 강세로 신흥국 자본 유출이 거세지면 국내 채권 금리도 급등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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