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회, 또 꼴사나운 상임위 쟁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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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회, 또 꼴사나운 상임위 쟁탈전
  • 윤슬기 기자
  • 승인 2018.07.01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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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윤슬기 기자] 20대 국회가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원 구성 협상이 한창이다. 여야 모두 제헌절 전까지 협상을 마무리하겠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어느 상임위원회를 어느 당이 가져갈지를 두고 다투면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27일 여야 원내대표회동과 28일 원내수석부대표 회동 역시 탐색전만 벌이다 성과 없이 마무리되기도 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개혁 법안을 통과시켜야 하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나, 정부를 견제해야 하는 자유한국당 등 야당들은 핵심 상임위를 뺏기지 않기 위해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여야의 대치가 가장 치열한 상임위는 법사위다. 민주당은 20대 국회 전반기 법사위원장을 한국당이 맡았기 때문에 법안 통과가 번번이 실패했다면서 법사위원장 자리를 호락호락하게 넘겨줄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반면 한국당도 ‘법사위 쟁탈전’에서 절대 밀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한국당은 법사위원장 자리마저 여당에 뺏길 수 없다며 의지를 보이고는 있지만, 6‧13 지방선거에서 대패 이후 혁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논의 등 복잡한 당내 사정으로 인해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지는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바른미래당과 평화와정의의 의원모임까지 법사위원장을 제3당이나 4당이 맡을 경우 국회가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하며 법사위 쟁탈전에 뛰어들면서 여야 대립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

이처럼 정당들이 법사위에 목을 매는 이유는 강력한 권한 때문이다. 법사위는 각 상임위에서 통과된 법률을 다시 심사하기 때문에 ‘옥상옥’ 상임위로 불린다. 즉 다른 상임위에서 여야가 합의해 법안을 통과시키더라도 법사위에서 통과되지 못할 경우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본회의와 같은 권한을 법사위가 가진 셈이다.

사실 이 같은 절차는 국회의원들이 법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고 생각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현재 보좌진들의 전문성이 강화됐고, 국무위원들도 법사위에 또 출석해 법안에 대한 설명을 반복하면서 이 제도의 당위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1월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법사위 갑질 방지법’을 동료 국회의원 106명의 서명을 받아 제출했지만, 한국당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계류된 상태다.

결국 일을 하라는 국민의 요구에 겨우 첫 발은 떼었지만, 이 마저도 여야 각자의 복잡한 사정으로 인해 지지부진한 상황인 것이다. 이런 국회를 바라보는 민심의 인내심도 이젠 한계에 다다르는 모습이다. 더 이상 국회가 민심을 외면하고 자기들만의 이익만을 내세운다면 2년 앞으로 다가온 21대 총선에서 누구도 민심의 심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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