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쌍수 한전 사장, LG 복귀 준비중?
상태바
김쌍수 한전 사장, LG 복귀 준비중?
  • 김경탁 기자
  • 승인 2011.06.20 17: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LG 100% 자회사 서브원, 한전 및 4개 자회사에 MRO독점공급 논란의 이면

[매일일보]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와 LG계열 기업소모성재료(MRO) 구매 대행 전문 비상장사 서브원의 밀월관계가 구설에 올랐다.

정부가 최근 동반성장을 위해 대기업의 MRO 시장 확대를 제재하려는 방침을 펼치는 와중에 한전과 한전 자회사 4곳이 지난해 1월 서브원과 MRO구매대행 계약을 체결, 서브원이 한전 MRO물량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난 것.

‘최고의 LG 출신 스타 CEO’ 김쌍수 한전 사장

연임 포기, 8월 임기 만료…“굳이 임기말에” 이유 있다 

최근 동반성장과 상생을 화두로 제시하고 중소기업의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정부가 그 일환으로 대기업들의 MRO시장 확대에 전방위 압박을 가함에 따라 지난 3일 대기업계열 MRO 업체들은 계열사와 협력사를 제외한 중소기업의 영역에는 침범하지 않겠다고 중소 MRO 업체들과 합의했다.

하지만 LG계열사인 서브원은 당시 합의 조건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최종 서명을 거부했고, 소공상인들의 거센 반발을 산 끝에 열흘 뒤인 13일 결국 “중소기업에는 신규영업을 하지 않고, 계열사가 아닌 다른 대기업과의 신규거래도 자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런데, 이 과정에 공기업인 한전과 그 자회사들이 서브원에게 지난해부터 MRO를 사실상 독점 계약해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문이 확산됐다.

업계에 따르면 한전과 한전의 발전계열 자회사인 남동·서부·남부·동서 발전은 지난해 초부터 서브원과 MRO 구매 계약을 맺고 자재를 납품받아 왔다. 한전과 한전 자회사가 지난 1년간 서브원과 맺은 계약금액은 약 37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이전까지 중소기업과 MRO 구매 거래를 가져왔지만 지난해 1월 한국전력을 시작으로 같은 해 2월에는 남부발전이, 5월에는 동서발전, 올해 1월에는 남동발전과 서부발전이 각각 서브원과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 김쌍수 한전 사장
김쌍수의 친정기업 밀어주기?

이 일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배경에는 김쌍수 한전 사장이 LG그룹이 낳은 최고의 스타CEO 출신 전문경영인이라는 점이 자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전이 서브원과 MRO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에 대해 김 사장이 자신의 친정기업에 대한 밀어주기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2002년 1월 기존의 LG유통으로부터 분리돼 독립법인으로 설립된 MRO 구매대행 회사로, 부동산 관련 사업과 건설, 리조트 사업도 함께 영위하고 있는 서브원은 LG그룹 총수인 구본무 회장(이사회의장)과 박규석 CEO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LG그룹 지주회사인 ㈜LG가 이 회사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데, (주)LG의 최대주주는 10.72%의 지분을 보유한 구본무 회장이며, 총수일가를 비롯한 특수관계인들이 전체의 48.5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MRO 시장에서 매출액 기준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액 3조 8000억원에서 MRO 매출액만 2조 5000억원에 달하는 이 회사는 2004년 구 회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부터 임원 평균연봉이 급상승하기 시작해 LG전자보다 훨씬 높은 회사로 화제를 모으면서 ‘구본무의 꿀단지’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회사가 눈길을 끄는 이유중 하나는 일반적인 대기업 계열사들이 다수의 대표이사를 두는 경우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함으로써 경영의 신속성과 유연성을 도모하는 것과 달리 모든 경영상의 결정은 합의해서 처리하는 ‘공동 대표이사’ 체제를 고수하고 있다는 점.

일각에서 한전의 MRO 물량 몰아주기를 통해 서브원이 벌어들인 돈은 고스란히 구 회장 일가에게로 들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싹쓸이도 이례적

한전을 제외한 다른 정부기관이나 공기업도 서브원과 MRO 계약을 체결하고 있지만 이들은 서브원뿐만 아니라 아이마켓코리아, 엔투비 등 다른 회사와도 골고루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독 서브원 한 곳에만 ‘싹쓸이’에 가까운 계약을 체결한 한전 및 그 자회사들의 경영 방침에 대해 의문부호를 떼기가 쉽지 않다.

한전과 서브원 양 측은 모두 “공정한 절차에 따라 업체를 선정한 것”이라고 부인했다. 서브원은 “공개입찰을 통해 투명하게 선정된 것”이라고 주장했고, 한전 역시 “서브원과 계약은 어디까지나 비용절감 차원에서 공정한 절차와 관련 규정에 따라 진행된 것”라고 강조했다.

한전 관계자는 “정부 방침을 따라야 하는 공기업이 어떻게 특정 회사에게 마음대로 물량을 몰아줄 수 있겠느냐”며, “김 사장 개인이 특정 업체를 지정해 계약을 맺으라고 지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해당 의혹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갖다 붙인 이야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김 사장의 출신이 공교롭게도 LG전자라는 점에서 이 같은 의혹이 나오는 것은 알고 있다”며 “하지만 만약에 정말로 친정기업에 대한 밀어주기 의도라면 임기 초반부터 있었을 일이지, 굳이 임기 후반에 와서 할 이유가 뭐가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 구본무 LG그룹 회장.
굳이 임기 후반…이유 있다

그러나 한전 관계자가 반박하면서 제기한 ‘굳이 임기 후반에 와서 할 이유’에 대해서는 충분히 반박이 가능하다. 오는 8월로 2년 임기가 끝나는 김쌍수 사장이 연임 의사를 포기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2003년 ‘LG전자 부회장’이라는 최고경영자 위치에 올라서 4년 동안 LG전자의 장기 성장동력 기반을 쌓았다는 평을 받고 있으며, 구본무 LG그룹 회장에게도 신임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후임자로 2006년 연말인사에서 LG전자 사령탑에 발탁됐던 남용 전 부회장은 구 회장의 아버지 구자경 명예회장의 비서 출신으로, 실적위주 짜내기 경영으로 회사의 성장기반을 약화시켰다는 비판과 함께 ‘스타CEO 김쌍수’에 대한 조직 내부의 그리움을 불러일으켰다.

김 사장이 연임에 성공할 경우 다음 임기만료는 정권교체 이후인 2013년 8월. 이명박 정부 초기 공기업과 정부산하기관장들이 대거 물갈이 됐던 점을 감안하면 굳이 연임에 힘쓰기 보다 자신을 그리워하는 친정기업으로 되돌아갈 길을 닦는 것이 그에게는 훨씬 이익이 될 것이다.

한편, 논란이 확산되자 지식경제부는 한전 측에 협조 공문을 보내 중소업체와의 거래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한전은 서브원과 계약이 끝나는 대로 중소업체와 새로운 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한전 관계자에 따르면 계약이 끝나는 시기는 김 사장 퇴임 이후인 2012년이다.

통상적으로 1년 또는 2년 계약을 맺는다는 설명을 감안하면 굳이 2년 계약을 맺은 이유가 퇴임 후를 내다본 것 아니냐는 의혹을 지울 수 없게 만들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