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 vs. 정유경, ‘공항 면세점 대전’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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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진 vs. 정유경, ‘공항 면세점 대전’ 본격화
  • 안지예 기자
  • 승인 2018.06.04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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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T1 최종전서 汎삼성가 CEO 맞대결 ‘눈길’
업계 판도 영향…1위 넘보는 신라·‘면세사업 탄력’ 신세계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왼쪽)과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안지예 기자]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사업자 최종 후보에 신라와 신세계가 오르면서 이부진 호텔신라[008770] 사장과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의 면세점 대전 막이 올랐다. 특히 이 사장과 정 총괄사장은 사촌 지간으로 범삼성가의 두 여성 CEO 맞대결에 업계 시선이 쏠리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지난달 31일 T1 면세사업자 최종 후보로 신라와 신세계 두 곳을 선정했다. 이번 입찰은 DF1(향수·화장품, 탑승동)과 DF5(패션·잡화) 두 구역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평가 배점은 사업제안서평가 60%, 입찰금액 40%로 이뤄졌다.

신라는 이번 입찰전에서 별다른 이변 없이 최종전에 진출하게 됐다. 신라는 아시아 3대 국제공항에서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사업자라는 전문성을 부각했으며, 사업권 반납에 따른 감점 항목도 없어 일찌감치 강력한 후보로 올라선 바 있다.

이번 입찰에서는 각 사가 얼마의 금액을 써냈는지가 최대 관심사였던 가운데 이부진 사장의 전략이 돋보였다. 공사 측은 최소보장액으로 DF1 구역 1601억원, DF5 구역 406억원을 제시했고, 신라는 DF1에 2202억원, DF5에 496억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입찰에 참여한 4개 업체(롯데·신라·신세계·두산) 중 각각 3번째, 4번째 순으로, 최종 후보에 함께 오른 신세계보다는 각각 560억, 112억 가량 적은 액수다.

향후 신라 입장에서 최상의 시나리오는 사업구역 두 군데를 모두 낙찰받는 것이다. 이번 입찰은 중복 낙찰이 허용돼 업계 판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신라가 두 구역 사업권을 가져갈 경우 업계 1위 롯데를 바짝 추격하게 된다. 지난해 기준 면세점시장 점유율은 롯데 41.9%, 신라 23.8%다.

정유경 총괄사장이 이끄는 신세계면세점은 ‘세상에 없던 면세점’을 콘셉트로 신선함을 강조한 게 주효했다. 정 총괄사장의 과감한 배팅 능력도 돋보였다. 신세계는 DF1에 2762억원, DF5에 608억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롯데에 이어 두 번째 높은 금액이다. 향후 면세점 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워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대목이다.

현재 업계 3위인 신세계가 두 곳 사업권을 모두 확보할 경우 2위 신라와의 점유율 격차는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신세계면세점의 시장 점유율은 12.7%다. 다음달엔 강남점 오픈을 앞두고 있어 공항·시내면세점 간 시너지도 기대된다.

정 총괄사장은 최근 면세사업에 적극 투자하면서 경영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면세사업 전담 법인인 신세계디에프가 지난 2015년 독립한 지 2년여 만에 업계 3위에 안착하는 등 성장 속도도 괄목할만하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해 1분기 1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올해 1분기 236억원의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 1일자로 신세계디에프글로벌과 신세계면세점글로벌이 합병되면서 그룹 면세점 사업 일원화 작업도 마무리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천공항 면세사업권 확보에 따라 6% 내외 시장 점유율 향방이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DF1과 DF5의 지난해 합산 매출액은 9000억원 안팎으로 지난해 매출(14조5000억원) 기준 6.4%에 해당한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은 “신라가 DF1과 DF5 두 개 구역 사업권을 모두 갖게 될 경우 점유율 30%로 상승하게 된다”며 “신세계도 두 곳 사업권을 가지면 점유율이 19%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관세청은 이달 중순쯤 인천공항에 낙찰대상자를 통보하고 낙찰받은 사업자는 다음달 영업을 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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