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미래엔 와이즈베리, 촛불혁명 의미 돌이켜보는 ‘위험한 민주주의’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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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미래엔 와이즈베리, 촛불혁명 의미 돌이켜보는 ‘위험한 민주주의’ 출간
  • 김종혁 기자
  • 승인 2018.06.04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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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엔 와이즈베리 '위험한 민주주의’ 표지.

[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6.13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올해는 유독 그 열기가 뜨거워 보인다. 민주선거 70주년이자, ‘촛불혁명’으로 일궈낸 정권교체 이후 치러지는 첫 선거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개인의 자유와 부를 가능하게 한 자유민주주의.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역사의 종말’에서 주장한 것처럼 지금의 서구형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최후의 승리를 거둔 걸까?

지금 상황을 보면 ‘물음표’다. 전 세계는 극우 포퓰리즘의 대두와 함께 민주주의 위기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아랍의 봄’은 유럽 포퓰리즘 확대의 계기가 됐고, 러시아와 중국은 다시 독재의 길을 가기 시작했으며 자유민주주의의 상징이었던 미국마저 ‘트럼피즘’의 늪에 빠졌다. 어쩌다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걸까?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인가? 풍부한 통계 자료와 지식, 대중에 대한 탁월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그 원인과 극복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책이 있다. 바로, 미래엔 와이즈베리가 출간한 ‘위험한 민주주의’다.

‘위험한 민주주의’는 민주주의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준 요건이 오히려 현재 민주주의의 위기를 어떻게 초래했는지 명확하고, 간결하게 설명한다. 특히 오늘날 대두되는 포퓰리스트 민족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저항을 중심으로 전 세계적인 정치와 권력의 흐름을 한 권에 녹여낸 저자, 야스차 뭉크의 날 선 통찰력이 빛난다. 

책은 이미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 ‘역사의 종언’의 저자이자 미국의 정치경제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 등 저명한 학자는 물론 뉴욕타임스와 가디언지 등 유력 언론매체으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다.

저자는 오늘날의 위기를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불화(不和)에 따른 결과로 설명한다. ‘개인의 권리’와 ‘국민의 뜻’ 간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포퓰리스트들은 대중의 인기를 얻기 위해 소수를 배제한 ‘반자유적 민주주의’ 행태를, 다른 한 쪽에서는 정치 엘리트들이 유권자들의 의사와 상관없는 결정을 내리고, 대중의 정치 영향력을 축소시키는 ‘비민주적 자유주의’를 자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불균형은 경제적∙정치적 불평등을 야기시켰고, 나아가 SNS를 통해 극단화되며 시민들의 ‘불안’을 가중시켰다.

저자는 특히, 대중의 ‘불안’에 주목한다. 그는 ‘열심히 일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환상이 깨지면서 시민들은 좌절감과 두려움을 가지게 됐고, 이민자와 같은 이질적 구성원들을 적대시하며 극우 포퓰리즘에 편승하게 됐다고 이야기한다. 실제 ‘러스트 밸트’(제조업 쇠퇴지역)의 백인 노동자 표가 민주당을 이탈해 트럼프에 간 것도 이런 현상 중 하나이다.

그렇다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대로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뭉크는 다시 한 번 ‘사람’에 주목한다. 그가 거듭 강조하는 것은 바로 ‘깨어있는 시민의 행동’이다. 포퓰리스트의 주장이 국민의 의지와 다르다는 것을 증명하고, 싸워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 대표적인 사례로 한국의 ‘촛불혁명’을 언급한다. 전 세계가 주목한 ‘촛불혁명’은 깨어있는 시민의식의 발로이자 진정한 의미의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를 실현한 사건이었다.

얼마 전, 세계적인 정치학자 피케티는 한 인터뷰를 통해 “1인1표의 민주주의가 평등한 사회로 이끌 것이란 믿음은 순진하다”고 지적했다. 지금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저절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무수한 역사적 투쟁의 결과다. 그런 점에서 예리한 분석과 명확한 지침으로 각계각층이 시민 의식에 기반한 용기를 발휘하도록 돕는 이 책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처방전이 될 것이다.

야스차 뭉크 Yascha Mounk
야스차 뭉크는 포퓰리즘의 부상과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한 연구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학자이자 작가 겸 연설가다. 케임브리지 트리니티 칼리지를 졸업, 하버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하버드대에서 정치 제도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미국의 정치 분야 싱크 탱크인 뉴 아메리카 재단의 수석 연구원이자 토니 블레어 국제 변화 연구소의 전무 이사로 재직 중이다. 폴란드계 부모에게서 태어나 독일에서 자란 그는 독일에 대한 회고를 담은 <Stranger in My Own Country>(2014년)와 개인의 책임이란 개념이 변모시킨 서구의 복지 정책을 설명하는 <The Age of Responsibility>(2017년), 포퓰리즘의 부상과 민주주의의 위기를 분석하는 <위험한 민주주의 The People versus Democracy>(2018년)를 집필했다.

위험한 민주주의ㅣ야스차 뭉크 지음ㅣ함규진 옮김ㅣ미래엔 와이즈베리ㅣ 464쪽ㅣ16,000원


좌우명 : 아무리 얇게 저며도 양면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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