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식품업계의 트렌드와 모방 사이 아슬한 줄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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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식품업계의 트렌드와 모방 사이 아슬한 줄타기
  • 김아라 기자
  • 승인 2018.05.30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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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김아라 기자.

[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식품업계의 표절 시비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최근 여름 한정판으로 출시한 해태제과의 ‘오예스 수박’에 대해 벤처기업 에스에프시바이오가 지난 24일 자사의 ‘수박통통’ 제품과 유사하다는 의혹을 페이스북을 통해 제기하면서 관심이 집중됐다.

김종국 에스에프시바이오 대표는 자사 제품을 해태제과가 유사하게 만들어 출시했다고 억울하다는 입장이지만, 해태제과는 이번 신제품이 수박 특성을 그대로 표현한 것으로, 맛은 특정 기업이 독점할 수 없다는 점과 유사한 맛을 내는 것 자체가 문제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밝히며 모방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식품업계의 이 같은 논란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지난 4월에는 빙그레가 콘 아이스크림 시장을 겨냥해 야심차게 선보인 신제품 ‘슈퍼콘’ 역시 출시와 동시에 일본 유명 제과업체의 아이스크림을 표절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슈퍼콘이 일본의 대표적인 제과업체인 에자키 글리코의 장수 제품 자이언트콘과 패키지 디자인, 포장 방식 등이 비슷하다는 얘기가 나온 것이다. 앞서 지난해 3월 오리온이 출시한 ‘꼬북칩’도 일본 편의점 PB제품인 ‘사쿠사쿠콘’과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오리온 초코파이, 롯데제과 몽쉘 , 해태제과 오예스도 누가 우선이랄 것 없이 바나나맛 초콜릿 파이 제품을 출시하며 자신이 원조인 마냥 행세하기도 했다. 이번에 논란이 된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 역시 2014년 당시 품귀현상을 빚을 정도로 대박이 나자 유사 제품들이 30~40여 가지로 쏟아져 나왔다.

이와 관련 식품업계는 “트렌드에 따라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트렌드에 민감한 우리나라 소비자의 취향을 맞춰야하다 보니 미투 제품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기업의 입장도 이해는 된다. 하지만 법 규제 수위는 미투 제품에 너무 관대한 것이 사실이다.

소비자들 입장에서 유사 제품이 많으면 선택의 폭이 넓어져 좋을 순 있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는 신제품을 출시하기 위한 개발 비용과 시간이 꽤 큰데, 피 같은 노력으로 탄생한 인기 제품에 아무런 투자와 노력 없이 얹혀 가려는 기업들이 많아진다면 결국 아무도 제품 개발에 투자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고 이는 궁극적으로 국내 식품산업의 질을 떨어트릴 수 있는 결과를 낳게 된다.

더군다나 특히 어렵사리 중소기업이 독자 기술로 제품을 개발해 일군 시장에 대기업이 뒤늦게 뛰어들면 그것만큼 힘 빠지는 일도 없을 것이다. 매출 타격은 물론 신제품 출시할 동력마저 사라질 수밖에 없다.

식품업계는 오늘도 트렌드와 모방 사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확실한 건, 트렌드는 모방과 발전의 확산이 있어야 한다. 법적으로 제재할 기준이 마땅치 않은 만큼 무엇보다 기업 스스로 양심을 갖고 자부심으로 개발에 전념하길 바래본다.

담당업무 : 항공, 조선, 해운, 기계중공업, 방산, 물류, 자동차 등
좌우명 : 불가능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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