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주 52근무제 앞장 왜?…직원 의견 수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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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주 52근무제 앞장 왜?…직원 의견 수렴 '필요'
  • 박수진 기자
  • 승인 2018.05.2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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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 52시간 근무’ 요청에 올해 내 실시 의사 밝혀
업계, 단시간 내 성급한 추진 고객 서비스·직원 복지↓ 우려
김도진 IBK기업은행장. 사진=IBK기업은행

[매일일보 박수진 기자] 기업은행이 주 52시간제 근무,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비정규직 제로화, 파견직 정규직 전환 등 정부 발표와 함께 발 빠르게 진행하는 모습이지만 정작 주인공인 직원들은 의견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모습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내년 7월에 예정돼 있던 금융권 주 52시간 근무제를 일년 앞 당겨 이르면 오는 7월부터 업계 최초로 도입할 방침이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정부가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단축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금융업은 특례업종에서 제외돼 내년 7월에 시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지난달 19일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은행연합회에서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김태영 은행연합회장, 국내 주요 은행장 등이 참석한 ‘근로시간 단축 관련 은행업종 간담회’에서 “은행들이 조속히 노동시간 단축을 현장에 안착시켜 다른 업종에 모범사례가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언급하자 기업은행은 곧장 주 52시간 근무 도입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이달 초에 출범시켰다. 해당 제도와 관련해 은행권에서 TF를 구성한 것은 기업은행이 처음이다.

문제는 이르면 7월을 기준으로, 늦어도 올해 하반기까지 주 52시간을 도입하겠다는 김 행장의 강한 의욕과 달리 이를 바라보는 기업은행의 안팎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주 52시간 제도가 직원들의 ‘워라밸’ 증진과 고용 확대를 위해 필요하지만 서둘러 추진할 경우 고객 서비스는 물론 직원 복지 저하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자본시장, 전산부서, 외국인상대 부서, 언론홍보부서 등 예외직무를 두고 내년까지 순차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안정적이다”면서 “TF팀이 출범한 시점을 기준으로 7월까지 2~3개월밖에 남지 않은 짧은 기간 안에 얼마나 효율적인 시스템을 내놓을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특히 청원경찰과 운전기사, 청소부 등 앞서 정규직화를 약속했던 직무 분야의 직원 대상으로 한 제도 시행 여부에 눈길이 쏠린다. 지난해 9월에 밝힌 파견직의 정규직화 추진 역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직무의 제도 적용 역시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눈초리다.

파견직 정규직화도 지난해 IBK기업은행이 은행권 처음으로 추진에 나섰다. 앞으로 2년 이상 지속되는 상시업무를 담당하는 파견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지난해 9월 노·사·전문가 협의기구를 구성하고 논의에 들어갔다. 하지만 논의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으로 이렇다 할 진전은 없는 상황. 기업은행의 파견직 규모는 1323명(지난해 6월말 기준)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현재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아직 정확히 정해진 사안은 없다”고 말했다. 

앞서 김 행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파견용역직은 협의 기구를 만들어서 논의 중”이라며 “별도로 자회사를 설립해 자회사의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직원들의 줄어드는 근무시간 대비 기존 업무량은 어떻게 조정되는 지도 주목된다. 현재 기업은행은 PC오프제(매일 오후 7시 PC가 자동으로 꺼지는 시스템)를 통해 불필요한 야간을 없애고 재시간 퇴근을 독려하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무늬만 PC오프제’라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업무량이 많을 경우 미리 야간근무 신청을 하면 해당 컴퓨터는 꺼지지 않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단순히 시간을 줄인다고 해서 업무량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기업은행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현재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업무량을 해결해야 하다 보니 강도가 세졌고, 이를 처리하지 못할 경우 결국 야간근무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기존 제도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주 52시간 근무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은행권의 주요 업무 중 하나인 ‘실적’에 대한 직원들의 부담감도 줄어드는 근무시간만큼 나아질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앞서 지난달 기업은행의 인천 모 지점 부지점장이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자택에서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장 경영 강화를 내세우며 직원과의 소통을 강화했던 김 행장의 행보와 거리가 멀어 보이는 부분이다.   

이밖에도 준정규직(무기계약직)의 전 직원 정규직 전환이 정규직들의 의사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했다고 논란이 된 바 있다.

올해 1월 본지 입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7일 나기수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이메일을 통해 정규직 직원들에게 준정규직 일괄 정규직 전환 결정을 알렸다. 나 위원장은 “(준정규직의 정규직) 일괄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노사 간의 협의 내용을 하나하나 그리고 낱낱이 직원여러분께 다 알려드리지 못했던 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정규직 일괄전환은 직원 간의 이견들이 너무도 많이 펼쳐져 있었고 당사자인 준정규직 여러분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정규직 직원 여러분들의 목소리 역시 잘 알고 있다”며 “‘정규직은 이번 논의에서 소외됐느냐’, ‘왜 우리의 목소리는 듣지 않느냐’ 등 정규직 직원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여러분의 의견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규직 직원들의 의견을 듣지 않은 것과 관련해 “여러분께 앞으로 전환될 준정규직의 근로조건까지 결정하게 하는 설문조사는 오히려 당사자인 준정규직 직원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며 “정규직과 준정규직 직원 간의 더 깊은 오해와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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