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에 시간과 기회 줄 것”...단계적 비핵화 ‘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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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美에 시간과 기회 줄 것”...단계적 비핵화 ‘여운’
  • 김나현 기자
  • 승인 2018.05.25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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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서 첫술에 배부를 수 없어" / "트럼프 방식 은근히 기대"
북한 외무성 김계관 제1부상이 18일 오전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 1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김나현 기자]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미국이 다음달 12일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한 것과 관련해 유감을 표명하며 ‘미국측에 시간과 기회를 줄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바 있는 ‘트럼프 방식’이 비핵화를 위한 현명한 방안이 되기를 기대했다면서 북미간 비핵화 협의 가능성도 열어뒀다.

김계관 제 1부상은 25일 이날 ‘위임에 따라’ 발표한 담화에서 “조선반도(한반도)와 인류의 평화와 안정을 위하여 모든 것을 다하려는 우리의 목표와 의지에는 변함이 없으며 우리는 항상 대범하고 열린 마음으로 미국측에 시간과 기회를 줄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위임에 따라’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직접적인 뜻이 담겼음을 의미하며, 이 담화는 미국이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밝힌 뒤 7시간여 만에 나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취소 발표와 관련 “수십 년에 걸친 적대와 불신의 관계를 청산하고 조미(북미) 관계 개선의 새로운 이정표를 마련하려는 우리의 진지한 모색과 적극적인 노력들은 내외의 한결같은 공감과 지지를 받고 있다"며 "그런 가운데 24일 미합중국 트럼프 대통령이 불현듯 이미 기정사실화되어 있던 조미수뇌상봉을 취소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하였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나는 조미(북미)수뇌상봉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표명이 조선반도는 물론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인류의 염원에 부합되지 않는 결정이라고 단정하고 싶다”면서 “돌연 일방적으로 회담취소를 발표한 것은 우리로서는 뜻밖의 일이며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김계관 제 1부상은 “벌어진 불미스러운 사태는 역사적 뿌리가 깊은 조미 적대관계의 현 실태가 얼마나 엄중하며 관계개선을 위한 수뇌상봉이 얼마나 절실히 필요한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며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께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면 좋은 시작을 뗄 수 있을 것이라고 하시면서 그를 위한 준비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오시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트럼프 방식’이라고 하는 것이 쌍방의 우려를 다 같이 해소하고 우리의 요구 조건에도 부합되며 문제해결의 실질적 작용을 하는 현명한 방안이 되기를 은근히 기대하기도 하였다”며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이례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일괄타결에 단계적 이행을 더한 ‘트럼프 모델’을 제시한 것과 관련해 북한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이 정상회담 취소의 계기로 거론한 ‘커다란 분노와 노골적인 적대감’이라는 것은 “사실 조미 수뇌상봉을 앞두고 일방적인 핵 폐기를 압박해온 미국 측의 지나친 언행이 불러온 반발에 지나지 않는다”고 의미를 절하했다.

이어 그는 “만나서 첫술에 배가 부를 리는 없겠지만, 한가지씩이라도 단계별로 해결해나간다면 지금보다 관계가 좋아지면 좋아졌지 더 나빠지기야 하겠는가 하는 것쯤은 미국도 깊이 숙고해보아야 할 것”이라며 “우리는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음을 미국 측에 다시금 밝힌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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