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동욱 기자] 110억원대 뇌물수수와 350억원대 다스 횡령 등의 혐의로 첫 재판을 받는 이명박(77) 전 대통령이 23일 자신의 재판에서 “검찰이 무리한 기소를 했다”며 “사법부가 현명한 판단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지난 3월 22일 구속 후 62일만에 외부에 모습을 드러낸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뇌물수수·횡령 등 사건의 첫 정식 재판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재판 전 모두발언에서 “검찰이 기소한 부분에 무리한 증거가 많아 신빙성이 의심된다”며 자신이 직접 적어 온 입장문을 읽어 내려갔다.
이어 “변호인들은 관련자들의 진술 신빙성이 의심되는 부분이 많으니 검찰 증거를 부동의하고 증인들을 출석시켜 다투자고 했으나 국정을 함께 이끌어온 사람들이 다투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드리는 건 제 자신이 받아들이기 힘든 참담한 일”이라고 언급했다.
뇌물수수·다스횡령 혐의 등에 대해선 “다스는 가족이 만들어 운영한 회사로, 30여년 간 소유나 경영을 둘러싼 그 어떤 다툼도 가족들 사이에 없었다”면서 “국가가 개입하는 게 온당한가 의문을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치를 하면서 권력이 기업에 돈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세무조사로 보복하는 일은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그런 제가 삼성에서 뇌물을 받았다는 건 충격이고 모욕”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 대통령은 “바라건대 이번 재판의 절차와 결과가 대한민국의 사법 공정성을 국민과 국제 사회에 보여주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사법부가 현명한 판단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이 전 대통령이 재판을 받은 417호 대법정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재판받은 곳이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도 12·12사태와 비자금 사건 등으로 이곳에서 재판받았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은 수의가 아닌 양복 차림으로 등장했다. 넥타이는 매지 않았다. 법원으로 출석하는 길에는 별도의 교통통제도 없었다. 호송차에 대한 경호도 최소한의 수준에서 이뤄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