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윤슬기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오는 6월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불발 가능성 및 이에 대한 조건을 언급하면서 문 대통령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특히 북한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견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체제보장'을 약속해야 하고, 미국에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전달해야 하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중재외교'가 또 한번 시험대에 올랐다.
일단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대해 만족한다는 평가를 내리며 북미 간 중재외교에 자신 있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22일(미국시간) 방미 마지막 일정으로 워싱턴에 위치한 주미대한제국공사관 재개관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미정상회담이 잘 되어 오늘은 기분 좋은 날"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만족할만한 회담을 가진 만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설득해 나갈 자신이 있는 것으로 읽힌다.
청와대도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는 분위기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회담 결과 브리핑에서 두 정상은 북한의 체제 불안 해소방안에 대해 논의하면서 북미정상회담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노력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윤 수석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회담에서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북한 의지를 의심할 필요가 없다"며 "북미 간 실질적·구체적 비핵화와 체제안전에 대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북한이 현재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이는 북미 대화의 큰 판을 깨려는 차원이 아니며 북한 비핵화와 체제안전보장을 두고 북미 간 밀도 있는 협의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수용할 경우 체제안전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결국 북한이 빠르게 CVID 방식으로 일괄타결하고 비핵화를 이행한다면 체제안전과 경제지원의 '밝은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음을 분명하게 확인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북미정상회담을 연기하거나 취소할 수도 있다고 언급한 부분이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를 통해 북측의 태도 변화도 이끌어내야 하는 부담을 안게됐다.
문 대통령이 귀국 후 남북관계 복원에 힘을 쓸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의견을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미국 측이 강조한 ‘트럼프식 해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할 것이란 분석이다. 또 완전한 비핵화를 전제로 한 북한에 대한 미국의 보상책과 함께 체제 안정 및 경제적 보상에 의구심을 갖고 있는 북한을 설득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tbs 라디오에 출연해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설득할 카드를 트럼프 대통령이 줬어야 했다. 트럼프식 해법이 무엇인지를 알려줬어야 한다. 군사적으로 치지 않겠다는 약속 등이 내용일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