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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최저임금 1만원보다 임금제 개선이 우선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20대 초반 일본에 머물 때 음식점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했다. 당시 시급은 850엔. 우리나라 돈으로 9000원은 족히 넘었다. 전체 물가는 비쌌지만 쌀이나 채소 같은 필수품 물가는 저렴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최소한의 돈으로 아껴 살아야 했던 외국인 학생 신분에게 일본의 비싼 시급은 ‘안 먹고 아끼면’ 돈을 저축할 수 있게 했다. 내 의지에 따라 돈을 모을 수 있는 여력이 생긴 것이다. 

올해 오른 최저임금은 지난해(6470원)에 비해 '하루종일 내 시간을 바쳐 일한 노동이 그래도 최소한 인정을 받는구나'하며 맛있는 점심 한끼를 먹는 것에 대한 부담을 덜어준다. 그런데 막상 올해 최저임금 때문에 일자리를 잃었다며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의 얘기를 자주 듣는다. 어디부터 어긋난 것일까?

우선 ‘2022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은 구체적인 로드맵 없이 성급히 만들어졌다. 산출과정부터가 그렇다. 1개월 단위 중위소득이 208만 원, 근로기준법에서 공식 규정한 1주 최대 노동시간이 52시간이다. 한 달을 4주로 보고 52시간에 4를 곱하면 208시간이 나온다. 아주 단순하게 208만 원을 208시간으로 나누니 1만 원이다. 이런 단순한 계산법으로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이 나왔으리라 추정된다. 

하지만 이는 현재 우리나라의 고용구조(정규직, 비정규직), 임금체계((낮은 기본급과 연공임금, 주휴수당, 상여금과 식대 산입 배제 등을 잘 모르고 정한 것. 뒷탈이 날 수밖에 없다. 실제 이제서야 국회는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정기상여금, 식대 등을 넣을 것인지 말 것인지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OECD 35개국 회원국 가운데 자영업 종사자들의 비중이 전체의 약 25% 이상으로 높은 축에 속해 최저임금 인상의 단기적 악영향을 더 받기도 한다.

전체 우리나라 고용사회의 임금 구조체계를 아우르는 임금 법안과 제도를 마련하는 기구가 없는 것도 문제였다. 최저임금 수준은 사회안전망(실업급여, 기초생활보호 관련 지출, 기초연금, 근로장려금 각종 사회수당 등),산업 업종별 경영 사정, 산업 지역별 노동시장 사정 노동이동성 고용유연성 수준 등을 고려하고, 생산성 낮은 노동의 구조조정 재배치 전략 등과 연계해 책정해야 하는 문제다. 전국 단위의 단체협상 같은 것도 없이 최저임금위에서 결정됐다.

이처럼 '임금체계 결정기구의 부재'로 포괄적이고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은 탓에 갖가지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우선 최저임금정책의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할 수 있는 '소득재분배' 효과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최저임금이 단기간 급등하면 소득 증가에 따라 급여 액수가 변동하도록 설계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로 인해 근로장려금 등 다른 사회정책들에서도 배제되거나 사회보장급여 액수를 차감당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기본급보다 수당의 비중이 높은 기형적인 임금체계와 기업복지제도들은 과거 기업들이 고용자의 사회보험 보험료 부담분을 억제하고 경영상태에 따라 임금 총액을 동결하거나 삭감하기 쉬운 상태 지속하려고 내놓았던 급여지불방식이다. 임금총액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가수당들이 감세나 면세를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대로 최저임금을 지속적으로 올리면 고소득자들의 세금이나 사회보험료 납입분들의 부담은 억제되지만 처분가능소득은 증가하게 된다. 이처럼 고용보험 가입자들의 이해관계가 나뉜다면 차츰 처분가능소득이 늘고 고용안정성이 높은 이들은 고용보험의 보장 수준을 보편적으로 확대적용하기를 꺼려하게 되고, 이는 노동 유연안정성마저 해칠 것이라 생각한다.

가장 크게 우려하는 점은 최저임금을 '저임금 노동자 보호'가 아닌 소득주도성장용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과 임금 인상으로 가계소득을 늘리고 늘어난 소득으로 소비를 확대해 내수 활성화 및 성장으로 이어지는 ‘경제 선순환 구조’가 구축된다는 것. 혹자는 이를 두고 '마차를 움직여 말을 움직이는 꼴'이라고 평했다. 민간소비지출을 늘리려면 조세감면, 공공부문의 적정임금제도, 사회임금(근로장려금, 각종 사회수당, 기초생활급여, 실업급여 등), 노조의 단체행동에 의한 임금인상 지원 등으로 실행하는 게 더 옳다. 최저임금의 본질은 최저생계비 보장 수단이다. 취업과 실업, 영업과 폐업을 가르는 선이다.

더구나 최저임금과 연동하는 공공부문 임금의 경우 ‘생산성’에 따라 책정되는 게 아니다. 정부는 ‘모범고용주’라는 역할을 지키기 위해 올해 공무원 보수를 지난해보다 2.6% 인상했고 앞으로도 그 수준이 최저임금 밑으로 내려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공공부문 임금 개선 문제를 그대로 두고 최저임금만 올리면 ‘성장’은 없다.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우선 단기적으로는 최저임금 인상과 산입범위를 함께 놓고 검토해야 하며 중장기적으로는 노사가 팽팽히 맞서면 타협안 도출이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는 최저임금위원회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본다.

최저임금위 위원 26명이 새로 위촉되면서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가 17일 전원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고용부 법정 고시기한 8월 5일에 포함된 이의제기 기간(20일)을 감안해 7월 16일까지 확정해야 한다. 약 두 달 남았다.

박숙현 기자  unon@m-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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