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핵협정 탈퇴에 불붙은 유가…산업계 타격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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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란 핵협정 탈퇴에 불붙은 유가…산업계 타격 불가피
  • 변효선 기자
  • 승인 2018.05.10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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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요위축, 원가 부담 등 악영향 우려…정유·화학·항공업계 ‘긴장’
미국의 핵합의 탈퇴로 국제유가가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국내 산업계가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사진은 에쓰오일 콤플렉스 공장 전경. 사진=에쓰오일 제공.

[매일일보 변효선 기자] 미국의 이란 핵 합의 탈퇴 선언으로 국제 유가가 고공행진을 하면서 국내 산업계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6월 인도분 텍사스산 원유(WTI)는 9일(현지시간) 3년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인 배럴 당 71.14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비슷한 시각 런던ICE선물거래소의 6월물도 배럴 당 77.22달러에 거래되는 등 80달러를 목전에 뒀다.

이 같은 국제 정세와 유가 변동성 확대에 국내 산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직·간접적 영향권 안에 있는 산업 중 하나가 정유업계다. 이란산 원유의 수출제재가 시행되면 국내 정유사들의 원유 수급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을뿐더러, 유가 변동성 확대 또한 마냥 달갑지만은 않은 소식이기 때문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원유 도입선을 다변화해 온 만큼 이란산 원유 수입이 어려워진다 하더라도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유가의 경우, 급격하게 오르면 석유제품 수요 위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가 민감 업종 중 하나인 화학업계 역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 화학사들은 원유 정제과정에서 생산된 납사를 이용해 에틸렌을 생산하는데, 통상 납사의 가격은 유가와 연동돼 유사하게 움직인다. 국제 유가가 오를수록 원가 부담이 커진다는 뜻이다.

앞서 지난 1분기에도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유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3%, 18.8% 하락하는 등 실적 악화를 경험한 바 있다.

섬유업계도 원재료 가격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섬유업계 관계자는 “화학 섬유의 원료는 원유를 정제해서 얻기 때문에, 유가가 상승하면 원재료가도 올라간다”며 “이런 부분이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항공업계도 잔뜩 긴장한 모습이다. 유가 상승분에 따라 부과되는 항공권의 유류할증료(유가 상승으로 인한 손실 보전을 위해 운임에 부과되는 할증료)로 매출 감소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유가가 배럴 당 1달러 오르면 대한항공은 연간 370억원의 손실을, 아시아나항공은 200억원 수준의 손실을 입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해 말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국제 유가 상승의 한국 경제 파급 효과’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배럴 당 80달러까지 오르면 물가 상승에 따른 가계의 구매력 약화로 0.81%의 소비 하락 효과가 발생하고, 기업의 매출 감소 및 원가상승 등으로 7.56%의 투자 하락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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