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물컵’이 쏘아올린 작은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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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물컵’이 쏘아올린 작은 공
  • 이우열 기자
  • 승인 2018.05.07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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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우열 기자] 얼마 전 생소한 이야기가 눈앞에 벌어졌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자택에서 ‘비밀의 방’이 3곳이나 발견됐다는 것이다.

대기업 총수의 ‘비밀의 방’이라 함은 우리들로 하여금 많은 상상을 유발시키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흔히 영화나 드라마 등을 통해 ‘비밀의 방’을 접해왔다. 중요한 물건을 따로 보관하거나, 악의적인 목적을 갖고 있는 등의 경우가 일반적이었던 듯하다.

이번의 경우에는 탈세 및 밀수 혐의와 연결되고 있다.

최근 조 회장 차녀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 논란을 시작으로 한진 오너 일가에 대한 도덕성 지적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진그룹은 이번일로 더욱 거센 비판 여론에 직면하게 됐다.

당장 관세청은 조사 당시 밀수 의심 물품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한진 일가의 명품 밀반입 및 탈세 관련 제보가 잇따르고 있는데다, 이미 세간의 의심은 커질 대로 커지고 있다.

조현민 전 전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시작으로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비밀 행보들이 곪아터지고 있는 모양새다.

연장선상에서 대한항공 홍보실 직원들은 연일 사태 수습에 바쁘다. 저마다 회사를 널리 알리고 시장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각오로 입사했을 것이 분명하다. 최근 상황들에 기반해 이들의 입장을 생각해보려니, 그저 막막할 듯하다.

벌어진 일들과 앞으로 수사 상황에 따라 이어질 일들을 생각해보면 현명한 대처가 나타나기 어려울 듯 하면서도, 단순 해명은 지겨워지고 있다.

무엇을 그렇게 숨겨야 했고, 숨기고 싶어했을까. 최근 상황들을 보면 직접 비밀의 방에 숨어들어가고 싶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한진그룹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기업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CEO 및 오너는 직원들로 하여금 모범을 보이고, 자부심을 갖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부여받는다.

하나의 직원들이 모여 팀이 되고, 팀이 모여 하나의 회사가 된다. 구성원 모두가 만족하는 기업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반대로 곤두박질치는 것은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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