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반복된 “죄송하다”의 의미… 한진家의 또 다른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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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반복된 “죄송하다”의 의미… 한진家의 또 다른 민낯
  • 황병준 기자
  • 승인 2018.05.02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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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황병준 기자] “죄송하다” “진심으로 죄송하다”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조현민 대한항공 전 전무가 지난 1일 서울 강서경찰서 조사를 받기 직전 취재진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조 전 전무는 여러 기자들의 질문에도 반복된 ‘죄송하다’단 말만 되풀이했다.

‘죄송하다’는 말만 여섯 차례나 했다. 앵무새처럼 ‘죄송하다’는 대답에는 진정성이 없었고, 이를 진심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웠다.

같은 시간 일부 대한항공 직원들은 조 전 전무의 처벌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땅콩회양 사건의 피해자인 박창진 사무장은 ‘사과는 당사자에게, 범죄자는 감옥으로’라는 피켓을 들고 조 전무의 완전 퇴진과 사과를 주장했다.

조 전 전무는 이날 조사에서 “사람 없는 쪽에 물 컵을 던졌고, 얼굴에는 뿌리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조 전 전무를 두둔할 생각은 없지만 만약 이 말이 사실이고, 일에 대한 지나친 열정이 넘친 상황에서 ‘무례한 행동’으로 마무리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조 전 전무와 한진가의 오너 일가가 이러한 행동에 대해 전혀 잘못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다.

지난 2014년 12월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장녀 조현아 전 부사장이 이륙 준비중이던 항공기 기내에서 난동을 일으키며 항공기를 회항시킨 이른바 ‘땅콩사건’이 벌어졌고,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역시 뺑소니 사건의 가해자로 입건되는 등 그동안 논란에 휩싸인바 있다.

조현민 전 전무의 ‘물 컵 갑질’ 사건으로 대한항공 내부에서 잇따른 ‘미투 운동’이 벌어졌고, 일부 직원들은 한진가 오너일가에 대한 부당한 비위들에 대한 폭로로 줄을 잇고 있다.

여기에 조양호 회장의 부인 이명희 여사의 갑질 폭행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한진가(家)는 그야말로 ‘갑질가족’이라는 의혹에 휩싸였다. 또한 조양호 회장 일가가 해외로 출입국을 하는 과정에서 밀수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한진가의 도덕성은 땅에 떨어졌다. 만약 밀수가 사실로 들어날 경우 최대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

관세청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자택을 압수수색하면서 조 회장을 더욱 옥죄이고 있다.

앞으로 조양호 회장과 조 씨 남매들의 리더십 또한 의문이다. 대한항공의 일부 직원들은 오는 4일 촛불집회를 열고 조 씨 일가의 퇴진을 요구하겠다고 선언했다.

대한항공 직원들은 지난달 말 ‘조양호 회장 일가 퇴진 촉구 촛불집회’라는 오픈 채팅방을 개설, 3일만에 1000여명의 달하는 직원에 참여하는 등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뜨겁다.

또한 집회가 일회성이 아닌 퇴진때까지 집회를 계속 이어나가겠다고 주장했다.

‘물컵’이라는 어찌보면 작은 논란이 현재 대한항공을 뿌리 채 흔들고 있는 분명한 이유는 직원들에 대한 배려없이 회사가 오너가의 소유물이라는 인식에 빠져 직원들을 소유물로 보는 한진가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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