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수주전 후폭풍…건설사 압수수색 파장은
상태바
재건축 수주전 후폭풍…건설사 압수수색 파장은
  • 최은서 기자
  • 승인 2018.04.26 14: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찰, 롯데·대우 이어 현대까지 비리 의혹 수사
수사 확대 움직임에 수주 참여 건설사 ‘노심초사’
25일 서울 종로구 현대건설 본사에서 경찰이 압수수색 자료를 담은 박스를 들고나오고 있다. 경찰은 반포 1·2·4주구 주공아파트 재건축과 관련한 현대건설의 범죄자료 확보를 위해 압수수색을 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최은서 기자] 강남 재건축 비리 의혹에 따른 경찰의 압수수색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월 롯데건설을 시작으로 지난 1월 대우건설에 이어 현대건설이 이번 경찰의 압수수색 대상이 됐다. 이에 건설업계는 향후 추가 압수수색 대상 건설사가 나오는 등 수사가 확대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처럼 강남권 재건축을 중심으로 수주전이 과열된 데 따라 각종 비리가 드러나고 있어, 수주전에 참여한 건설사들이 줄줄이 수사선상에 오를 수 있다는 우려 섞인 관측도 나온다. 

◇경찰, 주요 임직원 소환 조사 방침 

26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경찰은 현대건설이 반포 1·2·4주구 주공아파트 재건축 수주 과정에서 조합원들에게 제공한 향응의 규모가 수십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5일 반포 1·2·4지구 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기획사와 홍보 대행업체 등을 동원, 조합원들에게 선물과 금품을 뿌린 혐의로 서울 종로구 현대건설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지금까지 확보한 증거와 진술 등을 바탕으로 현대건설 혐의를 상당 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데로 수주전 당시 현대건설 재경본부장이었던 박동욱 사장을 비롯한 주요 임직원들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재건축이 ‘순풍에 날개단 듯’ 진행되길 바랐던 재건축 조합원들은 공사 지연 가능성 등을 우려하며 동요하고 있다.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시공사 선정 무효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향후 조합원에 추가 분담금이 발생할 경우 법정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서 롯데건설은 한신 4지구 재건축 사업 수주 과정서 조합원에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지난해 10월과 11월, 두차례에 걸쳐 롯데건설 본사가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대우건설은 신반포 15차 수주전에서 승기를 잡았지만 지난 1월 이 수주 과정에서 조합원에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서울 종로구 본사와 강남지사 등이 경찰의 압수수색을 당했다. 

경찰의 내사선상에는 삼성물산, GS건설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의 무색한 공정선언 

업계는 지난해부터 건설사로 한 수사가 전방위적으로 본격화될지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달 국토교통부가 현대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 GS건설 등에 대해 재건축 시공사 선정과정에서 기존 공사비 포함 항목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처럼 허위로 홍보한 것에 대해 수사를 의뢰한데 이어 경찰이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어서다.

특히 그동안 재건축이나 재개발 입찰에 참여한 대다수의 건설사들은 관행적으로 금품 살포 등을 해왔던 터라 비리에서 자유로울 수만은 없는 입장이어서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에 건설사들의 ‘공정경쟁 선언’도 무색하게 됐다. 건설사들의 ‘자정노력’이 해마다 반복됨에도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지난해 10월 한국주택협회 회원사들은 ‘도시정비사업 공정경쟁 실천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공정경쟁을 실천하기로 결의했다. 여기에는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대림산업, 롯데건설, 포스코건설, 한화건설, 현대산업개발, 두산건설 등 25개 중대형 주택건설사 수주 담당 임직원이 참여한 바 있다. 이 중에는 경찰의 수사대상이 된 건설사도 적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재건축 수주전에서의 건설사 간 출혈경쟁 등 재건축 비리와의 전쟁을 선포한데다 경찰 수사가 확대될 조짐이어서 건설사들도 행여 불똥이 튈까 몸을 사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