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안에서 새는 녹십자, 밖에서는 안 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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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안에서 새는 녹십자, 밖에서는 안 샐까?
  • 김형규 기자
  • 승인 2018.04.24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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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규 유통제약팀장

[매일일보 김형규 기자] 최근 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갑질이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들의 가장 큰 문제가 갑질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문제는 ‘그들만의 배불리기’다. 그들은 지금까지 소위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배를 불린 후 본격적인 갑질 만행을 벌여왔다.

최근 사명을 GC녹십자로 바꾼 녹십자의 일감 몰아주기가 언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들은 녹십자홀딩스를 정점으로 26개 계열사들이 수직적 출자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녹십자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지분 11.26%를 보유한 허일섭 녹십자 회장이다. 또 허 회장 외 특수관계인 지분은 46.54%로 오너 일가가 거의 절반에 육박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의 일감 몰아주기 행태다. 이들은 오너 일가의 지분이 많이 포함된 자회사에 일감을 떠안기고 있다.

2003년 설립한 의료기기 제조업체 녹십자엠에스는 2010년 내부거래 비중이 100%까지 치솟았다. 이후 일감 몰아주기라는 비난이 일자 2016년에는 33.8%까지 낮아졌지만 여전히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지분 100%를 녹십자홀딩스가 보유한 바이오 엔지니어링 건설기업 녹십자이엠은 한술 더 떠 매출 대부분을 그룹에서 책임지고 있다. 2010년 57.28%였던 내부거래 비중이 2015년에는 80%를 상회하다가 2016년에는 64.7%를 기록했다. 녹십자 오너 일가는 이 곳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수혜를 입고 있다.

이와는 별개로 녹십자의료재단에서는 무면허 임상병리사가 불법 병리검사를 시행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경기지역 한 지역언론에 따르면 전국 병의원으로부터 병리학적 검사를 맡아 수행하는 녹십자의료재단에서 임상병리사 자격이 없는 직원 두 명이 병리검사 업무를 수행해 왔다.

임상병리사 면허가 없는 사람이 해당 병리검사를 진행할 경우 불법으로 당사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 기관은 행정처분 등의 조치를 받는다.

녹십자 측에서는 불법 병리검사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나섰지만, 불법 병리검사 의혹을 받았던 직원 두 명을 전보 조치하며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녹십자홀딩스는 올해 초 녹십자의 영문 이름인 Green Cross의 이니셜을 조합해 GC로 사명을 변경하며 ‘위대한 헌신과 도전을 통해 위대한 회사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또 허일섭 회장은 이를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변모하겠다고 선언했다.

50년 역사의 녹십자는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제약업계에서는 유한양행과 더불어 투톱을 유지하고 있는 거대한 기업이다. 이러한 기업이 글로벌 진출을 선언한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얘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에서는 새기 마련이다.

녹십자는 글로벌 진출도 중요하지만 새는 바가지로 물을 퍼 담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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