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다산신도시 택배분쟁, 논란만 키운 국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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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다산신도시 택배분쟁, 논란만 키운 국토부
  • 최은서 기자
  • 승인 2018.04.23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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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최은서 기자] 경기 남양주 다산신도시의 택배분쟁에서 정부가 설익은 중재로 체면만 구겼다. 국토교통부가 택배분쟁의 해법으로 ‘실버택배’를 제시하면서 사태가 일단락되는 듯 했으나 세금 지원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이틀만에 실버택배안을 철회한 것이다.

택배 분쟁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정부가 서둘러 사태를 봉합하려다 논란만 키웠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갑질 논란’, ‘집단 이기주의’ 등으로 다산신도시에 호의적이지 않은 국민 여론에 비춰봤을 때 세금이 투입되는 대안은 논란이 일 것이 자명했다. 실제로도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부은 셈이 됐다. ‘국민 혈세’ 지원 논란으로 청와대 국민 청원이 하루만에 20만명이 넘는 등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는 등 혼란을 자처하게 됐다.

그럼에도 국토부가 ‘당사자 해결 원칙’을 천명한 것은 당연한 결정이라고 본다.

아파트 입주민들은 택배 차량의 단지 진입을 일방적으로 금지시키고 택배기사들이 다른 수단을 통해 직접 물품을 집까지 배송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처럼 택배기사들의 시간적, 체력적 곤란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는 방침을 택배기사라는 이유로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 청와대 국민청원을 한 청원자의 지적처럼 특정 단지에서 불거진 택배 갈등에 국민 세금을 투입하는 것은 형평성 논란이 잇따를 수 밖에 없다. 전국 아파트에 실버택배를 도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갈등이 불거진 특정 단지에만 실버택배 대안을 제시하면서도, 그 기준이나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였다.

국토부는 앞으로 택배 문제를 겪는 아파트는 자체적으로 해결방안을 찾도록 하는 방향으로 방침을 정했다. 또 신축 지상공원화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층고를 택배차량이 출입할 수 있도록 높이는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와 관련 앞으로 국토부가 풀 숙제가 적지 않다. 특히 지하주차장 층고 높이기 등의 제도 개선은 현 상황에 비춰볼 때 뒤처진 속도인 만큼 더 이상 늦어져선 안될 것이다. 실제 현장에 적용에만 최소 2년 이상 걸리기 때문이다.

다산신도시 택배분쟁은 이례적인 것이 아니라 ‘차 없는 아파트’를 표방한 아파트 단지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갈등양상이다. 단지를 연결하는 지하주차장은 층고가 법정 최하 높이인 2.3m에 불과해 2.5~2.7m 높이의 탑차 형태의 택배차량은 진입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인 것이다.

이에 국토부는 건설사와의 협의부터 시작해서 의견수렴 등을 신속하면서도 충분히 진행, 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더불어 주민들과 택배사들도 서로의 입장을 십분 고려해 상생하는 방안을 도출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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