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포스코 ‘흑역사’ 는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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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포스코 ‘흑역사’ 는 언제까지
  • 연성주 기자
  • 승인 2018.04.23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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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연성주 기자]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임기를 2년 남기고 지난 18일 전격 사퇴했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포스코는 역대 회장이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권 회장은 ‘누적된 피로’와 ‘젊은 CEO 필요성’ 을 이유로 내걸었으나 석연치 않은 구석이 한둘이 아니다. 최근 열린 포스코 창립 50주년 행사 때만해도 기자들 앞에서 직무 수행 의사를 분명히 밝혔던 권 회장 아닌가. 그래서 그의 사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권 회장은 실적도 좋은 편이다.

4년간의 구조조정을 통해 지난해 매출 60조원에 영업이익도 6년만에 최대인 4조6000억원을 올렸다. 외부 압력설이 아니고는 갑작스러운 사퇴배경을 설명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역대 정권교체 이후 포스코 회장이 물러나는 전례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고 박태준 회장이 김영삼 대통령과의 갈등으로 물러난 것을 비롯해 포스코 역대 회장들은 정권이 바뀌면 예외없이 퇴진 압력을 받다가 7명 모두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물러났다.

매번 그랬듯이 이번에도 정부의 직간접 사퇴 종용이나 압박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표면상으로는 권 회장의 퇴진에 외부 입김이 작용했는지 아직 드러난 정황은 없다.

포스코도 정치권 외압설이나 검찰 내사설에 대해 전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권 회장은 “저보다 더 열정적이고 능력있는 분에게 회사 경영을 넘기고 싶다”며 사퇴의 변을 남겼다. 스스로 물러났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의구심은 가지지 않고 있다.

권 회장의 사퇴설은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계속 항간에 나돌았다.

박근혜 정부 시절 임명된데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렸기 때문이다.

권 회장은 지난해 6월 문재인 대통령의 첫 방미 당시 대규모 경제인단에서 제외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요 경제단체로부터 추천받은 명단에는 들어갔지만 청와대 최종 인선과정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표면상 이유는 포스코가 다른 대기업에 비해 미국 사업실적이나 투자계획 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이후 권 회장은 지난해 7월 청와대에서 열린 문 대통령과 주요 기업인과의 호프미팅에 초청되면서 사퇴설이 가라앉은 듯 했으나 권 회장은 문 대통령의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와 12월 중국 방문에서는 제외됐다.

최근 권 회장이 추진한 포스코 자원개발사업에 이명박 정부가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일부 언론에 보도되면서 권 회장에 대한 검찰수사가 시작되는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권 회장은 함께 사퇴설이 나돌던 황창규 KT 회장이 최근 경찰 조사를 받는 것을 보면서 더 이상 직을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0년 민영화된 포스코는 이제 정부가 주식 한 주도 갖고 있지 않다.

그런데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CEO가 교체되는 장면이 되풀이 되고 있다.

기업 실적과도 상관이 없다. 비위 행위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하겠지만 정권 초에만 먼지 털 듯 조사가 이뤄지고 있어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대주주가 없다는 이유로 포스코 회장 자리를 전리품으로 취급하는 행태는 구태스럽다.

포스코 차기 회장 선임 작업은 이번 주 시작된다.

포스코는 23일 ‘CEO 승계 카운슬’ 1차 회의를 열어 선임 절차와 구체적인 방법 등을 결정할 계획인데 새 회장이 취임하기까지는 두 달 넘게 걸린다고 한다. 

민영화된 기업까지 정권의 전리품으로 생각하는 것이 ‘적폐 중의 적폐’ 라고 생각한다. 정치권에 휘둘리는 포스코 ‘흑역사’ 는 이제 종식돼야 한다. 우선 새 회장 선임절차가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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