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여론조작 온상으로 전락한 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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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여론조작 온상으로 전락한 포털
  • 윤슬기 기자
  • 승인 2018.04.21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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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윤슬기 기자] 민주주의는 여론정치다. 국민 모두가 여론의 영향을 받고 상호작용을 하면서 올바른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이 민주주의라 할 수 있다. 오늘날에는 정보통신의 발달로 인터넷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즉 인터넷이 여론 형성을 위한 가장 경제적이면서도 개방적인 공론의 장을 만들고 있다. 특히 인터넷 포털 뉴스는 가장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고,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들이 나온다. 댓글 기능이 도입된 이유도 이 공간이 제 기능을 잘 유지한다면 숙의(熟議)가 가능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 댓글 조작 사건, 이른바 드루킹 사건의 파문이 확산되면서 포털 여론에 대한 불신도 높아지는 모습이다. 국정원의 대선 댓글 개입사건부터 드루킹 사건까지 편중된 여론조작의 장으로 악용되면서다.

지난해 11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7 한국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포털 뉴스 의존도가 77%로, 세계 36개국(평균 30%)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8명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통해 뉴스를 접하는 것이다. 여기에 포털 댓글에 영향을 받는 동조 효과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점을 악용해 드루킹 사건의 주동자들 역시 포털 댓글이나 추천수 조작 등을 통해 여론을 형성하고 이를 조작‧가공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실제로 댓글통계시스템 위드미터 사이트에 따르면 ‘네이버 뉴스’에 댓글을 단 계정 중 0.18%가 지난 6개월간 댓글을 1000개 이상 달면서 공감순 등 댓글 여론을 사실상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드루킹 사건의 주동자들 역시 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해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뉴스에 무분별한 댓글을 단 것을 보면 해당 조사 결과에 대한 신뢰성은 더욱 높아진다. 이들이 사용한 매크로 기능은 SNS에서 각종 글과 사진 및 그림파일을 순식간에 기계적으로 도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에서는 ‘좋아요’를 찍는 횟수를 대폭 늘릴 수 있다. 이처럼 매크로를 만약 선거에 악용한다면 소수의 인원만으로도 온라인상의 여론을 자신들이 원하는 쪽으로 끌고 갈 수 있는 것이다.

인터넷 서비스업계 일각에서는 드루킹처럼 다수의 인원을 동원한다면, 매크로 없이도 댓글 조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포털에서는 민간의 조직적인 여론조작을 물리적으로 막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

만일 그렇다고 하더라도 여론 조작의 장이 돼버린 포털을 이대로 둬도 되는 걸까. 댓글 작성이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지만 ‘드루킹 사건’처럼 심각한 부작용이 드러난 이상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단순의 댓글 배열순서만 고친하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우선 포털의 뉴스 유통 방식부터 개선해야 한다. 현재 언론사가 제공한 뉴스를 포털 내에서 이용자들이 읽을 수 있는 인링크 방식이 아닌 아웃링크 방식을 채용해 댓글로 여론을 조작하는 행위를 막아야 한다. 현재 구글은 이 방식을 채택해 기사를 클릭하면 뉴스를 생산한 언론사로 연결되고 있다.

때마침 정치권이 뉴스 서비스 방식을 아웃링크로 바꾸기 위한 법안이 검토된다고 하니 제도를 개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 기회를 살려 건전한 여론을 형성할 수 있도록 제도적‧기술적 보완 조치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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