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매수일색’ 리서치 관행…외국계와 비교하니 10배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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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매수일색’ 리서치 관행…외국계와 비교하니 10배 차이
  • 홍석경 기자
  • 승인 2018.04.15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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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권사 올해 1분기 리포드 매도 비중 1%…외국계, 매도 의견 12% 넘어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올해 역시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분석보고서 중 ‘매도’의견은 거의 ‘전무’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성증권 사태가 ‘점입가경’으로 번지는 가운데 이와 관련한 의견을 개진하지 않아 눈초리를 받고 있다.

15일 금융투자협회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증권사 32곳의 ‘리포트 투자등급 비율’을 분석한 결과 ‘매도’의견을 낸 곳은 단 6곳에 그쳤다. 다만 6곳의 증권사에서 투자의견 매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1%에 그쳤다.

현재 국내 증권사별로는 △KTB투자증권(1.8%)△대신증권(1.0%)△케이프투자증권(1.0%)△DB금융투자(0.7%)△키움증권(0.6%)△한국투자증권(0.5%)순으로 기업 분석리포트에 매도의견을 개진했다.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 등을 포함한 나머지 증권사 26곳은 매도의견을 한번도 내지 않았다.

이는 국내 자본시장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외국계 증권사 15곳의 평균 매도비중 12.3%와 비교해봐도 크게 뒤처지는 수준이다. 씨엘에스에이(CLSA)코리아증권의 리포트 투자등급 중 매도비중은 31.2%나 된다. ‘메릴린치인터내셔날엘엘씨증권’도 매도 비중이 24.5%를 기록하고 있고 ‘모간스탠리인터내셔날증권’과 ‘씨지에스 씨아이엠비증권 홍콩’도 각각 17.3%, 16.9%로 집계됐다.

그간 국내 증권사의 ‘매수일색’ 리포트 관행은 금융투자업계 단골 지적 사항이었다. 다만 지난 6일 발생한 ‘삼성증권 사태’에도 불구하고 의견 개진을 머뭇거려 또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다만 업계는 외국계 증권사와 구조적으로 다른 상황이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외국계 증권사의 경우 외국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해 매도 보고서에 대한 필요가 국내보다 크다는 설명이다.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 한 고위 관계자는 “국내사와 외국계의 애널리스트 질적 차이가 매수와 매도 의견의 비율 격차를 가져왔다고 보기는 어렵다. 외국계의 경우 애널리스트의 보고서에 따라 매매가 이뤄질 경우 그에 따른 보상이 주어지지만, 국내의 경우 이러한 유인이 없다보니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매도 보고서를 써야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증권사 리서치에 대한 기업들의 압박도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2016년에는 하나투어 투자설명(IR) 담당자가 자사에 부정적 보고서를 쓴 증권사 연구원에 대해 기업탐방을 금지하겠다고 해 갑질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국내 증권사 리서치 한 연구원은 “매도 의견을 내면 기업과 투자자들로부터 엄청난 압박과 항의를 받기 때문에 큰 용기가 필요하다”며 “매도 대신 중립이나 ‘의견없음’으로 처리하거나 목표주가만 내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리서치계’ 사정을 모르는 투자자들은 증권사들의 지나친 기업 눈치보기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매수 일색의 리포트로 인한 피해가 투자자들, 그중에서도 외국인이나 기관에 비해 정보가 부족한 개미들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12월6일 삼성중공업이 대규모 적자전망을 밝히기 직전 일부 증권사가 매수 의견을 내는가 하면 다수 증권사들이 주가가 곤두박질친 상황에서도 매수 의견을 유지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증권업계는 기관의 기업 투자 중개나 기업상장 등을 통해 수익을 얻는 구조에서 매도 리포트를 내기에는 상장사 눈치가 보일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가 기업을 대상으로 수익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는 냉정한 판단이 여러울 수 밖에 없다”며 “수익구조 같은 업계 환경이 바뀌고 기업도 비판을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하는데 그러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지난 증권업계의 리포트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15년 5월 ‘매도 리포트 비율 공시제도’를 도입했으나 별다른 효력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난해 9월 목표주가와 실제주가의 괴리율을 공시하도록 ‘목표주가 괴리율 공시제도’도 추가로 도입했으나 이 역시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증권사 리서치 부문의 질적·양적 제고를 위해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애널리스트의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자본시장연구원 한 관계자는 “광범위하고 깊이 있는 조사분석이 필요한 상황에서 애널리스트의 역량강화와 이를 지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며 “조사분석 업무에서 애널리스트의 자율성과 독립성에 대한 불신이 높은 상황이므로 이에 대한 업계 자정의 노력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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