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이재명 "드루킹에 당했다" 민주당원 댓글조작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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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이재명 "드루킹에 당했다" 민주당원 댓글조작 미스터리
  • 윤슬기 기자
  • 승인 2018.04.15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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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친문성향 유명 인터넷 논객 '정부 비판' 댓글조작 / 민주당원으로 대선 때는 문 대통령 지지활동도 / 김경수, 배후설 일축 "청탁 거절하자 보복한 것"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14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민주당 당원 댓글공작'에 연루됐다는 한 매체 보도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윤슬기 기자]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댓글을 쓰고 추천 수를 조작한 혐의로 드루킹(인터넷 필명) 등 더불어민주당 당원들이 구속되면서 이들의 정체와 범행 동기를 둘러싸고 의문이 가시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인 김경수 민주당 의원은 인터넷 댓글 조작 사건의 배후설을 강력 부인하며 청탁을 거절한 데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같은 당 이재명 전 성남시장도 구속된 당원으로부터 음해공작을 당했다며 김 의원 주장을 지지하고 나섰다. 하지만 김 의원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드루킹과의 텔레그램 메시지 내용을 보관하지 않았다고 밝혀 야당의 의혹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드루킹, 진보성향 유명 인터넷 논객 활동

드루킹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한 김모씨 등은 정부를 비판하는 댓글에 공감 클릭수를 높이는 조작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김씨는 '드루킹의 자료창고'라는 블로그를 운영했는데, 2009년부터 네이버 파워블로그로 선정되면서 인지도가 상승했다. 지난해 5월 19대 대선을 앞두고는 문 대통령을 온라인에서 공개적으로 지지하기도 했다. 김모씨는 드루킹이라는 필명을 쓰기 전 2000년대 초반에는 친노무현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서프라이즈'에서 '뽀티'라는 필명으로 글을 쓰기도 했다.

이처럼 진보성향이 뚜렷했던 김씨가 현 정부의 비판 댓글에 '공감' 클릭수를 높이는 등 이해가 되지 않는 행적을 보이면서 이들의 범죄 동기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15일 정치권과 경찰 등에 따르면 김씨 등은 경찰조사에서 애초 묵비권을 행사하다 "보수진영에서 여론 조작 공작을 펴고 있다고 해 테스트를 해보려고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해봤다. 이왕이면 보수 진영에서 하는 것처럼 보이려고 (정부 비판 댓글에) 테스트를 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경찰은 민주당원이 문 정부를 비판하는 쪽으로 여론을 조작하는 행위가 상식적으로 민주당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진술 신빙성이 의심된다고 보고 정확한 범행 동기를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김경수 "대선 때 자발적으로 도와놓고 대가 요구"

김 의원은 지난 14일밤 드루킹이 자신과 수백 통의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았다는 한 언론보도 직후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이를 부인했다. 김 의원은 "선거(대선)가 끝난 뒤 드루킹이라는 분이 인사 관련 무리한 요구를 해왔다. 청탁이 뜻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자 상당한 불만을 품은 것으로 느꼈다"며 "문제가 된 사건의 본질은 대선 때 자발적으로 돕겠다고 찾아온 사람들이 뒤늦게 무리한 대가를 요구하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에 반감을 품고 불법적 매크로를 사용해 악의적으로 정부를 비난한 사건"이라고 했다.

이 전 시장도 15일 페이스북에 비슷한 맥락의 글을 올렸다. 이 전 시장은 "그는(드루킹) 자신이 일방적으로 한 나름의 '기여', 즉 댓글조작과 조작글에 대한 보상으로 김 의원에게 돈이나 이권을 청탁했을 것이고 원칙주의자 김 의원은 부당한 요구를 당연히 거절했을 것이며, 이에 반발한 이들은 '나한테 잘못 보이면 문재인 정부도 비난 여론을 힘들게 만들 수 있다'며 무력시위로 정부비판 댓글조작을 했을 것"이라며 자신도 드루킹으로부터 음해공작을 당한 적 있다고 했다.

이 전 시장은 "나도 작년 이 사람으로부터 '동교동계 세작'이라는 음해공격을 받았다. 그의 큰 영향력 때문에 나는 졸지에 '동교동 즉 분당한 구민주계 정치세력이 내분을 목적으로 더불어민주당에 심어둔 간첩'이 됐다"며 "흑색선전 행위를 고발했지만 지금까지 수사결과를 듣지 못했다. 선거법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종결처리한 것으로 생각하고 잊고 있던 중"이라고 했다.

▮이재명 "드루킹, 수많은 댓글조작 했을 것"

이 전 시장은 더 나아가 드루킹이 수많은 댓글 조작을 했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이번 댓글조작의 미스터리를 풀 수 있다고도 했다. 그는 "'친노친문'이라는 이들의 정부비판 댓글조작에 모두 의아하게 생각한다. 이들이 문제의 '정부비판' 댓글만 달았다고 보기 때문에 생긴 착시"라며 "이들이 수많은 댓글 조작을 했는데 정부비판 댓글은 극히 일부라고 보면 쉽게 납득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선호 또는 거래하는 정치인을 위해 옹호댓글을 조작하거나 상대방을 음해하는 비방하는 조작 댓글을 무수히 조작해 왔을 것"이라며 "송파을 재보선을 둘러싼 최근의 댓글공방에도 이들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으니 확인해보기 바란다"고 했다.

반면 정치권에서는 "김 의원의 말처럼 대선 당시 대가를 바라고 접근한 수많은 이들 중 일부였고 청탁을 거절했다면 자신의 결백을 위해 대화 내용을 저장해야 했다. 댓글 조작세력과의 대화를 지운 것은 자신이 배후자라는 기록을 지운 것"(바른미래당 권성주 대변인)이라는 의혹제기도 있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는 이날 "드루킹이라고 불리는 사람이 잡혀있는 와중에도 그 사람이 쓴 댓글들이 지워지고 있다고 알고 있다. 이것은 개인 일탈이 아니라 조직범죄와 공모한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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