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가 사측에 월급 달라는 건 국제적 망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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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가 사측에 월급 달라는 건 국제적 망신”
  • 송병승 기자
  • 승인 2011.04.29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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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국민노총 설립에 나선 정연수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

[매일일보=송병승기자] 노동계가 떠들썩하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그동안의 번목을 청산하고 공동투쟁전선에 나선 가운데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서울지하철 노조 등이 주축이 된 ‘제3노총’ 이른바 ‘국민노총(가칭)’ 출범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 7월 복수노조 시행을 앞둔 상태에서 ‘국민노총’의 출범 움직임은 노동계 전체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출범을 앞둔 국민노총이 현 양대 노총 체제 아래 노동계의 변화의 바람으로 불 것인지, 아니면 한순간의 이슈에 불과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점은 아직 남아있다.

<매일일보>은 국민노총 출범의 선봉에 서있는 서울지하철노동조합 정연수 위원장에게 현 노동계와 새로 생길 국민노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노조 전임자 임금 걸려있는 타임오프제, 노동운동 자주성 걸린 문제

자주성이 선진 노조 기본…국민 인정받으려면 기득권은 좀 떨고 가야”

“민주노총 탈퇴, 노조위원장 선거 공약…조합원 선택 있었기에 가능”
“불안정 노동자 문제, 고용창출과 동일노동 동일임금으로 해결 가능”

정연수(55) 서울지하철노동조합(이하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은 노동운동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1981년 서울 지하철 운영사업소 입사 후 노동운동만 27년. 그는 현장에서 보고 들었던 노동운동으로 고여 있는 현 노동계의 변화가 일어나길 바라고 있다.

이념만을 추구하는 ‘민주노총’, 노조 간부만이 귀족화 되어 있는 ‘한국노총’이 현 노동계의 현실이라고 지적한 정 위원장은 인터뷰 내내 ‘국민들과의 화합’을 강조했다. 현장에서 보고 느낀 것에 의하면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를 얻지 못한 운동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 위원장의 생각이다. 다음은 정연수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

- 지난해에도 민주노총 탈퇴에 관한 투표를 서울지하철노조에서 진행했다. 부결된 것으로 아는데 올해 다시 진행한 이유는 무엇인가.

△ 민주노총 탈퇴는 17대 노조위원장 선거 공약이었다. 조합원들에게 ‘민주노총 탈퇴하고 새로운 노동운동을 하겠다’는 공약을 걸고 선거에 임했다.
이것은 나만의 뜻이 아니다. 조합원들의 선택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지하철노조에는 74명이 진행하는 ‘집행회의’라는 기구가 있다. 이 회의체에서 역시 올해 사업으로 민주노총 탈퇴하고 국민의 지지와 사랑을 받는 새로운 운동으로 만들자는 결의를 했다.

- 오랜 역사를 지닌 한국노총, 강건한 투쟁을 진행 중인 민주노총이 존재한다. 국민노총(가칭) 설립 주장의 배경은 무엇인가.

△ 양대 노총이 있지만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노동운동을 어떻게 생각 하냐’고 물으면 85%가 현재 노동운동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노동운동이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고 있고 소외되어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지나치게 이념적이다. 노동운동은 국민의 삶의 일부인데 이데올로기 이념을 강화해서 계급투쟁으로 몰아가 국민들과 소통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

한국노총은 지극히 간부들 중심이라는 것에 문제가 있다. 노동자들의 권익이 아니라 노동조합 간부의 귀족화를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전투적·이념적, 한국노총은 귀족적이라는 부분에서 국민들이 노동조합을 지지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 그래서 반드시 국민과 호흡하고 국민의 지지를 받는 운동으로 변화된 새로운 노동조합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 현존 양대 노총과 대립되는 부분이 있다면.

△ 위 두 가지 입장을 정리했듯 하나는 대단히 이념적, 하나는 귀족적이라는 부분이다. 우리가 하고자하는 것은 실제 생활 노동 운동이다. 생활노동운동이라는 것은 과거 공급자 중심이라고 해서 특정 간부들이나 이념집단이 노동조합을 교육하고 지시하고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조합원이 바라는 바, 국민이 바라는 바를 실천하는 것이다.

조합원을 섬기고 조합원의 뜻을 받들어서 그것을 실행하는 수혜자 중심의 노동운동으로 전환하는 것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공급자 중심의 노동운동에서 수혜자 중심의 노동운동으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우리나라는 다른 모든 것들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데 유독 노사문제만 최하위다. 이것은 우리나라 노사문제 내부의 후진성 때문인데 그것이 노동조합 시스템이고 노동조합 간부 조직의 문제점이다.

- 국민노총이 설립된다면 어느 정도의 조합원을 예상하는가.

△ 지금 당장 급격히 많은 숫자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아마도 2~3년이 지나면 기존노총에서 많이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몇몇 언론에서 10~20만을 이야기하는데 2~3년 지나면서 노조 안에서도 자주성, 전문성, 서비스성, 경쟁력을 가지는 노조가 재편해 나갈 수 있는 힘을 가질 것이다.

한 설문에서 보면 민주노총 소속의 사업장에서는 66%가 한국노총에서는 40%가 복수노조를 3년 내에 시행하겠다고 답하고 있다. 지형 변화는 2~3년 지나면 폭발적이라고 보고 있다.

- 7월 복수노조 도입이 예정되어 있다. 조합원 조직을 위한 차별화 방법이 있나.

△ 우리가 하는 것은 일단 과거에 조합간부나 조합원의 이익만을 챙기는 것이 아니다. 우리를 지지하고 함께하고자하는 조합원들과 사회공헌에 관한 문제, 도덕성에 관한 문제들의 근본적인 해결을 바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노동조합 간부를 도덕성이 높은 사람, 사회 공헌을 할 줄 아는 사람, 전문성을 가진 사람으로 임명 할 것이다. 이후 노동조합의 조직이나 시스템도 조합원의 생활 중심으로 바꿀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 진행 중인 복지문제, 의료문제, 제정문제 등에 관련된 부서를 신설하고 사회 전문가들과 함께 조합원의 문제를 중점적으로 해결해 나갈 것이다.

- 국민들의 호응을 중요시하는 것인가.

△ 87년 엄청난 노동운동이 있었다. 그때는 국민의 사회 민주화 열기와 함께 노동자들도 국민들과 눈높이를 맞췄다. 그랬기 때문에 노동운동도 힘을 얻어 투쟁할 수 있었고 국민의 열망을 지원받아 직장민주화가 일어 날 수 있었다.

현재의 노동운동은 국민이 등 돌리니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다. 단순 투쟁도 국민과 호흡했을 때 거기서 나오는 폭발력이 더 크다고 본다. 외면된 국민의 마음을 잡아서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다. 크게 보면 조합원도 하나의 국민이다.

- 한국노총, 민주노총이 타임오프제에 반발하며 손을 잡았다. 국민노총은 타임오프제를 수용하는가.

△ 그렇다. 타임오프제는 노동운동의 자주성에 관련된 문제다. 사용자로부터 임금을 지급받느냐 받지 않느냐의 문제가 기반에 깔려 있다. 원칙적으로 노동조합은 사용자로부터 모든 향응이나 금품을 제공받지 않는다고 이야기해야한다. 그렇게 자주성을 가지고 가는 것이 선진 노동운동의 기본이다.

보통은 사측에서 주려고 하고 노측에서 안 받으려 하는데 우리나라 노동조합은 거꾸로 되고 있다. 조합에서 전임자 파업한다고 월급 달라고 하고 있으니 이것은 말이 안 되는 것이다.

노동조합 간부들이 국민으로부터 인정받으려면 그런 기득권들은 좀 떨고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 타임오프제를 전면 수용한다면 조합 활동만 하는 사람들의 급여 문제는 어떻게 해결 할 것인가.
△ 사측에 월급 달라고 말하는 것은 세계 사회에 나가면 아주 부끄러운 짓이다. 조합 간부의 임금은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다.

- ‘회색노조’라든지 사용자 범위 안에서 ‘대화, 타협할 것’이라는 등의 비판이 일고 있다.

△ 그런 비판을 하는 사람은 상식이 없는 사람이다. 대화도 해보지 않고 본질도 보지 못하고 있다. 27년간 현장에서 노동운동을 해본 바 국민과 호흡하고 국민과 함께 할 때 나타나는 파괴력이라는 것은 어마어마하다.

- 국민과 함께 할 때 나타나는 파괴력이란 어떤 것인가.

△ 지하철 노조가 파업을 수찰 했지만 국민이 부정적일 때는 절대 이길 수 없었다. 하지만 국민이 지지했을 때는 정부가 반드시 물러났다.

국민의 눈높이라는 것은 운동의 승패를 좌우하는 것이다. 새로 생길 국민노총이 국민과 화합하고 조합원을 섬기면 현 민주노총이 지시해 파업하고 정치적인 쇼를 하는 것보다 폭발력이 엄청날 것이다.

- 이명박 정부의 노동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 노동정책이 이제는 하나의 정부가 잘했다 잘못했다를 따질 수 없는 시대다. 이명박 정부뿐만 아니라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도 노동계는 탄압을 받았다. 이 부분을 보면 어떤 정부의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 우리 사회가 성장되면서 나타나는 문제로 볼 수 있다.

과거 독재시절에는 정부가 힘이 있어 통제를 했다. 그로인해 정부로 부터의 해방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 자본시장이 발전하면서는 자본가들의 힘이 강력했다. 자본가가 돈을 쥐고 흔드는 사회가 왔었다. 이후 노동계에 힘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세 주체가 다 힘이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세 주체가 모여 사회적 통합을 이뤄내야 한다. 그렇게 했을 때 선진국 틀이 가능한 것이다.

- 양대 노총이 비판 받는 이유는 ‘불안정 노동자(비정규직, 파견근로직)’ 등에 관련한 처우 문제다. 국민노총은 어떻게 하겠나.

△ 고용창출에 관한 부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의 주장은 고용을 확대하는 작업, 일자리를 찾아주는 작업, 양극화를 해소하는 방법, 실제 저소득층에 관한 대책을 중요시 하자는 것이다.

또한 비정규직 문제의 본질적인 부분으로 들어가 ‘동일노동 동일임금’제도가 지정되어야 한다. 근무시간은 탄력성을 줄 수 있지만 임금은 동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일을 하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임금 차이가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 국민노총 설립 이후 위원장에 도전할 것인가.

△ 국민노총은 설립 후 수직구조가 아닌 수평구조로 운영될 것이다. 모든 조합원들이 참여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예정이다.

현재 노총은 절대 권력 조직이다. 우리는 이런 것들을 버리고 편안한 조직 구조로 갈 생각으로 사무국을 중심으로 실무를 강화시키고 대표단은 지원자의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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