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전체
HOME 오피니언 기자수첩
[기자수첩] 오락가락 감독·검사하는 금융당국

[매일일보 박수진 기자] 최근 금융당국이 금융권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몇몇 조사 과정들을 보면 고개가 저절로 갸우뚱 해진다. 공정한 조사라고 보기엔 신한금융에 대해서만 유독 관대하기 때문이다.

먼저 금감원이 팔을 걷어붙이고 적극 나서고 있는 금융권 채용비리의 경우 표적수사인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에 충분하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차례에 걸친 검사에서 채용비리가 의심되는 사례 22건을 적발했다. 하나은행이 13건으로 가장 많았고 KB국민은행과 대구은행이 각 3건, 부산은행 2건, 광주은행 1건이다. 

이에 금감원은 조사 검사를 바탕으로 KB국민·KEB하나·JB광주·BNK부산·DGB대구 등 시중은행 5곳을 채용비리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해당 금융지주들의 본사는 물론 은행까지 압수수색을 진행해 당시 인사 담당자들을 검찰에 소환 또는 구속시켰다. 현재까지 검찰 조사는 진행 중에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지난해 과도한 ‘임원자녀 채용’으로 한바탕 논란을 빚었던 신한금융은 ‘쏙’ 빠졌다는 점이다. 앞서 논란이 일었던 만큼 다른 은행들보다 신중한 조사가 요구됐지만 금감원은 이번 채용비리 조사과정에서 ‘채용절차상 미비점’만 지적했다. 

하지만 지난 8일 금감원이 찾지 못한 신한금융 채용비리 정황을 한 언론사가 단독 보도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 같았던 신한금융의 채용비리 논란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본부장급 이상인 신한금융 현직 임원 5명, 전직 임원 18명의 자녀 24명이 신한은행·신한카드 등에 입행(입사)했고 이 중 17명이 현재 근무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채용비리 정황은 신한금융 측이 서류전형을 담당하는 채용대행사에 임직원과 자녀의 주민등록번호를 넘겨주고, 대행사가 이를 바탕으로 지원자 중 임원 자녀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면 신한금융 측이 합격 여부를 통보해준다는 것. 채용된 임원 자녀들 중에는 금융권에서는 이례적으로 인턴에서 정직원으로 채용되거나 대학 전공이 금융권 업무와 무관한 이들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후속보도로 신한은행 전 인사부 관계자 인터뷰까지 보도하면서 의구심은 더욱 증폭됐다. 

재밌는 부분은 이에 대한 금감원의 태도다. 해당 보도 직후 금감원은 지난해 말과 이달 초 조사 과정에서 신한금융은 채용비리와 관련해 발견된 바 없기 때문에 비리로 의심할 만한 새로운 내용이 나와야 추가 조사에 나설 수 있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지난달 금감원은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하나금융 채용비리 연루로 사퇴하자 곧장 ‘하나금융 채용비리 관련 특별검사단(TF)’을 구성해 현장검사 실시에 나선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신한금융 재조사에 대한 입장대로라면 하나금융 역시 당시 조사가 끝났기 때문에 추가 조사는 진행됐으면 안됐다. 

금감원의 신한금융 편애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9일 금감원이 금융위와 함께 가상화폐 거래소와 거래하는 3개 은행을 대상으로 자금세탁 관련 현장 점검 계획을 밝혔을 때도 신한은행은 해당 은행에서 제외됐다. 

금융당국은 해당 은행들로부터 이른바 ‘벌집계좌’가 다수 운영되는 것으로 추정돼 조사에 나선다고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관련된 은행을 모두 공정하게 조사한 뒤 결과를 도출해야지, 결과를 미리 정해놓고 조사를 진행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현재 금감원은 논란이 계속되자 입장을 바꿔 12일부터 신한은행‧카드‧캐피탈 등 신한금융 일부 계열사를 대상으로 채용비리 관련 재검사에 들어간다. 하지만 금감원의 이번 조사를 두고 기대하는 이는 많지 않은 상황. 조사 결과 비리 정황이 드러나도 당시 제대로 된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고, 정황을 찾지 못한다고 해도 언론에 제기된 의구심은 찝찝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감원이 표적수사 논란을 피하려면 비판을 무서워하지 말고 제대로 된 조사를 통한 공정한 결과를 밝혀내야할 것이다. 가상화폐 관련 자금세탁 현장 점검 역시 가상화폐를 거래하고 있는 모든 은행들을 상대로 조사해 뒷말이 나오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박수진 기자  soojina627@m-i.kr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