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인터뷰] 먹고 마시고 숨쉬는 것도 두려운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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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인터뷰] 먹고 마시고 숨쉬는 것도 두려운 시대
  • 송병승 기자
  • 승인 2011.04.01 1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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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남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MB 환경정책? 없다는 게 문제”

[매일일보=송병승기자] 대한민국 사회가 총체적 환경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의 가장 큰 화두는 일본 원전 파괴로 인한 방사능 오염 문제이다. “한반도는 절대적 안전지대”라던 정부의 호언장담은 진작에 그 힘을 잃은 지 오래고, 수입식품 방역에서도 숭숭 뚫린 구멍이 연일 발견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기 전부터 환경 파괴의 주범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던 ‘4대강 사업’ 그리고 초기 대응 미비로 전국화된 구제역 등 방역실패에 따른 가축 살처분 지역에서 나오는 침출수 등으로 인한 상수원 오염 문제도 나날이 심각성을 다하고 있다.

막연한 ‘당위론’으로서의 환경보호라는 차원을 넘어 당장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심지어 숨쉬는 것조차 신경 쓰이는 시대가 도래했다. <매일일보>은 환경운동연합 김종남 사무총장을 만나 최근의 총체적 환경 문제에 대한 고견을 들어보았다.

“일본 원전사태, 체르노빌 사고 피해 수준 넘어설 가능성 예의주시”

“구제역 침출수, 음용수 오염 넘어 농산물 오염 2차 피해도 우려돼”

“4대강, 나타날 피해 다 나타났지만 ‘공사중단’ 요구는 여전히 유효”
“MB 환경부, 기업 위한 환경부 넘어 국토파괴 뒷수습 청소부 자임”

환경운동연합 김종남 사무총장과의 인터뷰는 3월31일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이날 인터뷰에서는 ‘방사능 오염’, ‘구제역 침출수’, ‘4대강’ 등의 분야와 관련한 환경파괴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김종남 사무총장은 일본 지진으로 인한 원전 문제가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일어 날 수 있다며 내진설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노후된 원자력 발전소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구제역 침출수와 관련해선 “자연이든 사람이든 이미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섰다”고 걱정하면서 침출수로 인해 오염된 지하수를 마셔서 발생하는 1차적 피해뿐만 아니라 2차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어서 최근 들어 더욱 속도를 올리고 있는 4대강 사업에 대해 그는 “4대강 공사로 현재 환경 파괴 문제는 이미 다 나타났다”면서 “환경 파괴 보다 더 심각한 것은 4대강 공사로 인한 지역 공동체 파괴”라고 지적했다.

인터뷰에서 김 사무총장은 이명박 정부의 환경정책에 대해 강력히 비판했다. 원전으로 인한 환경 파괴와 방사능 유출 문제, 구제역 침출수가 만들어낸 수질·토양 오염, 4대강 개발이 가져온 생태계 파괴는 정권의 환경 정책과 관련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다음은 김종남 사무총장과의 일문일답

▲ 지난 3월 29일 환경연합 여성위원회 회원들이 '핵으로 부터 안전한 세상'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사진=환경연합)
‘위험사회’ 상기시켜준 日원전

- 일본 원전 파괴로 인한 방사능 오염 문제가 심각하다. 장기적으로 바라보았을 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 일본 원전 문제는 대지진과 쓰나미로 발생한 문제이긴 하지만 원자력에 의존해서 살고 있었던 사람들이 눈에 보이지 않았던 문제들이 늘 우리와 함께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 계기가 됐다.

일본 정부와 우리나라 정부는 일본 원전 문제를 쓰리마일과 체르노빌의 사이인 6등급 정도로 보고 있지만 핵연료봉 손상이나 방사능이 누출되고 있는 것을 보면 체르노빌에 준 하거나 더 이상 가는 위험 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체르노빌은 북유럽 쪽에 영향을 미쳤지만 일본 원전은 바다를 통해 태평양까지 오염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 우리나라에서도 원전 사업이 진행중인데.

△ 21개가 가동 중이고 7기가 건설 중, 더 계획되어 있는 것들도 있다.

- 가동 중이거나 시공 중인 원전의 문제점들은 어떤 것이 있나.

△ 가동 중인 원전 중에 사용연한 30년이 꽉 차게 오래된 고리, 월성 원자로가 있다. 이 노후한 원자로의 안정성이 가장 큰 문제다. 설계 수명을 30년으로 맞춰서 시공했는데 그 기간이 지나면서 부식도 되고 안전장치도 낡아 가는 것이다.

사람의 실수에 의해서든, 기계 장치에 의해서든, 설비의 노후화에 의해서든 사고가 일어나기 때문에 100프로 안전에 대한 신뢰를 할 수 없다.

- 정부의 정보 감추기가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 이명박 정권 들어서 원자력 부흥으로 가려고 했던 정책 기조에 찬물을 끼얹을까 봐 정보 공개를 최소화하는 측면이 있다.

원자력 산업을 확장시키고자 했던 ‘핵 마피아’ 세력들이 주장했던 것은 원자력 매우 안전하고 깨끗하고 환경친화적이라는 것이었는데 원자력에 의한 피해가 났다. 국민들이 그 사실을 알게 면 불안이 확산되고 원전 확산정책에 대한 제동이 걸릴 수 있는 것을 우려한 것이다.

(사진=환경연합)
- 정부의 핵 정책에 대해서 환경운동연합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 환경운동연합은 핵에너지가 아닌 대체 에너지나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자는 주장을 해왔고 태양광 발전, 풍력발전 등을 시민들이 기금을 모아 만드는 시민발전소를 만드는 활동을 했다.

또한 에너지 수요관리 정책에 대한 요구로 원전보다 대체에너지로서의 태양, 바람 등의 에너지원을 개발하고 전환하도록 촉구하는 활동을 10여년 동안 해오고 있다. 에너지 절약운동, 자전거 출퇴근 운동이 그것이다.

▲ 김종남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구제역 침출수, “인체에 직접적 영향 가능”

- 구제역 침출수로 인한 피해 어떤 것들이 있는가.

△ 물은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다. 현재 침출수 문제는 토양오염을 시켜 곧바로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있다. 문제는, 가축을 묻었던 곳 대부분이 농촌인데 이 농촌에 상수원이 보급되지 않아 지하수를 마시는 곳이 많다는 것이다. 침출수로 오염된 물을 마신다면 인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또한 2차적 피해도 예상해 볼 수 있다. 농업용수가 침출수에 의해 오염되면 그 물로 인해 농작물에도 세균이 흡수될 수 있고 농작물을 먹은 사람까지도 세균에 노출될 수 있다.

- 환경운동연합 조사과정 중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곳이 있는가.

△ 여주, 이천, 파주를 조사했다. 이천에는 축산농가가 많은데 침출수가 주민들이 이용하고 있는 지하수를 오염시켜서 주민들이 마시는 음용수에서 악취와 약간의 색깔에 영향을 미쳤다는 문제가 있다.

- 구제역 침출수 문제와 관련해 환경운동연합이 진행하고 있는 활동은.

△ 지역 환경운동단체들과 연대해서 활동을 진행 중에 있다.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지자체들이 어떻게 대처 했는가, 방역 살처분 이후의 사후 관리는 어떻게 했는가 등을 확인하는 정보공개청구운동을 하고 있다.

또한 현장에서 구제역 살처분 단지의 육안조사와 침출수를 분석 조사하는 일도 하고 있다. 정책적으로는 근본적으로 현재 대규모 축산농가 중심의 공장식 축산을 지속 가능한 유기축산 형태로 바꾸는 것에 대한 정책 요구 운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시민들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비육식 식단을 만들자는 제안도 하고 있다.

“4대강 ‘공사 중단’ 명제 아직 유효”

- 4대강 사업이 계속해서 진행 중이다. 환경 파괴 문제는 어떤 상황인가.

△ 이미 4대강 공사를 통해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는 다 나타났다. 4대강 사업의 핵심은 16개의 댐과 약 5억톤 정도의 대량 준설인데 이것은 공사구간의 자연 생태계를 내장 훑어내듯 단면대로 오려낸 것이다.

16개 댐에 물을 가두기 시작하면 물 자체에 대한 오염이 심각해진다. 정화 능력이 떨어지면서 유해물질이 걸러질 가능성이 떨어진다. 벌써 수질오염과 녹조현상이 진행되고 있다.

- 환경 파괴 이외에 다른 문제는 없나.

△ 환경파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지역 공동체의 파괴이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조금의 이익을 보고 있는 지역의 식당, 여관 등의 자영업자들과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 사이에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함께 살던 공동체가 파괴되고 싸우게 만드는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 4대강 공사 중 경기도 팔당호 유기농 단지 농민들이 소송을 걸어 승리했다는 사례가 있다.

△ 팔당 유기농 단지 같은 경우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다 보니 일반 관행농업에 비해 강을 덜 오염시키는 지역이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유기농 농산물이 수도권 유기농 농산물의 6~70%를 공급하고 있었다. 이 유기농 농업으로 인해 발생되는 공익이 유기농 단지를 다 밀어내고 공원을 조성했을 때 발성하는 공익보다 높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하지만 정부는 계속 회유하고 있다. 70여 농가 중 현재 남은 곳은 4개 농가뿐이다. 정부는 돈으로 보상하고 이간질 시켜 많은 농가들을 떨어져 나가게 만들었다.

- 완공되면 청계천과 같은 호응을 얻을 수 있을까.

△ 4대강에서도 청계천과 같은 효과가 일부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청계천과 4대강은 개념이 좀 다르다. 청계천은 도시 안에 있는 하수구를 하천으로 만들어 그곳에 쉴 수 있는 공원을 조성한 것이지만 4대강은 자연하천이다.

구간에 따라 사람들이 많이 가는 댐 지역은 보기 좋게 만들 것이다. 그림 자체는 나쁘게 보이지 않을 것인데 문제는 그만큼 하천에 자연스러운 지형, 습지 등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도시하천에 익숙한 사람들은 좋다고 느낄 것이고, 자연하천에 감수성이 있는 사람들은 예전의 강이 낫다고 생각할 것이다.

-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환경운동연합에서 벌이고 있는 활동은 무엇인가.

△ 공사를 중단시켜야 한다는 명제는 지금도 유효하다. 5명의 활동가들이 보에 올라가서 40일 동안이나 반대 운동을 벌였는데도 공사는 중단되지 않고 더 속도전으로 가고 있다. 정부는 임기 내에 4대강 공사를 완성해야 내년 총선, 대선에서 표가 된다고 생각한다.

지역에서 꾸준한 문제제기와 공사현장의 안전문제를 거론하면서 노조와 연대해서 활동할 생각이다. 4대강 사업 이후에 주변 개발을 위한 친수구역특별법이 발효될 예정인데 법안 자체를 폐지하기 위한 활동, 폐지가 안 될 경우 대체 입법을 추진할 활동 등을 계획 중이다.

▲ 김종남 사무총장이 지난해 8월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환경연합)
MB정부 환경정책 총평

- 이명박 정부 출범 변화된 환경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규제개혁위원회를 통해서 상당히 많은 환경 규제를 완화시켰다. 환경부가 기업을 위한 환경부뿐만 아니라 국토파괴를 위해서 뒷수습을 하는 환경부가 된 것이다. 청소부 역할을 자임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도 한다.

- 이명박정부 환경정책의 문제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 (2초 가량 고민) 이명박정부의 환경정책은 ‘없다는 것’이 문제다. 환경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고 돈과 연결되어 있고 그 돈에 중심에는 토건 담합 세력이 있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개발을 하면서 녹색성장으로 포장했고 재생에너지 정책을 원전 정책으로 회귀시켰다.

고속성장의 유지에 대한 기대와 환상을 가지고 환경을 관리할 수도 보존할 수도 없었다는 것이 이명박 정부의 실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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