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MBC 사장의 독재본능 “뭐든 내 마음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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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MBC 사장의 독재본능 “뭐든 내 마음대로~”
  • 송병승 기자
  • 승인 2011.04.01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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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핑계 시사프로 없애더니 시청률 나오는 <나가수>는 왜?

[매일일보=송병승기자] 최근 방송연예계의 가장 뜨거운 화두는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이다. 내로라하는 최고의 가수들이 연예인 지망생들이 벌이는 오디션의 형태로 자신을 평가 받는다는 획기적인 기획의 <나는 가수다>는 방송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김영희 PD는 ‘일밤’의 부활을 꿈꿨지만 그 꿈은 오래가지 못했다. 청중평가단 투표에서 꼴찌를 기록하면서 탈락하게 된 김건모에게 ‘재도전’ 기회를 주었고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원칙에 어긋난다”면서 <나는 가수다>에 대한 비판에 나섰다.

MBC 측은 김 PD 전격 교체라는 극단의 조치로 대응했다. 그러나 PD 교체는 사태를 진정시키기는커녕 더 큰 논란을 낳았다. 김 PD 교체를 계기로 <PD수첩> 최승호 PD 교체라는 ‘트라우마’가 다시 떠오르면서, 시사교양 프로 대규모 폐지 등 MBC에서 진행되어온 총체적 파행경영 문제가 대중의 관심 영역으로 다시 들어온 것이다.

MBC노조 “예능국 수뇌부, 연출에 경고하고 설욕할 기회 주려 했지만

김 사장이 교체 결정…‘예능국원 반발 직접 설득하겠다’며 밀어 붙여”

김영희 교체, 입사동기인 최승호 전 <PD수첩>책임프로듀서 사례 상기
<나는 가수다> PD 교체로 되짚어온 MBC가 걸어온 총체적 난맥상은…

▲ 김영희 PD (사진=뉴시스)

MBC는 3월23일 “<나는 가수다>의 김영희 PD를 교체한다”고 발표했다. “돌발 상황에서 출연진과 제작진이 합의해서 규칙을 변경했다 하더라도 ‘7위 특표자 탈락’은 시청자와의 약속이었다. 한 번의 예외는 두 번, 세 번의 예외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인 ‘원칙’을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에 조치를 취하게 됐다”는 것이 이유였다.

‘쌀집 아저씨’라는 애칭으로 친숙한 김영희 PD는 1986년 MBC에 입사한 후 <이경규의 몰래 카메라>, <칭찬합시다>, <일밤- 이경규가 간다> 등의 혁신적인 프로그램 기획을 창출해 내면서 ‘대한민국 방송 예능계의 레전드’로 불려왔다.

이번 <나는 가수다> 역시 현장으로 돌아온 그의 새로운 도전정신과 함께 공장에서 찍어낸 것 같은 아이돌가수로 범람하는 대중음악계에 큰 바람을 불어 왔고 예능계에도 새 장을 마련했지만 급작스러운 연출자 교체로 인해 김 PD와 MBC 모두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김어준 “MBC 나빠”

김영희 PD의 교체와 관련해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이날 MBC 라디오 <윤도현의 두시의 데이트>에 출연해 김건모에게 재도전의 기회를 준 제작진을 비판하면서도 김영희 PD 교체를 결정한 경영진에 대해 더 강하게 일침을 가했다.

그는 “(세계최고의 기획이었던 프로그램을 한방에 날려버린 재도전 결정보다) 더 바보 같은 결정은 PD가 사퇴했다는 것”이라며, “PD로서는 충분히 책임감 때문에 사퇴하겠다고 말할 수 있지만 MBC가 ‘명예회복 해라’ 이렇게 해줘야 되는데 냉큼 짤랐다”고 지적했다.

김 총수는 이어서 “MBC 나빠. 이거 누가 결정한 거야 이거? 제가 보기에는 만약에 (MBC) 사장님이 결정한 거라면 사장님 나빠”라는 말로 당시의 혼란스러웠던 상황을 간단명료하게 정리해 네티즌들로부터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방송계에서도 이번 PD교체에 대한 비판여론이 쏟아졌다. PD에게 프로그램을 뺏는 것은 징계 중에서도 큰 징계인데, 큰 비리를 저지른 것도 아닌 상황에서 프로그램에 대한 여론이 한 순간 나빠졌다는 이유로 교체한 것은 경영진의 월권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MBC 내부에서는 “전두환 정권 당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여론 무마용으로 장관을 갈아치웠던 것과 다를 바 없다”며, “프로그램을 놓고 논란이 일자 경영진이 조직보호 차원에서 김 CP가 수습할 여유도 없이 즉시 쳐낸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 PD 교체를 누가 결정했는지는 일주일 만에 드러났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이하 노조)는 3월29일 비대위 특보에서 “김재철 사장이 전격적으로 PD경질을 종용했다”고 폭로했다.

노조는 “예능국 수뇌부의 결정은 징계를 통해 연출에게 경고하고, 이후 만들어질 방송분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여지는 남겨두는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임원진은 전격적으로 PD경질을 종용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또한 “촬영 원본만 30시간이 넘는 코너를 편집하며 방송 제작에 매달려온 예능국원들의 사기 저하가 불을 보듯 뻔한데도, 김재철 사장은 ‘예능국원들이 반발하면 내가 직접 설득 하겠다’고 호언하며 밀어 붙였다”고 덧붙였다.

입사동기 김PD와 최PD

MBC 경영진이 유명 PD 교체로 사회적 논란을 낳은 것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는 <PD수첩> 최승호 PD의 교체 논란이다.

▲ 최승호 PD (사진=뉴시스)

1986년 MBC에 입사해 김영희 PD와 입사동기인 최승호 PD는 <경찰청 사람들>, <MBC스페셜>, <PD수첩> 등 각종 사회 고발성 프로그램을 제작했고, 특히 <PD수첩>에서는 ‘검사와 스폰서’, ‘4대강 수심 6m의 비밀’ 등의 기획으로 사회적인 반향을 일으켜 2010년 한국PD협회상 ‘올해의 PD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 대표적인 역할을 하고 있던 최승호 PD는 지난 3월2일 갑작스럽게 <PD수첩> 책임프로듀서(약칭 CP)에서 물러나 비제작 부서로 발령됐다. 이날 인사에는 최 PD뿐만 아니라 6명의 PD가 갑작스럽게 다른 부서로 전출됐다.

MBC 측은 이와 관련해 3월3일 “최승호 PD는 유능하지만 정치색이 과도하다”면서 “<PD수첩>의 노동운동 편향성, 정치적 편향성의 정도가 지나쳐 <PD수첩> 제작진 교체는 정치적 탈색을 위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길용 시사교양국장은 “1년 지나면 교체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며 “시사교양국에 변화를 주려다 보니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항변했지만 최 PD가 이 대통령이 다니던 ‘소망교회’를 취재 중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입막음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노조는 3월4일 “정치적 편향성 때문에 이를 탈색하기 위해 주요 제작진을 교체했다는 것은, 이번 PD수첩 인사 배경에 정치적 판단이 깔려 있다는 것을 시인한 것”이라며 “회사 측의 이번 시사교양국 인사 조치는 권력에 대해 비판적인 각을 유지해온 PD수첩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이 작용한 결과라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라고 규탄했다.

시사교양은 필요 없다?

MBC는 PD교체뿐만 아니라 시사교양프로그램 <후 플러스>와 <김혜수의 W>를 폐지하고 예능프로그램을 신설하는 과감한(?) 행보도 보였다. 김재철 사장 취임 7개월여 만에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은 <시사매거진2580>과 <PD수첩> 만을 남긴 채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 지난해 9월 15일 MBC '후 플러스'폐지에 반대한 제작진들이 항의를 하고 있다. (사진=MBC 노조)

<후 플러스>는 일회성 보도로 끝나는 뉴스들을 심층적으로 파악하고 집중 취재해 가려진 뉴스의 속살을 파헤친다는 취지로 2006년 6월부터 2010년 10월까지 175회가 방송됐으며, 특히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 특혜채용 문제로 인해 불거진 인사 특혜 비리를 파헤쳐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김혜수의 W>는 국제관련 소식을 전하는 시사 프로그램으로 심층적인 정규 해외 시사를 통해 많은 시청자들에게 각국의 상황을 알렸다. 2005년 <W>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프로그램은 2010년 10월 종영하기까지 최윤영, 손정은 아나운서에 이어 탤런트 김혜수가 진행을 맡으며 257회가 방영됐다.

MBC는 사회와 정권에 비판적 기능을 갖춘 이 시사교양프로그램을 ‘시청률과 수익이 낮다’는 이유로 지난해 10월 폐지했고, 이 시간대에는 모두 예능 프로그램이 새로 편성됐다.

<후 플러스> 제작진은 프로그램 폐지가 논의되던 지난해 9월8일 “프로그램을 만드는 제작진으로서 시청자들의 더 많은 관심과 호응을 이끌어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시사프로그램을 시청률로 평가하는 경영진의 잣대를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제작진은 “단지 ‘시청률’을 기준으로 시사프로그램의 폐지를 논하는 이런 사태 자체가, 사회에 대한 고발과 약자에 대한 관심을 중시해온 문화방송의 공영성이 얼마나 심각하게 훼손됐는지를 보여주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시청률에 관해서 “4~7.7%를 기록한 <후 플러스> 시청률이 낮다고 볼 수 있는 근거는 없다”며 “시청률을 잣대로 한다면 방송 3사가 모두 시사프로그램을 폐지하는 것이 맞을 것이지만 그런 결정을 내린 곳은, 공영방송을 표방하는 문화방송, MBC 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한 제작진은 성명을 통해“<W> 폐지는 MBC 공영성 후퇴와 이전투구의 시청률 경쟁으로 이어지고, MBC 브랜드 가치와 채널 이미지 하락으로 연결될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김혜수의 W> 허태정 CP는 “시청률은 김혜수씨를 MC로 영입한 이후 개편 전보다 1% 이상 오른 8.5%를 유지하고 있고, 9월부터는 제작비 대비 광고 수익도 흑자로 돌아서고 있다”며 “폐지하겠다는 발상에는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고 말했다.

MBC에게 MB는 금기?

앞서 언급한 최승호 PD는 교체 당시 소망교회를 취재하던 중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다니는 교회로 잘 알려져 있던 소망교회는 지난 1월 부목사 2명이 담임 목사를 폭행한 사건과, 2월 신도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가로챈 부목사가 구속 기소되면서 주목을 끌었다.

MBC의 이명박 정부의 정책 비판으로 인해 방송이 미뤄지거나 사라진 대표적인 예는 <PD수첩>의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편이다.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은 지난해 8월17일 밤 방송 예정이었지만 방영 2시간여를 앞두고 김재철 사장이 방송 보류를 전격 지시했고 결국 <VJ특급 비하인드 스토리>라는 프로그램으로 대체 방송됐다.

▲ 지난해 8월 19일 'PD 수첩'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이 불방돼자 MBC 노조원들이 원인을 규명하라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사진=MBC 노조)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 편은 치수와 저수량 확보를 위해 추진돼왔던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다시 배가 다닐 수 있는 깊이인 수심 6미터를 확보하는 대운하 사업으로 변경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방되었던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은 그 다음 주에 방송되었지만 이 역시 김 사장이 방송 2시간 전 완성본에 대해 사전 시사를 한 뒤 방송 여부를 결정한 것이었고, 방송을 본 네티즌들은 “너무 많은 편집으로 이미 알려진 부분만 등장했다”고 비판했다.

정세균 당시 민주당 대표도 방송을 본 후 자신의 트위터에 “이전과 비교할 때 뭔가 2% 부족한 느낌이었다”면서 “무리한 가위질이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정 대표는 “이 정권이 언론장악도 모자라 이제 누더기 언론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권 비판성 아이템에 대해 취재조차 하지 못한 일도 있다. 올해 3월7일 시사교양국 PD들은 성명을 통해 “윤길용 시사교양국장은 <PD수첩> 생생이슈 아이템으로 8일 방송예정이던 ‘이명박 대통령의 국가조찬기도회 무릎 기도’ 사건을 취재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시사교양국 PD들은 “많은 언론이 중요 사건으로 다루는 이 사안을 윤 국장은 ‘해프닝성 사건’이라며 취재를 막았다”면서 “앞으로 이명박 대통령이나 기독교 문제가 포함된 그 어떤 아이템도 다루지 말라는 포고령을 매우 거칠게 선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PD들은 이어서 “보수신문들조차 앞 다퉈 의제화한 사안마저 방송을 막는 상황에서 앞으로 PD수첩이 어떤 권력 비판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라며 “PD수첩과 시사교양국을 길들이고 점령군으로 온 윤 국장과 맞서 싸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런데, 시사교양국 PD들은 3월14일 성명자료에서 ‘윤길용 국장 퇴진과 PD수첩 사수를 위한 제작 거부’를 결의했다가 윤길용 시사교양국장이 이틀 뒤 열린 시사교양국 총회에서 인사파행에 대해 사과함에 따라 이튿날 제작 거부를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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